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인내심 시험하나

악법까지 동원하겠다니…


8월28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근로기준법 개악저지 양대 노총 3차 결의대회에 참가한 조합원이 가슴이 터져라 노동조건 후퇴 없는 주5일 쟁취를 외치고 있다. 이정원leephoto@nodong.org


"노동계 인내심 시험하나"

노무현 대통령 연일 노조에 '원색비난' 화살
대결적 노사관에 소신부족…'민간파쇼' 조짐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잇따라 노동계에 대한 매도성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법대로 대응해 나갈 것이며, 그 법이 옳고 그르든 이젠 그것도 묻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입밖에 내는가 하면, "민주노총은 정당성 없다"는 발언까지 앞뒤 가리지 않고 뱉어내고 있어 "일국의 대통령이 노정관계를 '힘겨루기'로 해석하며 너무 가볍게 행동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8월25일 6개 경제신문사 편집국장과의 인터뷰에서 화물파업 해법에 대한 질문을 받자 "단호하게 법과 원칙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며, 그 법이 옳고 그르든 이젠 그것도 묻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노 대통령은 더 나아가 "조직률이 낮은 상황에서 노동운동 지도부가 일반 노동자보다 훨씬 강경하고 과격하다"는 묘한 해석과 함께 "지금 같은 노동운동을 가지고는 노동운동을 지속해 나가기가 어렵다"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노 대통령은 또 2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민주노총의 활동은 정당성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그야말로 '적반하장격'이라는 것이 진보진영의 시각이다. 사태악화의 주범 중 하나가 바로 정부임에도 불구하고, 오직 "밀리면 안된다"는 오기 하나로 모든 책임을 화물연대에 억지로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이같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노무현 정부 노동정책이 임기 6개월만에 바닥을 드러내며 심하게 요동치더니, 과거 정권의 '노동배제'정책을 넘어 '민간파쇼화'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또 '선무당 노무현이 노동자 잡네' 제하의 성명에서도 "노 대통령이 노동문제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의 출발"이라면서 "노동문제에 직접 관여한 경험이라야 1987년 6월항쟁 직후 불과 몇 달이었고, 그것도 88년 초 총선에 출마해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어 "대통령의 노동문제에 대한 소신과 철학의 깊이에 대해 회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파업사업장 공권력 투입시기나 구속노동자 숫자도 과거 김대중·김영삼 정권을 훌쩍 앞질렀음을 지적하고 "사회갈등을 순리로 풀려는 성실함과 지극정성이 없는 권력의 아집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같은 노 대통령의 연이은 실언은 급락한 지지율 때문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최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0%대로 나타났다. 이는 출범 초기 때에 비해 반으로 떨어진 수치다. 이러다 보니 여론을 장악하고 있는 보수언론과 자본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동계를 재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언론개혁"을 외치면서도, 노동계를 매도할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보수언론의 찬사에 "맛을 들인 것 아니냐"는 '이중성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번 파업의 발단이 5·15 노사정합의 파기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태의 해결주체중 하나인 정부가 "그땐 너무 밀렸다"는 대결적 노사관에 빠져 초강수로 일관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민주노총은 "화물연대 파업 사태 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정부당국의 오기에 찬 강경대응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승철 keeprun@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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