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직장인 주부 최모씨(30)는 요즘 첫째 아이 출산을 앞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 계약직 일자리라 아이를 낳은 뒤 출산휴가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지, 출산 이후에도 아이를 어떻게 키울 지 걱정이다. 최씨는 "아이는 제주도 친정에 맡기고 우리 부부는 서울에서 맞벌이를 해야 한다"면서 "아이가 적어도 둘 이상 있었으면 하지만 현실적으로 더 낳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 처럼 아이를 낳고 싶어도 형편상 그렇게 하기가 어려운 사람이 많아지면서 국내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출산장려정책을 지금 당장 시작하더라도 경제력과 사회복지에서 앞서고 있는 선진국들에 비해 늦다"며 "출산율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은 만큼 적극적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낳고 싶어도 못낳는 현실=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부부의 평균 희망 자녀수는 2.1명으로 원하는 만큼만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현실이 되면 국내 출산율은 대체 출산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 출산율은 1.17명 수준이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보육시설은 2만2천여곳. 이중 국.공립 시설은 6%인 1,330개뿐이다. 5세 이하 어린이 3백72만명 가운데 실제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아이는 70만명(19%)에 불과하다. 또 보육시설 이용을 원하는 3세 미만 영아는 89만명이나 수용능력은 15만명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영아 74만명의 부모가 친정.시댁.보모 등 아이를 맡아줄 사람을 찾느라 애를 태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육아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가장 기초적인 비용만 계산해도 갓난아이의 한달 육아비는 35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여기에 아이가 클수록 교육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자녀 1인당 평균 양육비가 월 82만5천원으로, 이중 교육비(30만6천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또 여성이 직장과 가정에서 양립할 수 없도록 만드는 현실도 문제다.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평등의 전화'가 올 1.4분기 상담 내용을 분석한 결과 출산휴가.육아휴직.생리휴가 등 모성보호 관련 상담이 전체 730건 가운데 122건(16.7%)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8건.13.2%)보다 크게 늘었다. 이중 임신.출산.육아 등으로 인한 해고나 불이익 사례는 33건이었다.
◇적극적인 출산장려책 서둘러야=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연구원은 "경제력과 사회복지제도가 앞선 선진국에서도 대부분 출산율 1.8명에서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면서 "우리는 지금 대책을 세운다해도 일본에 비해 15년 이상 늦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인구정책을 적극적인 출산장려로 전환해 출산수당과 아동양육수당을 도입하고 자녀 출산시 소득공제 확대와 공교육비 경감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는 내년부터 만 6세 이하의 자녀 보육비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가 현재 2백50만원에서 4백만원으로 늘리고, 육아휴직 급여도 월 30만원에서 월 40만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세금공제 등의 소극적 방법이 아닌, 출산수당과 양육수당 지급 등 더욱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부부 한쌍당 결혼비용이 4천만원 이상 들어가는 현실을 감안할 때 신혼부부에게 장기저리의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모기지(mortgage)'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육시설의 확충과 안정성 확보, 육아휴직 등 여성의 모성보호 강화도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김승권 연구원은 "말로만 출산장려를 할 것이 아니라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도록 사회적 조건을 만들어주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환 기자yhpark@kyunghyang.com
■통계로 본 '저출산.고령화' 현주소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국내 가임 여성 1명이 평생동안 낳는 평균 자녀수(출산율) 1.17명은 2001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한 이탈리아(1.24명)보다도 낮은 수치다. 독일(1.29명), 일본(1.33명), 프랑스(1.90명), 미국(2.03명) 등 선진국들도 우리보다 높다.
27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70년에서 2001년 사이의 약 30년 동안 3.23명이 감소해 일본(0.8), 독일(0.7), 영국(0.8) 등에 비해 감소속도가 상당히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수를 나타내는 조출생률은 지난해 10.3명으로 2001년 11.6명보다 감소했다. 조출생률은 1992년 16.9명을 나타낸 후 계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2년 한해 동안 태어난 총 출생아수는 49만5천명으로 전년도 55만7천명에 비해 6만2천명이 감소했다. 특히 초혼연령 상승, 20대 가임여성 인구의 감소, 혼인건수의 감소 등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20대 후반의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25∼29세의 여성 1,000명 중 출산을 한 사람의 숫자는 2002년에 111.3명으로 2001년의 130.1명, 2000년 150.6명보다 크게 줄었다.
