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에는 이라크 현지인도 함께 했다. 카심씨와 살람씨가 그들이다. 이 중 평화팀 활동 기간 내내 평화팀원들의 가이드 역할을 해주고, 여러 면에서 헌신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카심 에이살만씨를 만났다. 전쟁이 끝난 지 4개월이 지난 지금도 혼란과 불안에 휩싸인 이라크. 아직 전쟁의 충격과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카심씨에게 조심스럽게 이라크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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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학생 신문
▲어떻게 평화팀 일을 돕게 됐나?
나는 이라크에서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한국 평화팀은 당시 상황 때문에 평화운동 단체 자격이 아닌 여행자로서 이라크에 입국했는데, 그것이 나와 만난 계기였다. 처음 그/그녀들을 봤을 때는 마치 사막 한가운데서 아무런 원조 없이 애써 뭔가를 하려는 사람들로 보였다. 나는 그/그녀들의 활동이 평화운동인 것을 알게 됐고, 나에게도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에 돕게 됐다.
아랍에서는 "아살라무 말라이쿰"이라는 인사가 있다. 이는 "당신에게 평화를"이라는 뜻인데, 이런 말을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아랍인들은 평화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나 또한 평화의 의미를 깊이 느끼고 있었기에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것이다.
▲ 전쟁 후 이라크의 현지 상황은 어떤가?
너무나 비참하다. 전기, 물, 생필품은 턱없이 부족하다. 직장도 잃었고, 무엇보다 안전을 잃었다. 전쟁 이후 안전의 문제는 심각한 수준인데, 유괴, 강간, 살인, 옛 정권 사람들에 대한 복수가 판을 친다. 생존이 위태로울 정도의 위기다.
사담(사담 후세인) 시절에는 배급을 받았다. 지금은 미군의 배급에 의존하고 있는데, 배급 량이 턱없이 부족해서 아이들이 매일 운다. 미국이 전쟁 중에 들여온 엄청난 기계와 인력은 전기와 생필품을 충분할 만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이라크주민들을 위해 쓰지는 않는다.
▲ 미군의 치안유지 활동은 없는가?
거의 신경을 안 쓴다. 오히려 미군의 존재는 딜레마다. 미군 가까이에 있으면 이라크 무장단체의 미군 공격에 덩달아 희생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공격을 받으면 미군은 이성을 잃고 총기를 난사해, 많은 민간인들이 다친다. 하지만 미군에게서 멀어지는 것은 도둑이나, 범죄가 들끓는 소굴로 가는 것과 같다. 이 역시 상당히 위험하다. 아마 당신은 이런 일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미군은 치안 유지와는 정반대로 부당한 위험을 양산한다. 미군은 정당한 이유 없이 이라크인들을 무단 체포한다. 연행을 할 때도 바닥에 눕히고, 손을 뒤로 묶고, 몸을 더듬어 수색을 하고, 얼굴은 천으로 가린다. 이런 일은 이슬람 사회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체포방식이며, 우리에게 상당히 모욕적인 것이다. 심지어 연행된 사람들을 커다란 컨테이너 같은 곳에 1백명씩 가두고, 하루에 한끼의 식사만을 준다. 씻을 수도 없고, 화장실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
민간인 연행 외에 민가에 갑자기 들이닥쳐 집안을 수색하는 것도 비일비재하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돈, 금 등을 비롯한 값진 물건들을 가져간다. 심지어 수색과정에서 여성의 몸을 더듬기도 한다. 이런 미군의 수색에 너무 놀라 임산부가 유산을 한 일도 있다.
한국에서는 두 청소년이 미군 탱크에 죽어서 엄청난 시위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라크에서는 거리에 가득한 미군의 탱크 때문에 죽는 사람이 수백명에 이른다. 치안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이들을 밖에 내보낼 수 없다. 하지만 전기가 없어 어둡고, 찜통 같은 집에 아이들을 거의 가두다시피 해야하는 것이 부모로서 너무 가슴아프다.
▲ 미군은 '독재로부터의 해방'을 전쟁 명분 중 하나로 내걸었는데
미국은 사담의 독재에 대해 언급할 자격이 없다.
지금이 더 비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91년 걸프전에서 미국은 모든 것을 파괴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독재자 사담은 두달만에 전기를 비롯한 생필품 생산을 전부 복구했다. 치안 상황도 지금보다 나았다. 그들이 말하는 독재자가 집권하고 있던 그때에 말이다. 실제로 전쟁 전과 초기에 몇몇 이라크인들은 미군을 환영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들을 점령군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초기에 환영한 사람들도 요즘 들어 전쟁 전보다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몸으로 느끼면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한가지는 고맙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IPT를 후원해줬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는 이라크인들에게 진정한 우정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가지는 안타까움이다. 한국은 이라크에 군인을 보내지 말았어야했다. 나는 한국군이 왔다는 말을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 왜냐하면 이라크에 와 있는 모든 군인들은 어쩔 수 없이 우리의 적이 되기 때문이다. 그건 이미 한국을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충격이었다.
수백개의 미사일과 폭격기가 공중을 휘젓는 장면이 전 세계에 영상으로 전해지는 전쟁은 끝났다. 이제 과거는 잊고 전후복구를 통해 안정된 삶의 궤도를 찾아야한다. 하지만 이라크인들에게는 새로운 삶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조차 없다. 율법으로 자살이 금지된 아랍. "자살이 허용됐다면 이라크의 모든 사람은 죽었을 것"이라는 카심씨의 말은 목숨을 이어갈 희망조차 가질 수 없는 참담한 전후 상황을 여실히 드러냈다.
수십년 전도 아니고, 바로 며칠전의 일, 그리고 다시 밟을 이라크 땅에서 마주해야할 전쟁의 참상을 감당하기 힘들었던 카심씨는 인터뷰 내내 눈물을 글썽였다. "이라크는 단지 석유가 많은 국가가 아니다. 이라크는 두개의 강(티그리스강, 유프라테스강)을 통해 쌓은 오랜 전통의 문명국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카심씨의 탄식 앞에서 '이들에게 들을 수 있는 것은 '아픔과 절망' 이외에 무엇이 있을까'라는 안타까움이 떨칠 수 없었다.
[통역 :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 허혜경, 은국]
대학생 신문 설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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