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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자만심도 2차 총파업 패배 이유 중 하나다.”
화물연대는 8월 2차 총파업을 ‘패배’로 공식 인정하고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5월의 1차 총파업 위력과 승리’마저도 2차 총파업 패배를 낳은 이유 중 하나였다는 뼈 아픈 평가를 내렸다.
지난 21일, 2차 총파업 돌입 한달만에 열린 3차 대의원대회에서 화물연대는 2차 총파업을 평가와 이후 투쟁 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대회는 김종인 의장 등 간부 13명에 대한 정부의 체포영장 발부와 개별등록제 등 화물운송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빼앗는 제도추진, 업체 측의 복귀한 조합원에 대한 화물연대 탈퇴 강요와 대대적인 운송계약해지 등 예고된 악재가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열렸다.
이날 화물연대는 “계약해지, 손배청구, 화물연대 탈퇴강요, 구속수배, 합의파기, 업무복귀명령제 도입 등 참여정부의 본질을 의심하게 하는 일련의 탄압은 강력한 저항을 자초할 뿐”이라며 “물류체계 개혁과 20만 화물운송노동자 생존권 보장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마지막 파업대오 2천여명...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화물연대 2차 총파업은 지난달 21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되었다가 이달 6일 오후 7시, 지도부가 정부의 ‘선복귀 후협상’ 원칙을 받아들이면서 16일만에 철회됐다.
지난 5월의 1차 총파업이 자타가 공인하는 것처럼 화물연대의 ‘완벽한 승리’였다면 이번 2차 총파업은 그 반대라는 것이 중론이다. 화물연대는 “5월과 달리 정권과 자본의 대대적인 탄압이 불 보듯 뻔한 상황임에도 정작 우리는 대비 없이 파업에 돌입했다”라며 “이로 인해 파업 참가 예상 조합원 수는 실제 참여율과 달랐고 이는 곧 내부 불신이 증폭돼 전술 구사의 어려움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실제 2차 총파업 돌입을 묻는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가 부풀려졌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운송하역노조 윤창호 조직국장은 “현장에서 중앙으로 투표결과를 보고할 때 이미 부풀려져 있었으나 중앙에서는 언론에 투표결과를 공개한 뒤에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라며 “게다가 중앙은 그 일을 공식보고로 받은 것도 아니며 지금도 정확히 얼마나 되는 수치가 부풀려졌는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이와 관련해 “무리한 총파업 강행이 가장 큰 이유”라며 “총파업 결의를 대외적으로 과시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따른 것”이라고 평했다. 이처럼 2차 총파업이 ‘하지 않아도 될’ 투쟁이라는 판단을 했으면서도 ‘이러저러한 정황’에 밀려 돌입해 패배한 투쟁이라는 것이다.
김종인 화물연대 의장은 “패배한 수장이 무슨 할 말이 있는가, 2차 총파업을 철회하며 모든 책임을 진다는 뜻에서 자진출두할 생각이었다”라면서도 “그러나 조직의 안정적인 유지와 이후 투쟁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기출두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데 동의해 11월 3차 투쟁과 2기 집행부 구성 이후로 출두 시기를 조정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5월 총파업 시기의 포항과 부산지부의 ‘돌발행동’이 이번 파업에서도 나타나 중앙지도력에 한계를 보였다. 지난 1일 전국 동시다발 집회를 끝낸 뒤 경인ICD, 부산 등 지부에서 중앙의 방침과 관계 없이 차량을 이용한 기습도로점거 시위를 벌인 것이다.
이와 관련, 오윤석 경인지부장은 “9월 1일 밤 10시부터 이튿날 새벽에 있었던 차량시위는 지난 5월 파업의 포항과 부산지부의 산개투쟁처럼 중앙의 지침에 의한 ‘봉기’가 아니었다”라며 “중앙은 산개투쟁과 재택투쟁으로 가능한 합법파업을 유지하며 교섭으로 사태를 해결하려는 입장이었으나 파업이 지속되면서 여론이 악화되고 생계 위협에 부딪치자 현장의 위기감이 터져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오 지부장은 “그러나 5월의 경우처럼 중앙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 그러니까 허용하지 못할 수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날씨도 화물연대의 ‘적’이었다. 화물연대는 “이번 2차 총파업은 우리의 전술이 미흡했던 점과 정권과 자본의 악랄한 공세말고도 오랜 우기도 한 몫 했다”라며 “또한 2차 총파업 철회 뒤 정부와의 교섭도 진척이 없었던 이유 중 하나도 태풍 ‘매미’로 인한 피해를 수습해야 하는 건교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올해 유난히 잦은 비는 시멘트 수요를 낮췄고 화물연대의 2차 총파업은 관련 업체측의 버티기를 거들었다. 이는 곧 ‘복귀율’ 논란을 빚으며 여론악화로 이어졌고 화물연대는 ‘울며 겨자먹기’로 하늘을 원망했다.
