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제 딴 친구와 집에 같이 갔더니 여자친구가 단단히 화가 났나봐요."
"여자들 마음은 안그래. 아빠도 늦게 오면 엄마가 화내지 않든. 그거랑 같은 거지."
서울 송파구 김대훈(36.사업)씨와 그의 아들 지윤(13.거여초등학교)군의 대화 주제는 아리송한 여자의 마음. 김씨는 불과 1년전만 해도 여자친구는커녕 아들이 몇반인지, 담임선생님이 누군인지도 모르는 무뚝뚝한 아빠였다.
그랬던 그가 아들의 친구사이에서 인기투표 1위를 할 정도로 멋진 아빠가 된 것은 순전히 학교의 ''거여 아버지회''덕이라고 고백한다.
"자녀 교육에 늘 소외당했던 아버지들도 막상 기회가 주어지면 어머니 못지않게 정성을 쏟게 돼요. 치맛바람을 능가하는 극성스런 바짓바람이 될 정도로 열성을 보이기까지 합니다."
지난해 4월 학교의 제안으로 구성된 ''거여 아버지회''는 첫 모임부터 240여명의 아버지들이 모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 중 정식회원으로 활동중인 아버지는 50여명. 이들은 자녀교육을 주부들의 슬로건으로만 여겼던 통념을 단숨에 깨기라도 하듯 등하교길 교통지도는 물론 급식에도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있다. 이밖에 가족산행, 거여한마음축제, 아버지와 자녀캠프 등의 다양한프로그램을 마련, 운영하는등교육의새바람을 일으키고있다.
아이들은이런아버지의모습이 낯설기보다반갑기만하다.유난히수줍음이많은지윤군의경우도무뚝뚝하고거리감이느껴졌던아빠가친근하고자상한모습으로바뀌자학교생활이명랑해졌다.
거여초등학교의 이같은 바짓바람은 주변 학교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지난5월 인근의 오금초등학교에서''아버지회''가 결성된데이어남천-마천초등학교도이같은모임을적극검토중이다.
오금초등학교 황시범 교장은 "아버지회는 ''아이들의 행복한 학교생활 만들기''의 일환으로 추진하게 됐다"며 "학교에서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가정이 행복하지 않으면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진기기자 jk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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