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그 현장의 공사금액이 2천만원이 안 됐기 때문이다. 현재 산재보상보험법은 2000년부터 1인 이상 전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지만 공사금액 2천만원 미만인 소규모 건설공사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적용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단지 공사금액이 낮다는 이유로 산재혜택을 받지 못해 결국 치료비와 수술비는 물론 가족의 생활비와 양육비까지 혼자 감당해야 했던 이씨는 결국 지난 5월 29일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건설산업연맹
억울한 사연은 이씨만의 것은 아니다. 2001년 4월, 경기도 하남에서 지붕 페인트 공사를 하다 떨어져 손가락이 절단된 김 아무개씨는 건물주가 페인트와 내장을 분리해서 발주한 것으로 신고하는 바람에 공사금액 미달로 산재보상을 받지 못했다. 또한 지난 2000년 6월, 집수리 정화조 공사 중 구덩이에 빠져 발목인대가 파열됐던 최 아무개씨는 건물주와 시공사업주가 결탁해 2천만원이 넘는 원래 공사비를 축소, 보고하는 바람에 보상을 받지 못했다.
이는 공사금액이 2천만원이 되지 않으면 산재보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안 사업주의 교묘한 법망 비껴가기에 희생된 경우다. 보험운영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험 가입신청을 아예 받지 않아 산재보상을 받지 못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4월, 서울 서초동에서 oo상가 건물 옥상에서 외벽을 청소하다 떨어져 사고를 당한 박아무개씨의 경우, 사업주가 산재보험 가입신청서를 냈으나 공단은 부가가치세를 포함해서 공사금액이 2천만원이 넘은 경우이기 때문에 산재보험 가입을 반려시켰다.
올 5월에는 건설업으로 보기 어려운 산업을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건설업으로 분류시켜 산재보험 혜택을 부여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경남 창원에 사는 윤 아무개씨는 한 인터넷 설비업체 정규직 노동자인데, 가정집 인터넷 설치를 하다가 3미터 높이에서 떨어졌다. 그런데 윤씨의 업종이 정보통신업이 아닌 건설업이라는 이유로 산재보상을 받지 못했다.
“공사금액 따른 산재보상 차별, 명백한 명등권 침해”
공사금액이 낮다는 이유로 산재보상을 받지 못한 사례가 비일비재하고, 결국 한 건설일용노동자들의 죽음을 불러온 데 대해 노동건강연대, 전국산재피해자단체연합, 민주노총 등 14개 단체로 구성된 산재보험개혁공대위는 지난 24일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공대위는 “건설공사금액과 사업주의 면허소지 여부에 따른 산재보험 적용제외는 합리적 잉없는 차별이며 평등권 침해”라며 “모든 노동자에게 동일하게 산재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사무국장은 “얼핏보면 ‘일부’ 건설현장에 대해 적용을 제외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건설노동자들이 한 현장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여기저기 옮겨다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100만 건설노동자 모두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노동부는 오는 2005년부터 건설업 면허 소지자가 행하는 공사에 대해서는 금액 제한없이 산재보험을 적용하도록 할 계획이지만 이 역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전 사무국장은 “금액제한을 없앤다고 하지만 건설업 면허 소지자에 제한돼 있어 유명무실하다”며 “사업주가 면허를 소지하고 있는 지 여부와 관계없이 건설노동자들의 노동건강권은 평등하게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노동자는 ‘0.73’ 인생
건설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과 관련, 또 하나의 문제는 ‘통상근로계수’이다. 산재보험은 평균임금의 70%를 받는 것인데, 여기서 평균임금은 최근 3개월간 임금을 평균한 금액이다. 자주 현장을 옮겨 다니는 건설노동자들의 경우, 평균임금을 산정하기가 쉽지 않다.
현행 산재보험법에서는 1개월 미만 일을 하고 산재를 당한 일용노동자들의 경우 그 기간동안 지급된 임금총액을 일한 날자로 나눈 금액에 일용노동자의 1개월간 실제 근로일수 등을 고려해해 노동부장관이 고시하는 ‘통상근로계수’를 곱한 금액을 평균임금으로 인정받는다. 현재 건설일용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통상근로계수는 0.73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현장에서 일 한 지 이틀만에 재해를 입었다고 가정해보자. 이 노동자는 이틀치 임금을 더해 2로 나눈 금액의 73%만 평균임금으로 인정받고, 이 금액의 70%만을 산재보상금으로 받는다.
백석근 건설산업연맹 부위원장은 “집수리나 인테리어 공사와 같이 기간이 아예 짧은 공사도 있지만 대부분 월차도 없이 일요일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하는 데 단지 실제로 일할 것으로 기대되는 일수가 짧다는 이유로 산재보상금을 낮추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워킹보이스 이정희 기자 goforit@kcw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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