10월 한달, 조직 강화에 총력 기울인다
진 싸움은 이미 지나간 싸움이다. 화물연대는 “5월 승리를 우리의 전부라고 여겨 자만했던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3차투쟁을 철저하게 준비하자”라며 “교섭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질과 내용을 높여 차후를 도모”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운반단가 협상에 대한 업체 측의 한층 완강한 입장과 조합원에 대한 대규모 운송계약해지 공세가 시작됐다. 정부 또한 화물운송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묶어두는 전략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점에서 소모적인 역량 소진과 여론싸움에 휘말리지 않고 내부다지기에 몰두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구속된 간부들과 자진출두하는 간부들, 출두시기를 조정하는 간부들을 둔 화물연대로선 다른 방도도 없는 방안이다. 최소한의 간부로 2선을 준비하고 조합원 이탈을 막는 동시에 조합원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화물연대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간부 중 김종인 의장과 정호희 운송하역노조 사무처장, 윤창호 운송하역노조 조직국장, 박정상 화물연대 교선부장의 출두는 당분간(조직 정비 이후로) 미뤘다. 그러나 오윤석 경인지부장을 비롯한 9명의 간부들은 24일 화물연대 차원의 공식 절차를 거쳐 자진출두할 예정이다.
이는 2선이 안정적으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수배기간이 장기화되는 것도 조직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는 앞으로 지난 1년여 동안 끊임없이 제기된 문제점, ‘현장 장악 부재’를 극복하기 위해 ‘지부-지회-분회’단위에서 현장과 밀접한 분회 강화, 중간간부 육성 등에 나선다.
부산지부의 경우 5천여명의 지부원을 거느린, 명실상부한 화물연대의 제 1지부다. 그래서 지난 5월 파업과 8월 파업에서 제 1지부다운 ‘힘’(?)을 보여주며 화물연대의 진로에 어떤 식으로든 막대한 영향을 미쳐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 ‘힘 있는’ 부산지부도 중앙의 지침에 의한 지역집회에 5천여명 중 2천 5백명 정도만 참여하고 의사결정을 위한 지부 총회에는 1천여명이 참여할 뿐이다. 특히 이번 8월 파업은 1천 5백여명만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현장 장악 부재’ 문제는 자타가 공인하는 ‘급조된 거대한 조직’, 화물연대가 충분한 조합원 교육과 중간간부 육성을 병행하지 못해 몸과 마음이 하나된 ‘노동자’로 단련되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또 ‘화물운송노동자 특유의 개별성’으로 꼽히는 ‘조급성’이 당장의 손에 잡히는 성과에 급급해 법제도개선 같은 중장기과제나 갖은 절차를 거치게 마련인 교섭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조합원 수 급감 대비
10월 한달 현장 추스르기에 나서야 한다고 자체 결론을 내린 화물연대는 출범 1주년을 맞는 올 ‘10월 27일’도 조용히 지나가기로 했다. 일부 지부에서는 “다른 날도 아니고 우리 생일인데, 거창하게는 아니라도 케이크는 먹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농반진반 문제제기를 했다. 그러나 논의 결과, “11월 9일 노동자대회에 집중 결집하기 위해 작은 여력이라도 모아둬야 한다”라며 별도의 ‘생일파티’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처럼 화물연대가 ‘모질게’ 결의한 이유는 일부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계약해지, 교섭 난항 등 상황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는 점에서 급격한 조합원 탈퇴를 대비해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2차 총파업 돌입 시기 3만여명을 넘던 조합원이 현재 조합원이 2만 3천여명으로 ‘2차 총파업 패배로 인한 조직와해’가 당장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위수탁지부의 조기복귀’로 내부 불신이 싹을 틔웠고 2차 총파업 철회 뒤 포항지부 삼일지회 등 일부 조합원이 업체측의 강요로 탈퇴절차를 밟았다.
