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비 세계 10위권 한국 복지비는 131위

시민사회단체, 이라크 파병거부·국방예산 삭감·복지예산 확충 촉구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8% 국방예산증액 방침을 철회하고, 2004년도 국방예산을 2003년 수준으로 동결하거나 삭감할 의향이 있습니까?"
"미국의 전투병 파병요구를 단호히 거부하고, 나아가 이미 파병한 제마·서희부대도 본국으로 소환할 의향이 있습니까?"

정부가 '자주국방' 역량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내년도 예산안에 국방비를 대폭 늘려, 시민사회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민주노동당·사회진보연대·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하기/되기 등 6개의 정당·사회·학생단체들은 25일 국방비 증액과 미국의 파병요청에 대한 공개 질의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들은 질의서 전달에 앞서 단체 관계자 6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이날 정오 청와대 부근 청운동새마을금고 앞에서 집회를 열고, "노무현 대통령이 국방비 증액 방침을 철회하고, 미국의 이라크 전투병 파병 요구를 단호히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3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200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을 심의·의결하고 10월 2일 이전에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정부가 이날 의결한 내년도 예산은 117조5429억원으로,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을 합한 예산과 비교하면 2.1%(2조4천억원) 증가한 규모이며, 이는 경제사정을 고려한 '초긴축 예산'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가운데 '안보여건 변화에 따라 자주국방 역량 강화가 절실하다'는 명분으로 내년 국방비는 18조9412억원으로 8.1%(1조5천억원) 늘어났으며, 이는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특히 무기도입 등 전력증강사업 예산은 6조3000억원(9.8% 증가)이 배정됐고, 주한미군 재배치를 준비하기 위한 소요경비 2635억원이 반영됐다.

이에 대해 이들 단체는 공개질의서를 통해 "어려운 경제여건으로 초긴축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면서 증액된 예산(2조4천억원) 분의 60%(1조5천억원)를 국방비로 배정한다는 것은 타당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신용불량자가 300만명을 넘어서고, 청년실업률이 7.4%에 달할 만큼 피폐해진 서민경제를 감안할 때 매우 비합리적인 정책결정"이며, ▲군사비의 감소경향은 세계적인 대세이고 ▲자주국방론의 최대명분인 대북 군사력에 있어서도 남한이 우위를 점하고 있고 ▲'1998∼2002 국방중기계획'에서 밝혔던 '국방개혁을 통한 예산절감 노력'도 없이 국방예산이 증액되고 있으며 ▲전력투자비의 상당부분이 미국의 MD(미사일방어)체제 도입의혹을 받고 있는 무기들이라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국방예산증액의 논리는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미국의 이라크 추가파병 압력과 관련해 "(미국이) 대량살상무기의 존재에 대한 정보를 자의적으로 조작해 정치적인 곤경에 몰리게 되자, 이제 이라크의 재건과 민주적인 정부수립을 명분으로 내걸고 있다."면서 "이라크 내 민주적 정부의 수립은 이라크 국민들의 주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미국의 개입은 부당한 내정간섭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추가파병 계획에 대해 이들은 △지난 1차 파병시 정부가 내걸었던 북핵문제와 한미안보협의에 있어서, 유리한 지위획득을 통한 국익의 확보는 실현되지 않았고 △바그다드의 UN사무소가 두 번이나 폭탄테러를 당하고, 한달에 수십·수백명의 사상자가 속출할 만큼 급박한 이라크 상황에서, 한국군이라고 대량인명살상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UN차원의 이라크 파병결의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미국 주도의 이라크 침략 다국적군'일 뿐이지 결코 '평화유지군'의 성격을 가질 수 없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윤영상 민주노동당 평화군축운동본부장은 이날 집회 발언에 나서 "실업자가 300만, 100만원 월급을 받는 노동자가 1천만명에 달하는데, 복지예산을 늘리지는 못할망정 미국의 첨단무기를 구입하기 위해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스스로 반평화·반민중적 세력이 되려 작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지훈씨(사회진보연대)는 "미국은 민주·공화당을 막론하고 '한반도 전역 군사위기'라는 일관된 정책을 펴고 있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이라크에 파병을 해야 미국의 눈밖에 나지 않아 한반도 위기가 해결될 것이고, 파병을 하더라도 안전한 곳에 배치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유진씨(서울대 4학년)는 "최근 경제위기와 더불어 부모가 자식을 데리고 자살하는 사건이 속출하고 있다"면서 "현 국방예산은 1년 대학 등록금이 600만원이라고 했을 때, 300만명의 대학생이 1년간 무상으로 대학에 다닐 수 있는 금액"이라며, 복지예산 확충을 정부에 촉구했다.

그는 또 정부의 이라크 파병계획에 대해 "'국익'을 위해 전쟁을 해야 한다고 배운적이 없다"며 "(추가파병을) 유엔의 이름으로 국민을 현혹시키지 말라"고 비난했다.

한편 조영길 국방부 장관은 지난 23일 열린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이라크에 1개여단 3천여명을 1년간 파병할 경우 2천억원 규모가 들 것"이라며 "만일 파병하게 되면 (국방예산이 아닌) 정부 예비비나 별도의 예산을 편성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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