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노동자 연대의 장으로

민주노총 정규직-비정규직 연대마당 개최


해 지는 울산역 광장 앞 (2003.9.03) CL-워킹보이스 김경란

지난 3일 울산역 광장에는 전국에 흩어져있던 1천여 명의 노동자들이 모여들었다. 민주노총이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에 연대를 통해 총자본의 분열 공세를 무력화 한다’는 결의를 다지기 위해 개최한 ‘비정규직-정규직 연대 결의대회 및 한마당’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전통적 노동운동의 메카였던 울산은 올해 또 다른 양상으로 변화를 겪고 있다. 현대자동차에 이어 현대중공업에도 사내하청노조가 만들어졌는가 하면 현대미포조선 내 용인기업 내주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이 불법파견을 사용해 온 것을 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조직화·노동권 확보의 장’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정규직노조 조합원과 비정규직 조합원이 전국적으로 결집하여 개최되는 결의대회를 울산에서 가진다는 것은 의미가 컸다.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이번 결의대회는 민주노총의 하반기 투쟁이 비정규직 투쟁으로 시작되는 것을 알리는 자리이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의 장을 열어가는 자리”라며 의미를 설명했다.

백순환 금속산업연맹 위원장은 “자본이 원하는 대로 노동자들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어져서 우리끼리 싸우면 안 된다”며 “오늘의 결의대회를 통해 모든 갈등이 해소되지는 않겠지만 자본의 분열의도를 극복할 수 있는 공감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체 3개로 나뉘어 진행된 연대마당에서는, 첫째 마당의 깃발입장과 둘째 마당의 문화공연, 셋째 마당의 비정규직노조 자기 소개의 시간이 이어졌다. 특히 셋째 마당에서는 비정규직·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차별철폐·정규직화·권리보장’등의 소망을 소원지에 담아 종이비행기로 접어 날리는 행사도 가졌다.

민주노총은 이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비정규노동과 차별'의 철폐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화 △비정규직 사업장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중지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한 본격적인 사업을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비정규직노조, 전국적 연대기구 만들기로
현장 비정규노동자들의 요구, 밑에서부터 모아내자



연대마당이 끝나고 대회에 참석한 비정규직노조 대표들은 곧바로 긴급한 모임을 가졌다.

모임에 앞서 단병호 민주노총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이제 비정규직 차별철폐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이제 비정규직노조들의 요구를 모아 비정규직 투쟁이 이기는 싸움을 해야 할 때”라고 첫 전국적 모임을 격려했다.

지난 6월에 체포되어 3년형을 구형받았다가 이날 집행유예로 출소한 홍영교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장은 “지금 아산공장은 하청노조 조합원이 26명이나 해고되는 등 노조 탄압이 극심하다”며 “이제 산발적인 투쟁을 넘어서 비정규직 투쟁의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라도 연대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광양제철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로 조직된 금속노조 삼화·태금지회는 “광양제철의 사내하청노조들은 87년 노동자 대투쟁의 물결을 타고 노조를 조직했지만 갈수록 원청의 해고를 남발하는 등 고용불안과 노조탄압이 심해지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 같은 비정규노조 활동가들의 고민을 모아 정종태 재능교육교사노조 위원장은 “이제부터라도 전국적인 비정규직 대표자회의를 정례화해서 각 사업장들의 상황을 공유하고 공동 대응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에 비정규직노조들은 중소영세비정규직노동자들의 노동권 침해를 외면한 채 국회를 통과한 주5일 근무제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 항의 성명을 공동으로 발표하는 것을 시작으로 전국적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공동대응의 단초를 열 계획이다.

재능교육교사노조, 이랜드노조, 방송사비정규직노조 등 초반 비정규직노조 운동을 주도했던 노조들이 서울에 본조를 두거나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다면 현재 생겨나고 있는 비정규직노조들은 울산, 광양 등 지방 대공장을 중심으로 한 사내하청노조의 급격히 증가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에 비정규직연대회의가 있지만 거리상의 제약으로 지방 신생노조들이 참여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때문에 늘 민주노총 비정규직 사업에 현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밑에서부터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이제 시작한 전국적인 비정규직대표자 회의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상황을 공유, 연대의 틀을 마련하고 현장의 요구를 모아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워킹보이스 김경란 기자 eggs95@kcw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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