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침탈은 선전포고


<사진> 지난 8월23일 부산 서면에서 열린 '근기법 개악 저지와 화물노동자 생존권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 제공=운송하역노조


경찰, 화물연대 지도부 16명 체포 영장
민주노총·부산본부 압수수색영장 신청


경찰이 화물연대 지도부 체포에 나선 가운데, 민주노총 사무실 압수수색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민주노총을 침탈할 경우 이는 사실상의 선전포고로 해석될 뿐만 아니라, 가맹조직인 운송하역노조의 투쟁이 민주노총 전체투쟁으로 옮겨 붙게돼 한판 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8월26일 운송하역노조 김종인 위원장과 정호희 사무처장 등 화물연대 지도부 16명에 대한 검거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16명 대부분이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민주노총 사무실과 부산 민주노총 부산본부 사무실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25일 부산본부 사무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은 데 이어 26일에는 민주노총 사무실에 대한 영장을 발부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이에 따라 26일 체포영장이 발부된 전국운송하역노조 지도부 8명을 검거하기 위해 서울 등 각지에 체포조를 급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노총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될 경우 이는 사실상의 노정관계 선전포고로 해석되며 노정간 갈등과 대립이 겉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달을 것으로 우려된다.

민주노총은 "김대중 정권 5년 동안에도 한 번도 없었던 일을 불과 6개월만에 저지르겠다는 것은 남은 4년 6개월 동안 노동계와 정면대결로 가겠다는 것으로밖에는 달리 이해할 길이 없다"며 "광기 어린 노동탄압으로 나아가고 말고는 노무현 정부의 선택이겠지만,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과 결과가 불러올 파국은 모두 고스란히 노무현 정부의 책임이 될 것임은 알고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찰은 김영삼 정권 시절인 지난 96∼97 노동법 총파업 때와 김대중 정권 당시인 2001년 대우차파업 때 민주노총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았었으며, 이 중 실제 영장이 집행된 것은 96∼97년 노동법총파업 때뿐이다.

경찰은 26일 오전부터 부산시 부산진구 범천1동에 위치한 부산본부 사무실 주변에 경찰병력을 배치시켰다. 부산본부에는 이에 따라 화물연대 등 1백여명의 조합원이 사무실에 모여 사수투쟁을 벌이고 있다. 화물연대는 지난 21일부터 부산본부 사무실에 파업상황실을 꾸렸었다.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사무실 근처에도 화물연대 조합원 2백여명이 순번을 정해 24시간 건물을 지키며 혹시 모를 침탈에 대비하고 있다.

한편 화물연대 파업 엿새째를 맞이하고 있는 8월26일 오전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업체가 강경대응책을 거두고 즉각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단병호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당국은 물류대란을 자초하는 위험천만한 강경대응책을 거두고 관련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즉각 대화를 재개해 최대한 빨리 협상을 타결 지을 수 있도록 앞장설 것"을 주장했다.

단 위원장은 아울러 "관련 운송업체들이 대화를 거부한 채 계약해지와 민사소송 방침을 밝히며 화물연대 조합원들을 협박하고 말장난에 가까운 선복귀 후협상 운운하는 것은 사태해결 의지를 의심케 하는 태도"라며 "운송업체 사용주들은 즉각 조건 없이 대화의 장에 복귀해 파업사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25일 경제신문 편집국장 간담회에서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집단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법과 원칙을 적용하고, 그 법이 옳든 그르든 그것도 묻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단 위원장은 "노동문제에 대한 이 같은 태도는 독재정권시절에나 가능한 상식이하의 위험한 발언이자 발상"이라며 "이 같은 잘못된 노사관이 오늘
노사문제를 극단의 상황까지 몰고 왔다"고 지적했다.

단 위원장은 이어서 "노 대통령 말대로라면 파업 해결을 위한 대화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관련 운송업체들과 건교부 산자부 관계자들이야말로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히 응징 받아야 한다"면서 "노무현 정부가 상식 이하의 노동정책을 고집한다면 노정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노조불인정, 지도부 16명 체포영장 발부, 경유보조금 지급중단 조치 등 강경 대응하고 있지만 평화적인 재택, 산개 투쟁을 계속하면서 단계적으로 대규모 집회 등을 조직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도부를 침탈한다면 화물연대는 민주노총과 연대해 강력 대처할 것이라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사태해결은 전적으로 정부와 운송업체의 태도에 달렸다고 밝혔다.

노동과세계 kctuedit@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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