이와 함께 급격히 늘어난 조합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조합원의 편리를 위해 유류구매카드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현재 조합비를 관리하는 cms방식은 조합원이 1만여명일 때까지는 가능하지만 그 이상이 되면 효율적이지 못하다”라며 “최근 최고 3만여명까지 조합원이 늘어났고 화물연대가 20만 화물운송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유류구매카드는 적절히 이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개별등록제,업무복귀명령제 결사 저지”
사실 화물연대는 정부와 재계의 강력한 ‘선복귀 후협상’ 요구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그럼에도 화물연대는 “화물운송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묶어 노동자성을 빼앗고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막을 작정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개별등록제와 업무복귀명령제’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듭 밝혔다.
물론 화물운송노동자에게 ‘노동자성 인정 투쟁’은 익숙치 않은 과제다. 당장의 생계와 여론에 흔들리는 화물운송노동자에게 ‘노동자’라는 이름은 ‘내 차 주인은 나’라는 염원에 꺾일 가능성도 솔직히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지난 1년여와 마찬가지로 화물연대가 일정 정도 급박한 상황에 휘둘릴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진짜 노동자로 거듭나기‘는 장기전망으로 잡아야 할 듯 하다.
이에 화물연대는 민주노총의 비정규투쟁에 적극 참여하고 간부들부터 관련 교육, 지역단위 연대 확대 등의 ‘대내외 정비’를 계획하고 있다. 또 화물연대는 제도개악을 막는 법안 마련을 위해 의원입법, 국정감사, 관련 학계토론회 등을 유도하고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민변, 학계 등 노동시민사회단체와의 적극적인 연대도 병행할 계획이다.
“11월 9일 노동자대회 결집이 3차 투쟁 잣대”
이날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2차 총파업이 '패배'만은 아니다.패배는 화물연대를 한층 강력한 조직으로 만들 것이며 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자"고 말했다.
11월 9일 노동자대회는 화물연대의 ‘3차 투쟁’을 가늠하는 자리가 될 듯 하다. 화물연대는 “언론과 보수세력, 화물연대 조합원과 비조합원들에게 2차 총파업 패배를 거친 화물연대의 건재는 초미의 관심사”라며 “10월 조직정비와 조합원 수 변동 여부에 따라 11월 9일 서울 집결이 판가름될 것”이라고 밝혔다.
11월 9일 노동자대회 대규모 결집을 성사시켜야 화물연대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리고 이 힘으로 11월 국회 일정에 맞춘 제도개선투쟁에 돌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화물연대에게 이 일은 “현재 조직력으로는 전력을 다해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 뿐 아니다. 화물연대는 “11월 노동자대회 집결? 그거, 민주노총 총파업에 화물연대가 동원되는 것 아니냐”라는 내부 불신과도 싸워야 한다. 지난 1년여의 짧은 투쟁이 화물연대 조합원에게 남긴 것 중 하나가 ‘위력’의 상징인 민주노총에 거는 기대가 컸던 만큼 민주노총이 화물연대를 지지하는 수위에 대한 ‘서운함과 오해’였던 것이다.
한 예로 지난 7월 양대 노총의 ‘주5일근무 도입 저지를 위한 총파업’ 대오에 대규모 화물연대 조합원이 참여했다. 이 경험은 화물연대에게 “우리도 민주노총”이란 자부심과 든든함을 주기보다 동석한 정규직 대오의 빈약함, 화물연대 2차 파업 실패 등의 요인이 겹쳐 민주노총의 ‘위력’에 실망과 서운함을 남겼다.
물론 이 같은 ‘동원’ 논리는 정확한 판단이라 볼 수 없다. 문제는 현장이 이런 논리에 쉽게, 무참히 흔들린다는 데 있다. 화물연대 집행부가 목이 쉬도록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해도 현장이 이를 가슴으로 받아들이기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이정영 민주노총 조직국장은 “화물연대 투쟁이 올해 투쟁에서 그 어느 투쟁보다 중요하고 긴박했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총연맹이 단위조직의 ‘보름 파업’에 ‘신속하고 확실하게’ 지원하는 것은 구조상 불가능하다”라며 “가령 지난해 발전노조는 석달 파업했다. 막말로 이번 화물연대 2차 총파업이 석달 끌었다면 총연맹이 안 붙었겠는가”라고 역설했다.
또 이 국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에 대한 화물연대의 기대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민주노총 또한 싸움에 패배한 화물연대에 대한 ‘면구스러움’을 어떻게 극복하고 발전시킬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화물연대는 ‘패배의 고통은 심장을 후벼 파듯 혹독하다’고 토로했다. 승리도 패배도 처음이었던 화물연대가 ‘패배의 쓴 잔’을 잊지 않고 반드시 일어서겠다며 선언한 ‘11월 대반격’, 3차 투쟁이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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