이같이 낮은 출산율이 지속됨에 따라 앞으로 인구감소는 물론 상대적으로 노년층 인구가 늘면서 심각한 고령화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구 자연증가율(조출생률-조사망률)은 92년 11.3명, 95년 10.6명을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에는 10년전인 92년의 11.3명의 절반 이하 수준인 5.2명으로 나타났다.
생산가능 연령인구(15∼64세)는 2000년 71.7%로 정점을 이룬 후 점차 감소해 2030년에는 64.6%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80년 중반 이후 지속된 출산력 저하로 인해 15∼24세의 젊은 노동력 인구가 2000년 7백69만7천명(22.8%)에서 2020년 5백87만8천명(16.4%), 2030년 4백81만7천명(14.8%)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도 2000년 기준 4천7백여만명인 국내 인구는 2023년 5천68만명으로 정점을 이루다 2050년 4천4백34만명, 2075년 3천2백52만명으로 감소한 뒤 2100년에는 현재의 48.9% 수준인 2천3백10만명으로 줄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생산인구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고 노인인구는 최고 4.5배까지 폭증하는 심각한 인구구조 불균형이 생겨날 전망이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100년에 총인구의 38%인 8백84만명으로 고령사회(총인구대비 14%) 기준의 2.7배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임영주 기자minerva@kyunghyang.com
■외국의 출산장려 사례,佛 신생아 1명당 100만원 보너스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 감소는 선진국들 사이에서도 오래 묵은 과제다.
저출산 및 고령화 문제가 단순한 국가경제의 활력 저하에 그치지 않고 국가 자체의 지탱을 가로막는 요인이라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장수대국 일본은 저출산 문제를 '유사 이래 미증유 사태'로 규정,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국토교통성 통계에 따르면 2002년 현재 일본의 출산율은 1.32명이다. 1980년대 2.0명이 무너진 뒤 90년대 중반부터는 1.5명 이하로 떨어졌다. 특히 도쿄(東京) 등 대도시의 출산율은 1.02명에 불과한 상태다. 지금같은 추세로 출산율 저하가 계속되면 2100년의 일본 인구는 현재의 절반인 5천만∼6천만명 정도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저출산 대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선 관련 예산(2004년 계획)만도 2천5백억엔(약 2조5천억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이 비용은 불임부부에 대한 치료비 보조(1인당 연간 10만엔), 아동복지시설 확충 등에 사용된다. 자녀수당도 확대 지급하고 있다. 현재 6세까지로 되어 있는 지급연령을 9세까지로 늘려 첫째와 둘째 아이에게는 매월 5,000엔(약 5만원), 셋째 아이에게는 1만엔(약 10만원)씩 지급한다. 초등학교 입학 전의 의료비(의료보험의 자기부담액)는 아예 무료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출산을 위해서는 결혼이 우선이라며 총각.처녀 맞선행사까지 주선하는 눈물겨운 노력까지 벌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와 함께 지난해부터 육아책임은 여성만이 아닌 부부가 함께 져야 하며 이를 사회가 뒷받침한다는 목표 아래 보육환경이나 여성 취업의 장애요인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늙은 대국' 유럽에서도 다양한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독일은 '가정과 직장의 양립'을 목표로 부모휴가제, 남성의 가사분담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일찌감치 저출산 문제를 겪은 프랑스는 '2세 출산을 책임질 수 없는 사회는 죄를 짓는 사회'(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라고 규정, 지속적인 출산장려정책을 통해 출산율을 90년대 중반 이후 상승세로 돌려놓았다. 재정지원도 다양하다. 출산 관련 비용은 전액 사회보험기금이 지원한다. 또한 신생아 환영수당(PAJE)제도를 통해 출산 보너스로 아이 1명당 800유로(약 1백만원)를 지원하는 데 이어 3세때까지 아이 1명당 매월 육아수당으로 160유로(약 20만원)를 지급한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직장을 그만둔 여성에게는 3년동안 매월 340유로(약 44만원)를, 직장을 계속 다닐 경우에는 탁아비용 중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도쿄/박용채 특파원pyc@kyunhj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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