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자살 유도하는 나라

주변을 둘러보면 극단적 절망감과 자포자기 심경에 빠진 사람들은 곳곳에 널려 있다. 대구지하철 방화범이 그랬고, 세 아이와 자살한 엄마도 그랬다. 정부는 갈수록 커지는 빈부격차와 빈곤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여성노동자의 70%는 비정규직이다. 이들 대부분은 30인 이하 영세사업장에서 일한다.
모성보호는커녕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저임금으로 가계를 이끌어 가야한다. 그나마 그 최저임금도 지난달 27일 월 56만7260원으로 결정됐다. 일부 부유층이 한달 동안 애완견에 쓰는 돈이 50∼60만원이라는 이야기도 들리는 판이니, 최저임금액을 볼 때마다 한숨 짖는게 당연하다.

대개 여성노동자들은 가계를 보조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 가계를 책임지고 아이를 양육하는 가장의 경우도 많다. 하지만 56만원으로 무슨 생계유지가 되겠는가. 며칠 전 생활고에 시달리던 30대 여성이 세 자녀와 함께 투신자살한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사고 직전 "엄마, 나 죽기 싫어" 하는 여자 아의의 울부짖는 소리가 몇 차례나 들렸다고 하니, 살고 싶어 버둥대는 아이의 마지막 모습이 눈에 잡히는 듯하다. 숨진 여성은 남편이 3년 전 실직한 뒤 지게된 카드빚 등 3천만원을 갚지 못해 어렵게 살아왔다고 한다. 가장역할을 맡게되며 밖에 나가 일자리를 알아봐도, 비정규직에 50여만원으로 다섯 식구 입에 풀칠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그 여성은 매일같이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기가 만만치 않음을 절감하고, 희망이 없음을 통감했으리라. 오죽하면 "살고싶다"고 오열하는 자기 아이를 14층 아파트 밖으로 내던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겠는가. 딸아이의 절규를 들으며 세상을 접는 마지막 심정에 가슴이 아리다.

정부에서는 허울 좋은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소리 높여 외친다. 하지만 그 한편에선 아직도 수많은 노동자·서민들이 극심한 가난과 소외감 속에서 의지할 데 없이 살아가고 있다. 구제금융 사태 이후 고착화된 빈곤문제, 카드빚으로 인한 신용불량자 양산 등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병리현상은 이렇게 가장 비극적인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극단적 절망감과 자포자기 심경에 빠진 사람들은 곳곳에 널려 있다.
대구지하철 방화범이 그랬고, 세 아이와 자살한 엄마도 그랬다. 정부는 갈수록 커지는 빈부격차와 빈곤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사회보장 강화와 노동권 보장 등 구체적인 구제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여성노동자와 어린이의 삶을 되살펴보고, 이들이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주는 것은 지리한 정치공방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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