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는 얼마 전 공공도서관 디지털자료실 설치사업을 위한 3차 사업을 시작하였다. 이 공공도서관 디지털자료실 설치사업은 지난 2000년 ‘도서관정보화 추진종합계획’에 의해 2003년까지 공공도서관에 디지털자료를 열람․활용할 수 있는 전용공간을 마련하는 위한 사업이다. 지난 6월 30일까지 2차 사업을 마친 결과 지방비를 확보한 도서관 351개관 중 249개 도서관에 디지털자료실 설치를 완료하고, 이번 3차 사업을 통해 나머지 102개관에 디지털자료실을 설치하고자 한 것이다. 3차 사업이 완료되는 10월이면 우리나라 대부분 공공도서관에 디지털자료실이 설치되어 국민들이 도서관을 통해 디지털시대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경쟁력을 갖추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 도서관에 설치된 디지털자료실에는 최첨단의 정보화 장비를 갖추고 있어 지역주민들이 디지털 자원을 이용하는데 불편이 없어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인테리어 디자인에도 신경을 많이 쓴 결과 대부분 도서관에서 가장 아름답고 현대적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종종 디지털자료실을 이용하면서 도서관 자료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게임이나 개인의 오락적 목적을 위해서 공공의 컴퓨터를 이용한다는 문제도 없지 않다. 이제 3년 여 사업을 마무리할 시점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그 동안의 설치사업에 따른 성과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모든 공공도서관에 디지털자료실 설치가 마무리된 이후에 과연 우리나라 도서관들을 어떻게 경쟁력 있는 문화기반시설로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공공도서관의 디지털자료실은 21세기 지식정보시대, 문화시대, 지방분권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이용하기 편리하고 유용한 시설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디지털자료실이 공공의 PC방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지식과 정보 네트워크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을까? 아무래도 그것은 디지털자료실에서 무슨 자료를 이용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성능이 좋은 컴퓨터나 인터넷 전용선, 각종 멀티미디어 장비들(텔레비전이나 위성방송 시설 등)이 마련되어 있지만 이것은 자료를 이용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러한 장비들은 그것을 통해 사람들이 주고받을 내용이 충실하게 마련되어야 있어야 제대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사업은 디지털자료실을 만들면서 반드시 디지털로 된 자료들도 함께 구비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공공도서관들은 다양한 디지털자료, 즉 전자책(e-book)이나 비디오 자료 등을 함께 구입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 디지털자료의 종류나 분야가 매우 한정되어 있어 다양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전자책 이외에도 다양한 유형과 이용가치가 충분한 디지털자료를 확보하는 일이 도서관계에서도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 일은 물론 정부나 기업 등이 고민하고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이기는 하지만, 도서관과 지역주민들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서관이 지역주민들과 함께, 또는 지역주민들 스스로 디지털자료를 생산하고 이를 도서관을 통해 널리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선 자기 지역의 문화나 역사, 사람들이 사는 모습 등을 자료로 만들 수 있다. 동네에서 벌어지는 축제를 비디오로 찍어 이것을 도서관에서 작업해 디지털자료로 만들 수 있다. 또는 동네 어른들께서 살아오신 이야기를 녹음하거나 녹화해서 역시 디지털자료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삶의 모습이나 문화행사 또는 문화적인 내용들을 디지털자료실에 설치되어 있는 장비를 활용해서 도서관과 지역주민이 함께 한다면 좋은 자료들을 확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지역주민들도 자신들의 삶과 문화의 주체로서의 자긍심을 가지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듯 자기 자신의 정보를 생산하는 노력이 없다면 공공도서관 디지털자료실은 자칫 남들에 의해 만들어진 특정한 디지털자료만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사용하는 지식 소비공간으로만 남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상황이 지속되다보면 이는 결국 중앙집중을 심화시키고 지역사회와 주민들을 수동적으로 만들어 버린다. 지금 우리는 지방분권을 추진하고 있는데 도서관이 지식과 문화의 중앙집중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지역에 뿌리를 내려야 할 공공도서관은 오히려 디지털자료실을 활용해 지역의 다양한 문화와 인적자원을 정보화해서 이를 중앙은 물론 다른 지역으로 ‘발신’하는 정보생산기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지역 도서관들이 다양한 자기 지역의 문화를 발신한다면 도서관 디지털자료실은 소비적 공간이 아니라 생산적 공간이 되고, 여러 지역에 대한 서로의 이해를 돕고 이를 통해 지역과 사회, 나아가 국가의 통합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공공도서관 디지털자료실 설치사업이 단순히 공공의 PC방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방을 살리고, 지역주민들의 문화와 지식의 주체성을 확립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현명한 방안을 찾아야 할 때이다.
우리의 공공도서관 디지털자료실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 여부는 일차적으로 도서관 직원과 이용하는 사람들 손에 달려 있다. 새로운 디지털시대 도서관의 가치와 가능성을 좀 더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도서관 운영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개입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도서관 측에서도 더욱 적극적으로 도서관의 다양한 하드웨어나 지식자원, 그리고 전문직원의 능력을 지역주민들에게 개방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도서관의 힘은 도서관이 어떤 자료를 가지고 있는 것이냐에 달려있다. 다른 곳에서 구할 수 없는 자료를 갖춘 도서관이야말로 가장 경쟁력 있는 도서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시대에 가장 경쟁력 있는 도서관이 되려면 단순히 이미 만들어져 공급되는 자료 이외의 자료까지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설치된 디지털자료실을 잘 활용해야 한다. 해당 지역만이 가진 지적 또는 문화적 자원을 적극 디지털자료로 만들고 이를 도서관 자원으로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공공도서관은 새로운 문화와 지식, 정보가 가득한 창조와 지방자치나 자립의 공간이자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공공도서관 3차 디지털자료실 설치사업을 계기로 우리는 공공도서관 디지털자료실을 통해 시대의 발전과 변화양상과 불화하지 않으면서 공존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찾을 때이다. 그것은 공공도서관은 지식과 정보의 생산․발신기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도서관 시대를 기대해 본다.
이용훈 / 도서관문화비평가 blackmt@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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