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수배 중인 화물연대 김종인 의장

“업체와 정부 교섭 태도에 따라 제2 총파업 여부 결정”

임시대의원대회 다음날인 18일 오후, 지난 5월 화물연대 총파업 여파로 수배 중인 김종인 의장을 만났다. 서울 영등포의 한 건물 9층 한 켠에 자리잡은 운송하역노조 사무실에서 수배를 피하고 있다. 그는 전날 임시대의원대회에서 BCT지부(준)의 운명이 ‘지부해산’으로 결정난 것에 대한 BCT지부(준) 관계자들과의 이후 대책을 위한 면담(다분히 항의성 성격이 짙은 면담이었다고 한다)과 연이은 점검회의 등으로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 '5월 파업' 여파로 수배생활 한달 째인 김종인 의장. 사진을 찍겠다니까 "눈도 많이 부었고, 전기면도기로 대충 수염만 깎은 얼굴이라 흉하다"며 웃는다. ⓒ워킹보이스 임임분

- 노조 사무실이 은신처인 셈인데 지낼 만한가?
= 오늘로 수배된 지 한달째다(웃음). 9층에 있는 민주노총 회의실은 그나마 바람이 잘 통해 시원한 편인데 우리 사무실에는 바람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 오늘은 비가 내려서 좀 덜한데 밤에도 아주 덥다. 우리 일이라는 게 사명감으로 버티는 것이니까. 견딜 만 하다.

- 지난 5월 화물연대 총파업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 정리한다면?
= 몇 차례의 보도자료나 언론과의 인터뷰 등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5월 파업은 계획된 투쟁이 아니었다. 특히 부산지부의 경우 중앙의 계획과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오해한 부분이 있었다. 이런 혼선이 생존권 위기에 몰린 조합원들의 분노와 섞여버린 것이다.

성과라면 화물연대의 파급력, 우리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한계라고 한다면, 조합원의 개별적인 기질, 조급함이 어느 조직보다 강하다는 게 드러났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조직 체계의 미비와 지도부의 지도력과 집행력 미흡으로 생존권을 위협당한 조합원들이 스스로 절박함을 표출하는 상황까지 오게 했다는 것이다.

- 5월 파업 뒤에도 중앙 지침과 관계 없는 몇 차례 개별 투쟁이 있었는데 이는 지도부의 집행력 미비와도 연관 지을 수 있는가?
= 그런 건 아니다. 중앙에서 노사정 교섭을 이어가되 지부 차원으로 요구되는 당면 현안, 가령 각 업체들이 조합원과 노조를 탄압하는 것 등에 대해서는 지부 차원에서 즉각 대응하는 것으로 결의했다. 그러니까 이제까지의 투쟁은 그런 차원의 투쟁이었다. 이미 결의된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중앙의 지도력 문제와 연계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사안이 생길 경우 이제까지처럼 대응할 것이다.

화물연대의 규모가 크고 전국 단위로 흩어져 있기 때문에 지난 5.15.노정합의안이 지역에서 실제로 적용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이 합의를 이행시키기 위한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한 예로 포항의 경우, 운임인상에 합의한 업체 이외에도 우리가 흔히 ‘개미군단’이라고 부르는 알선업체들까지 운임인상안 적용 범위에 포함시키기 위해 계속 투쟁하고 있다.

- 5.15 합의 이후에 합의사항 이행여부와 관련, 화물연대는 8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그런데 지금 이 일정이 조금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총파업 찬반투표를 결의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21일 중앙집중집회가 유보되고 열흘간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는 것을 두고 그런 추측이 나오는 것 같은데, 상황이 불리해서 갑자기 찬반투표를 결의한 것도 아니다. 찬반투표 기간 동안 업체측과 정부의 교섭 태도에 따라 제2의 총파업이 현실이 될지 아닐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현재 교섭 상황에 대해 평가한다면?
= 크게 쟁점은 운임인상과 법제도 제.개정이다. 최근 표준요율과 산별협약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운임 인상을 논하고 있다. 대체로 지난 6월은 교섭틀을 만드는 과정이었다고 보면 된다.

- 아무래도 수배 중인 몸이라 조직 전반을 지도하는데 어려움이 따를텐데?
= 그게 제일 어려운 문제다. 내가 매여 있으니 회의를 하려면 모두 서울로 와야 하고. 그래도 간부들이나 조합원들이 긴장하면서 서로 신뢰하고 있다. 현장의 현안을 직접 보면서 수렴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지만 조직력이 체계를 잡고 있고 일일보고서나 TRS회의 등으로 가능한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 중이다.

- 지난 화물연대의 5월 파업은 올 상반기 노동계 투쟁 중 가장 큰 성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어떤 면에서는 평가절하되는 듯 하다.
= 음... 누가 뭐래도 우리의 투쟁은 의미 있는 투쟁이었다. 특히 특수고용노동자의 투쟁이었다는 점에서도 시사점을 남겼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의 파급력을 확인했음에도 제대로 평가해 주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서운함도 있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노동자성 인정을 요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그리고 (다른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앞으로 특수고용노동자의 투쟁에 주체로 서는 것에도 우리의 고민은 이어질 것이다.

화물연대는 어느날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다. 다만 지금은 워낙 현안이 급하고 절박해서 그런(노동자성 인정 요구를 전면에 내걸지 못하는) 것이다. 마음은 같다. 그 동안 몸이 안 따라준 것이다. 그러나 이후를 기대해달라. 또한 화물연대의 산별협상은 노동자성 인정 투쟁과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법.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고 하반기 화물연대 총파업 구호로도 나타날 것이다.

- 화물연대 조직 규모가 커지면서 최근 정책팀을 구성해 자체 조직강화를 위한 정비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현장 조합원 교육 등은 아직 미미한 것 같은데, 개선방안이라면?
= 아무래도 화물연대 조합원의 업무 조건이 일반 노동자들처럼 업무 시간 중 노조활동 시간을 할애한다거나 퇴근 뒤, 또는 주말을 이용해 교육을 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일상교육은 필요하다. 그래서 당장은 어렵지만, 지금은 확대간부수련회나 집회 등으로 조직을 다지고 이를 기반으로 조금씩 지부를 안정시켜 지부별 조합원 일상 교육 등을 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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