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없는 출산장려는 공염불

...

지난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세계 및 한국의 인구현황'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지구상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은 국가로 나타났다. 한국 가임 여성의 2002년 출산율이 평균 1.17명으로 1970년 4.53명에서 3.36명 줄었다. 단순 비교를 한다면 1970년에 매년 약 1백만명의 신생아가 출생하던 것이 2002년에는 약 50만명으로 줄었다.
과거 산아제한을 통해 출산율을 조절했던 우리 사회가 이제는 아이낳기를 권장해야 하는 실정이지만 젊은 세대들은 여전히 출산을 기피하고 있어 사회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얼마 전 한 여성전문지가 여대생 6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7.3%가 '결혼하면 아이는 반드시 낳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13.1%는 아예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출산을 기피하는 원인으로 '일하는 데 걸림돌' '여성에게 집중되는 육아 책임'이 가장 많았다.
이같이 젊은 여성들이 출산 기피증을 보이는 데는 교육수준 향상에 따른 의식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 등 사회구조의 변화도 간과할 수 없다. 육아와 사회생활을 동시에 해야 하는 부담 속에서 자녀의 출산으로 사회참여 기회조차 박탈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출산비.양육비 보조, 탁아소 등의 사회복지 제도가 충분히 갖추어지지 못한 상황에서는 맞벌이 부부나 저소득층이 많은 자녀를 가지고 싶어도 경제적 여건상 그렇게 하기 어렵다. 저렴하고 안전한 탁아시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며, 막대한 사교육비 역시 자녀를 적게 낳아야 한다는 의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다음으로 경제적인 측면만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의식의 확산이다. 고도성장을 이룩해 온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계기로 사회구성원 모두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풍족한 환경에서 성장해온 전후 세대들에게 경제적 궁핍은 인간관계를 중시해 온 전통적 사고방식을 바꾸어 놓기에 충분했다. 근검.절약이 미덕이던 과거에 비해 소비문화에 익숙한 일부 젊은층에서는 경제적인 부를 축적하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목적이 됐으며, 장래 희망으로 '부자'를 꼽는 어린이들도 나타났다. 이런 사회인식 속에서 노동력이 상실된 부모는 공경의 대상은커녕 '애물단지'로 전락하는가 하면, 부모 역시 노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지면서 자식을 '인생의 짐'으로만 여기게 만들었다.
또 여권이 신장되고 맞벌이가 확산되면서 부부간 경제적 기여도에 변화가 생김에 따라 개성 추구의 흐름이 강해졌으며, 과거에 비해 부부간 응집력은 약화되었다. 여기에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시되는 성윤리의 붕괴는 이혼율 증가의 또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하여 자녀를 많이 낳기보다는 적게 낳는 풍조가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이런 사회구조 속에서 더 이상 출산을 가정이나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버릴 수만은 없게 되었다. 직장생활을 위해 출산을 포기하는 가정이 나오지 않도록 국가는 출산과 육아에 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공공 탁아시설 확충과 교육제도 개선을 통해 사회구성의 근간이 되는 가정을 지켜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사랑스럽고 소중하게 여겨지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물신주의에서 벗어나 붕괴된 사회윤리를 재정립하여 부모를 공경하고 자식을 사랑하며, 부부간의 인연을 소중히 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이와 더불어 저소득층 가정이나 맞벌이 가정도 자녀 양육에 어려움이 없도록 일본의 출산 장려제도를 벤치마킹하여 출산.육아.교육을 보조하는 사회복지제도를 확충해야만 한다.
장중환 / 장스여성병원 이사장. 산부인과 전문의










태그

보육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보육교사회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