술렁이는 교수사회... “비정규 교수 차별 철폐”

원로교수들까지 한 목소리로 처우개선 촉구

*사진: 워킹보이스

“주당 15시간 노동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노동자로 보호받지 못함. 시간당 강사료 2만 5천원 안팎. 대다수 월 40만원 수입에 전전긍긍. 방학 중 보수 미지급으로 사실상 4개월짜리 계약직 신분. 4대보험 등 사회보험 적용 안됨.” 이 허술한 조건이 6만여명에 이른다는 ‘일용잡급직 교수’가 처한 현실이다.

하지만 자신이 받은 차별에 대해 분노하길 꺼려했으며 부당한 차별에 싸우라고 가르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투쟁은 모아내지 못했던 비정규교수들의 움직임이 최근 심상치 않다. 또한 이 길에 자신들이 명예롭게 걸어온, 또는 걸어갈 길의 동료이자 후배들을 위해 원로, 중진급 교수들까지 함께 나섰다.

지난달 30일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국공립대학교수협의회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전국교수단체연대와 백낙청, 김진균(전 서울대), 주종환(전 동국대), 성대경(전 성균관대) 교수 등 퇴직한 원로교수 10명과 김수행(서울대), 유초하(충북대), 서중석(성균관대), 신영복(성공회대) 교수 등 26명의 중진급 교수들은 근래 보긴 드문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비정규직 교수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는 것도 대학사회의 구습과 관행을 타파하는 중요한 과제”라며 “대학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이들의 교권은 존중받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불안한 신분’이 비극 불러와

지난 5월 30일 서울의 모 대학 ㅂ 시간강사가 자신의 모교이자 직장에서 ‘불안한 시간강사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여론은 배울만큼 배우고 처자식 거느린 가장이 자살하기까지의 사연이 뭔가하고 관심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 사건은 꺼질 듯 꺼질 듯 명맥을 이어오던 ‘비정규교수의 처우개선 요구’투쟁의 밑불이 되었다.

시간강사 ㅂ 씨의 자살 사건 이후 비정규교수노조를 비롯한 교수노조 등 관련 단체들은 연이은 성명을 통해 “10년 이상의 전문적인 연구를 진행해온 교수들이 그 흔한 신분증 하나 없이 한달 강사료 40여만원을 벌기 위해 이 학교 저 학교로 방황하고 있다”라며 “시간강사 ㅂ 씨의 자살은 개인의 일로 치부할 것이 아니며 이 비극적인 사건을 계기로 올해를 시간강사 처우개선 원년으로 삼겠다”라며 밝혔다.

이에 이들은 △교원으로서의 법적 지위 부여 △전임교수 충원률 제고 △계약기간 최소 1년 이상 연장 △의료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가입 △연구비 지원 등을 요구했다.

또한 지난달 30일 비정규교수노조는 “대학의 시간강사가 전임교수와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수행함에도 정규직 전임교수에 비해 1/10 이상의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비정규교수노조는 인권위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정부는 고등교육법으로 대학의 시간강사를 ‘교육 과정의 운영상 필요한 자’로 규정해 6만여명의 ‘일용잡급직’교수를 양산, 방치하고 있다”라며 “시간강사의 인권을 조속히 개선시키지 않고서는 결코 대학의 교육과 연구의 질적 향상이나 경쟁력 획득을 거론할 수 없다”라고 촉구했다.

대학교육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비정규교수 처우개선해야

또한 정규직 교수들도 ‘시간강사 처우개선’ 투쟁에 동참했다. 학술단체협의회 소속 조희연, 정대화, 김성민, 김교빈, 신정완 교수는 지난달 9일부터 교육부 앞 1인 릴레이시위를 벌였으며 이 같은 열기를 모아 비정규교수노조는 지난 8일 청와대 앞에서 관련 집회를 열었다.

이날 서울과 영남권의 대학에서 모인 100여명의 대학강사들은 “대학강사의 법정 교원 지위 보장은 노무현 정부의 어떠한 정책 중 우선 순위에 놓고 해결해야 할 일”이라며 “정부는 고등교육법 개정해 대학강사의 법정 교원 지위 보장하고 대학당국은 대학강사를 명실상부한 교원으로 대우할 것”을 촉구했다.

그동안 대학의 시간강사들은 10여년 전부터 전국대학강사노조를 결성해 ‘시간강사의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 투쟁을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노조 이름을 ‘한국비정규직대학교수노조’(이하 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 변상출)로 변경해 대학의 모든 비전임교수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고 같은 해 11월에는 성공회대분회를 결성하는 성과도 낳았다.

그러나 이들이 줄기차게 외쳐온 ‘정규직 교수와의 극심한 차별과 고용안정’ 요구는 성공회대분회(분회장 정규환)의 경우처럼 학교측이 교섭 자체를 거부하고 있거나 관련 사안에 대한 정부의 무대책 등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교수노조 변상출 위원장은 “사실 그동안 비정규교수의 처우개선 투쟁은 힘겨운 싸움이었다”라며 “그러나 최근 불 붙기 시작한 시간강사 처우개선 투쟁의 성과로 조합원이 급속히 늘고 있고 연대단위의 참여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변 위원장은 “이에 노조는 일반 시민과 정규직, 비정규직 할 것 없이 동료 교수들을 상대로 비정규교수의 열악한 조건을 알려나가는데 주력할 것”이며 “관련 사안 논의를 위해 대통령과 교육인적자원부 장관과의 면담을 신청해놓았으니 정부가 진정으로 문제 해결 의지가 있다면 이에 적극 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정규교수노조는 지난해부터 교육부 앞에서 매주 ‘대학강사의 법적 지위 보장’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해오던 김동애 한성대 전 대우교수, 교수노조 등 연대단위와 함께 이달 말까지 청와대와 교육부 앞 1인 릴레이시위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워킹 보이스 임임분 기자 sunbi@kcw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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