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산다는 것'에 대한 도발적 질문 이와아키 히토시의 <기생수>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 가운데 가장 이기직인 생물, 인간. 어느 날, 지구상의 '악의 축' 인간을 백만 분의 일로 줄이기 위해 지네 같은 모양의 생명체가 나타나 인간의 뇌를 잠식한다. 그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인간의 뇌를 잠식해야 하며, 자신이 뇌를 잠식한 인간을 숙주로 삼아 살면서 다른 인간을 잡아먹어야 한다. 그런데 주인공 신이치의 몸을 침입한 생명체는 귀를 통해 뇌로 침입하려다가 실패하고 손으로 침입했다가 신이치가 팔 중간을 막는 바람에 그만 손에 머무르게 되고 말았다. 자신의 손에 침입한 생물을 죽이자니 자신의 팔을 잃어야 하고, 신이치를 죽이자니 자신도 죽어야 하는 운명에 처한 두 생명체는 그렇게 해서 한 몸에 '공생'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 생명체는 오른손에서 살게 되어 '오른쪽이'라 이름 붙여졌다.

이 생명체는 본능적으로 인간 세계에서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지식을 빠른 시간에 습득할 수 있고, 자신의 형태를 마음대로 변형시킬 수도 있다. 한편, 인간의 뇌를 잠식한 생명체(이후, 기생생물이란 의미에서 패러사이트라 한다)들에 의해 인간들은 잔혹한 죽임을 당하고, 이들은 자신의 모습을 필요에 따라 인간의 모습으로, 싸울 때는 각종 무기의 모습으로 변형시키면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해간다. 한편 패러사이트임에도 인간을 연구하기 위해 자신의 숙주인 고등학교 여교사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면서 인간의 생명체까지 잉태한 레이코는 신이치의 고등학교에 부임하고, 신이치는 패러사이트에 의해 자신의 친구들과 부모까지 잃어야 하는 상황을 겪으며 패러사이트와 공생하고 있는 자신의 정체성과 의무에 대해 혼란을 겪는다. 여하간 결론은 예상하다시피 굳이 승패를 가르자면 패러사이트에 대항해 싸운 신이치의 승리이지만 작가는 정작 그 결론에서부터 우리에게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당신은 과연 이 기생 생물체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

지구상에서 가장 이기적이고 잔인한 고기덩어리, 인간

주인공 신이치의 손에 들어간 패러사이트 '오른쪽이'는 많은 사람들이 패러사이트로 인해 죽고 있음에도 패러사이트와 공생하고 있는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고민하는 신이치에게 이렇게 말한다.

"신이치... '악마' 라는 것을 책에서 찾아봤는데 그것에 가장 가까운 생물은 역시 인간으로 판단된다. 인간은 거의 모든 종류의 생물을 잡아먹지만 내 '동족' 들이 먹는 것은 고작 한 두 종류야"

"내 동족들은 그저, 먹고 있을 뿐이야... 생물이니 당연하지"


패러사이트는 생존을 위해 인간을 먹는다. 생태계의 모든 생물은 모두 자신의 생존을 위해 다른 생명체를 잡아먹으며 살아간다. 그러나 생태계에서 유일하게, 인간이라는 포유류 동물만은 '생존 외의 목적'으로 다른 생명체를 잔인하게 살육하며 살아가고 있다.

정력을 위해, 장수하기 위해, 몸보신을 위해 또는 그냥 '재미삼아'.

눌러죽이고, 밟아죽이고, 때려죽인 후 짓뭉개 터뜨리거나 내던져 버리거나 또는 구워서, 삶아서 살점을 쪽쪽 찢어 입 안으로 넣는다. 맛있게. 앞니로 가르고 어금니로 잘근잘근 부수면서, 육질의 풍부한 맛을, 매일. 즐기고 있다.

이쯤 되면 '오른쪽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만도 하지 않은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인간을 먹는 패러사이트와 정력과 몸보신을 위해 살아있는 개를 자루에 달아 매달아 놓고 많이 때려야 육질이 좋아진다며 몇 시간이고 두들겨 팬 후에야 잡아먹는 인간 중에 어느 쪽이 더 '악마'에 가까운가?

그래서 <기생수>는, 인간을 잡아먹는 패러사이트를 통해 역설적으로 인간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고 있다.

인간은 생태계의 일부일 뿐. '생존'을 기준으로 '상생'을 생각하기.


사진/새만금 사업을 반대하는 부안 사람들(http://www.nongbalge.or.kr)



'오른쪽이'의 말을 다시 한 번 빌어보자.

"알겠어? 너와 나는 협력관계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종이 다른 생명체다. 각각의 종이 갖는 성질을 되도록 존경하고, 가령 자기 측의 이념을 강요하는 것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런 후, 우리의 공동 목표가 무엇인지 생각해 봐라. 그건 우선 살아 남는 거야. 안 그래?

유사이래, 인간들은 자신의 다른 생명체에 대한 잔인무도한 행각을 정당화하기 위해 수많은 변명들을 만들어 왔다. 그 방법은 '인간은 생태계의 다른 생명체와는 다른 우월함을 가지고 있으며 그리하여 마침내 만물의 영장이 되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만물의 영장'을 자청한 인간들에 의해 수많은 생명이 죽거나 심지어 멸종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 불안정한 생태계와 균형을 잃은 대지, 구멍 뚫린 하늘, 벌겋게 물든 바다가 인간에게 돌아왔다.

사업 중단 결정 사흘 만에 다시 개발에 들어간 새만금을 보며 한낱 생태계의 일부에 불과한 인간의 오만을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게 '생존'이 제일의 가치라면, 그리고 인간 역시 '만물의 영장' 따위가 아니라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똑같은 생명체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환경 보호, 생태계 보호하자는 데 그 어떤 복잡한 이론도 필요 없다.
단지, 이것만 하면 된다.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인정할 것.
그리고, 그것이 곧 나의 '생존'과 직결되는 것임을 인식할 것.
바로 그것이 '상생'과 '공존'의 길임을 깨달을 것.


틈새 / 문화사회 편집위원 rebel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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