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울어라, 힘차게 울어다오. 내 몫까지 울어다오"

인사이트코리아 지무영 전 위원장, 정규직으로 출근 일주일 째..."동지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지난 3월 14일 인사이트 코리아 판결이 난 직후 법원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분명한 것은 잘못된 것을 바로 세운 것도 중요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이전에 함께 투쟁을 한 동지들을, 여전히 투쟁 중인 동지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는 정규직이 된 비정규직 노동자 지무영 전 위원장이 SK빌딩 31층에서 정규직 근로계약을 체결한 뒤 워킹보이스의 인터넷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2000년 8월 서울지방노동청으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SK(주)는 도급업체, 인사이트코리아 소속 노조 지무영 위원장과 3명의 조합원에 대해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으로 고용하려 했다.

이에 지 위원장측은 “정규직 채용”을 강력히 요구했고 SK(주)는 2000년 11월 1일자로 이들을 해고해버렸다. 그리고 이들은 올 3월 14일 서울고법의 “불법파견일지라도 실제 2년 이상 고용되었다면 사용사업주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기까지 햇수로 4년째 지난한 싸움을 이어왔다.

짧게는 3년, 길게는 8년 동안 원청인 SK(주)의 지휘와 감독을 받으며 일했으나 도급업체 소속 노동자라는 이유로 임금과 근로조건 등에서 차별 대우를 받아왔던 이들이 지난 1일 원청인 SK(주)와 정규직 입사계약서를 쓰고 출근한지 일주일째를 맞았다. 이에 정규직노조 조합원으로 일 하고 있는 인사이트코리아노조 지무영 전 위원장과 전화인터뷰를 나눴다.

지난 3월 14일 서울고법의 복직 판결이 있던 날 지무영 위원장의 모습 -서울 서초동 법원 앞- ⓒ워킹보이스 김경란

- 지난 3월 서울고법 판결 이후 5개월여만에 복직됐는데 복직 결정은 언제 된 것인지?

= 지난 7월부터 교섭 시작해서 7월 말쯤 최종 복직 관련 협상틀을 잡았다. 이어 8월 1일 계약서 쓰고 4일부터 출근하고 있다. 김상범씨 경우 대구지역으로 자원해서 그곳에서 일 하게 됐고 나머지 두 명은 나와 함께 과천지역으로 출근하고 있다. 지금은 업무 적응기간이다. 아침 8시 30분까지 출근해서 오후 5시 30분까지 일 하는데 이번 주는 주로 교육을 받고 있다. 아주 새로운 업무를 배우는 것은 아니지만 해고기간이 3년이 넘으니까.

- 출근한지 일주일 가량 지난 셈인데 지금 기분은 어떤지?
= 좋다. 그냥 좋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아직은 붕 떠 있는 기분이다.

- 함께 복직한 다른 분들 반응도 궁금한데?
= 다들 좋아한다. 같이 교육 받고 있는 두 명과는 짬짬이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는데, 얘기해보면 지금은 그냥 좋다고 한다.

- 해고 되기 전, 그러니까 비정규직으로 일 할 때와 같은 일을 하게 되는가?
= 그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주 교육 받고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인 업무 적응 과정에 들어가지만 대체로 이달은 업무적응 기간이라고 보는 것 같다. 다음달 최종 업무 영역이 확정돼 배치되겠지만 같은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 오랜만에 하는 일이라 낯설기도 할 것 같은데?
= 아무래도 좀 그렇다. 그래도 하던 일이니까 별다른 무리는 없을 것이다.

- 현장에서 회사측의 태도는 어떤가?
= 복직 방침을 내리고 내부에서 우리가 현장에 투입될 경우에 대해 서로 논의한 듯 하다. 아직까지는 호의적이다. 오히려 일반 직원들이 관리자들의 태도에 어색해 하는 것 같다.

- 복직을 했지만 회사측이 고법 판결에 항소한 상태인데?
= 그렇다. 아직 끝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회사측도 일단 복직 시키면서 문제가 더 커지지 않고 해결되길 바라는 눈치다. 다만 재계 입장 때문에 고민하는 듯하다. 우리도 일단 복직하고 이후 일정에 대한 대응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해고되기 전과 향후 받게 될 임금 차는 얼마나 되는지?
= 해고되기 전 연봉이 2천만원 정도였고 복직하면서 3천만원 정도 받기로 했다. 그러나 애초 우리 요구액대로라면 1천만원 정도 적게 받는 것이다. 계약직으로 전환해서 정규직된 이들과 같은 조건으로 하자는 회사측 요구를 우리가 받아들였다.

- 여기저기서 복직 축하인사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 7월 말에 복직 관련해 잠정 합의한 걸 아는 분들한테서 받을 축하는 다 받았다. 또 지금은 휴가 중인 사람들이 많아 출근하고 있는 걸 아직 모르는 것 같다. 민주노총 서울본부측에서는 “월급 받으면 거대하게 리셉션해야 한다”라고 전화왔었다. 또 방송사비정규노조 주봉희 위원장님은 내가 복직 관련해 워킹보이스 사이트(열린게시판 2003.8.5.)에 올린 글에다 길게 댓글(2003.8.6.)을 달아주시기까지 했다.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시고 도와주셔서 오늘 같은 날이 온 것이라 생각한다. 모두에게 감사 인사 드린다.

그렇다. 주 위원장은 '파견노동'이라는 이름으로 정규직이 된 지무영에게 이런 글을 보냈다. 그들이 함께 들었던 그 왕매미 소리는 이 여름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변함없는 아우성이다.

콱 막혔던 심장이 요동을 칩니다
우두둑 가슴을 찢고, 튀어나와, 그동안 참아왔던,
분노와 귀로움들이, 환희와 기쁨이 함께 엉켜
춤을 춤니다. 쭈글쭈글한 핏줄기들이 격정을 이기지
못해 힘차게 분출시키고, 멀게만느껴젓던 정거장이
눈을 뜨니 종착역입니다.

하늘을 보면.뿌연 먹구름이 나를 덮었고, 땅을 쳐다보면
움푹패인 낭떠러지만 보였던, 투쟁의세월, 나날들.
그 속에 나를 묻고 싶었던, 자신을 학대하고픈, 그땐
우린 너무나 머언, 여정을 걸어왔고, 뒤돌아 보았을 땐
너무 많은 것들이 우릴 짓밟고 있었습니다.

우린 잡부였습니다. 그들은 그것을 원했고, 굴종하기를
요구하였지만, 망가져버릴대로 깊게 패여버린 인생살이
서러워, 우린 소리없이 일어났고, 잡으면 꺽여 버릴 것같은
가련한 작은 몸뚱아리를 하나로 묶고, 세번의 겨울
세번의 여름, 매미를 맞이하네.


지금도 투쟁 함성소리 꿈틀대며 살아있는 곳, SK 건너 편에는
멤 멤 메ㅡㅡ앵, 왕매미는 울고 있겠지.

그래. 울어라. 힘차게 울어다오. 내 몫까지 울어다오.


워킹보이스 임임분 기자 sunbi@kcwn.org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클리핑기사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