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 앞에 발가벗긴 노동자들

최근 감시 음밀하며 24시간 내내 지속 겉으로는 보안관리 시스템, 실제는 노동자 통제 시스템



"문제발생 시 객관적 근거 마련", "생산과정 모니터링 및 경영혁신", "노동자 기물파손 절도방지" 등의 이유로 도입된 첨단 장비들을 원래의 목적으로 사용하기 보다는 노동자에 대한 감시·통제를 위한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어 주목된다.

하이텍 알씨디 코리아(김혜진 위원장)는 경비업체 세콤이 회사의 방범, 보안에 대해서는 맡겨서 관리해오고 있는데도 2002년 임금협상을 진행하면서 총무과 주변에 각종 CCTV가 설치되었다. 그리고 CCTV는 회사가 2002년 노동조합과 조합원에 대해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조합활동을 '업무방해'로 고소, 고발하는데 CCTV 촬영내용이 증거 자료로 쓰였다. 노조 김혜진 위원장은 "노동조합의 출근집회나 항의집회가 대표이사가 있는 총무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것을 감시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설치되었다"며 "현장과 현장 입구에도 2002년 12월에서야 CCTV를 설치한 것은 조합원을 해고하고 해고자들이 부당한 해고를 주장하며 현장에 들어와 일을 할 것이 예상되므로 그것을 트집잡아 또 다시 '업무방해'라며 고소, 고발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 소속 노동자들은 "공장 정문 앞에서는 순간부터 범죄자 취급을 받으면서 누군가에게 감시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상한다" "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화장실 같은 곳에도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은 아닌가 불안해서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문제조차도 편안히 해결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감시는 단지 CCTV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정보통신분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 (ETRI 위원장 정기현)에서는 인터넷 감시·통제 사례가 발견되었다. 이 회사는 지난 2002년 12월, 노동조합 홈페이지 접속자 및 접속량을 모니터링해 노조 홈페이지 게시글("인수위원회에 메일을 보내자" 등)에 대해 불법으로 ip를 추적해 글을 게시한 ip로 추정되는 부서의 팀장 2명을 보직해임 했다. 이처럼 직장네 네트워크를 통한 감시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노동자 감시를 위한 연대 모임(감시모임)'은 지난 31일 기자회견을 갖고 (주)한길리서치에 의뢰한 '노동감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조사 대상 전체 사업장중 89.0%의 사업장에 이미 한가지 이상의 노동자 감시가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전체 사업장 평균 2.5가지의 감시장비가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207개 사업장 503명의 노동자에게 실시되었으며 △업무용 컴퓨터 관련(인터넷 이용 감시, 하드디스크 검사) △전화 송수신 기록 관련 △CCTV 설치 관련 △전자신분증 사용 관련 △ERP 설치 관련 △ 보안관리 시스템 설치 시 노동조합/노동자와 회사의 마찰 △보안관리 시스템 도입 관련 △보안관리 시스템 도입 후 달라진 점 등 사업장 실태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노동자의 불안도 등을 조사하였다.

감시모임은 "감시 시스템에 의한 기록 보관 기간이 1개월 이상인 것은, 회사의 감시 시스템 도입의 주요 목적인 '문제발생 시 객관적 근거마련', '생산과정 모니터링 경영혁신' '노동자 기물파손·절도 방지' 이외의 목적으로 감시 시스템이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회사의 도입 목적에 충실하다면 1개월 이상 보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노동자 건강안전"을 목적으로 도입하기도 하는데, 감시 시스템에 대한 노동자 인식 조사에서, 감시 시스템 도입이 부정적인 이유로 "정신육체 피로증가"를 34.3%나 답하고 시스템 도입 후 변화 중 "건강악화"를 25.7%가 답했다. 하이텍 알시디 코리아 노조 김혜진 위원장도 "현장의 여성 노동자들 생리문제로 고통을 격고 있는데, 더운 여름날에는 땀조차도 CCTV 때문에 잘 닦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말도 못한다"고 밝혔다.

감시시스템 노동조합 활동 위축, 심각한 노동권 침해
무엇보다 인터넷 감시 중 차단되는 사이트가 노동조합 9.6%, 정당시민단체 1.4%인 것은, 회사가 노동자의 권리인 자주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공민권을 제한하는 등 노동자의 기본 권리를 제약하는 비율이 적지 않고 홈페이지 게시판 작성이나 이메일 작성 내용까지 기록하는 경우가 18.8%에 이르며, 전화 통화내용까지 기록하는 경우도 6.0%에 이른다.

이렇게 감시가 심한 반면 감시 기록에 대해서 당사자나 노동조합이 기록·저장 내용 열람 및 소명을 할 수 있는 비율이 40.9% 밖에 되지 않아 절반 이상의 노동자가 무엇이 기록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며, 잘못된 기록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감시 시스템 도입이 노동조합의 활동 및 조직력에 미친 영향(노동자 인식 조사)에 대해서는 70.4%가 부정적이라고 대답했다.

감시모임은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회사측이 감시시스템 설치 이유가 보안관리라고 하지만 그 효과는 아주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오히려 보안관리 시스템은 노동자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데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다수 노동자들이 보안관리 시스템을 거부하는 이유는 노동자감시 시스템으로 기능하여 결국 노동자들을 통제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감시모임은 또 "작업장에서의 노동자 감시는 노동자의 존엄성과 프라이버시권, 노동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회사가 노동자를 감시하는 것은 명백한 노동통제이자 사생활 침해"라며 " 최근 노동자 감시는 은밀한 감시, 모든 노동자에 대한 24시간 전면감시, 초정밀 감시의 특성을 지니며 감시로 축적된 정보는 노동통제수단으로 기능한다"고 주장했다.

진보네트워크 장여경 정책실장은 "노동자들이 감시시스템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는 상황이고, 관리자들은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려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89%라는 수치가 나왔다"며 "실제로 감시시스템이 100%라고 봐야 한다" 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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