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조사단, "손배가압류·부당노동행위가 원인"

한진중, 3년간 흑자 대주주 거액 배당…조합원 임금동결·정리해고

*민주노동당 진상조사단[사진-참세상]

[9신: 21일]

故 김주익 한진중 지회장 사망사건과 관련, 현장을 방문해 진상조사를 진행한 민주노동당 진상조사단(단장 이덕우 변호사)은 21일 이 사건은 회사 쪽의 가압류와 손해배상소송, 극심한 부당노동행위를 통한 노조탄압이 주요 원인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진상조사단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민주노동당 당사에서 '한진중공업 김주익 지회장 사망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지상조사단은 또 ▲노동자를 과도하게 착취하는 한진의 경영방식 ▲손배가압류를 제한하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지 않은 정부와 국회의 직무유기 ▲대통령과 언론의 무책임한 '노동귀족론' 등이 이 사건의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회사 쪽은 지난 1999년 구조조정 이후 단기순이익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다시 600여명을 정리해고 하고, 138명에게 교육 발령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故 김 지회장은 20일 넘는 단식농성을 벌였으나, 정리해고를 막지 못해 자책감을 떨쳐버리지 못했다고 한다.

또한 당시 파업으로 故 김 지회장 본인의 주택에 약 7억4천만원의 가압류가 실시되고, 급여에도 가압류가 실시돼 그해 12월 실수령액이 13만여원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는 현재 올 4월부터 조합간부 개인에 대한 가압류(급여부분)를 해제한 상태이지만, 노조 조합비에 대한 전액 가압류는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이번 조사에서 근로감독관에 따르면 지난 7월 부산지방노동청장 입회 하에 한진중 노사는 2002년 단체협상안에 대해 상당한 의견접근이 이뤘으나, 회사 쪽이 특별한 이유없이 합의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쪽은 또 방위산업체란 이유로 특수선 지회 조합원들에게 손배가압류와 고소고발, 징계의 내용이 담긴 '파업참가자 법적절차 착수통보'를 보내면서, 조합원 개개인에게 전화까지 해 150억원 손해배상청구를 하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이번 파업에서 특수선 지회 조합원들이 대거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진상조사단은 이번 사건의 원인의 하나로 "노동자를 과도하게 착취하는 한진의 기업운영"에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는 2000년부터 3년간 각각 97억원, 93억원, 239억원 흑자를 기록하면서 2000년도 당기순이익의 2배, 2001년도 당기순이익의 1.5배를 주주들에게 배당한 반면, 정리해고와 더불어 지난해부터 조합원들의 임금을 동결했다.

이에 대해 진상조사단은 "한진중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이 동종업종에 비해 41-97만원 차이가 난다"면서 "(주주들의) 배당을 늘리기 위해 회사 쪽이 구조조정과 인원감축을 단행하는 방식을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조남호 회장(지분율 13.01%) 등 친인척이 20-30억원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조사단은 덧붙였다.

사용자 손배가압류 남용 제한토록 근기법 개정돼야

또한 진상조사단은 회사 쪽의 손배가압류 남용을 제한하는 법률 개정에 정부와 국회 등 정치권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상조사단은 지난 1월 두산중공업 故 배달호씨 분신사망 사건 이후 시민·사회단체들이 근로기준법 개정을 요구했으나, "이를 시정하겠다고 방침을 천명한" 정부와 국회가 법률 개정을 외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노동자들의 권익향상을 위한 정당한 노동운동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대기업노조의 '집단이기주의'를 지적하고, 이에 언론과 자본이 '노동귀족'하면서 흑색선전을 하는 사회분위기가 한진중공업이 아무런 거리낌없이 노조를 탄압하도록 유도했다고 진상조사단은 주장했다.

조사단장 이덕우 변호사(민주노동당 인권위원장)는 이날 "구조조정의 결과 노동자의 희생으로 기업이 회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혜택은 회장을 비롯한 주주에게 돌아가고 노동자에게 임금동결과 정리해고만이 주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또 "전근대적인 노사관을 가진 사용자들의 태도가 큰 문제"라면서 "故 배달호씨 사건 이후 8개월이나 지났지만, 정부가 무대책으로 일관해 이런 사태에 또다시 이르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후 좀더 치밀한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회사 노무담당 이사를 고소하고, 별도로 당 차원에서 한진중공업을 고소해 처벌받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노조간부에 대한 구속 등 처벌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데,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사용자(경영자)에 대한 처벌은 미미한 상황"이라며 "부당노동행위는 엄중하게 처벌받고 구속된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조사단 차원에서 노동·법무부장관과의 면담을 추진해 이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진상조사는 지난 18-19일 이틀간 사건현장 조사와 함께 노조측 관계자, 유족과 친구, 사측 노무담당 관계자, 부산지방노동청 근로감독관 등에 대한 면담과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서, 월급명세서, 임금자료현황 등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이날 민주노동당 중앙당사 발표에 앞서 오전 10일 부산 한진중 현장에서 결과 발표가 있었다. 진상조사단은 노동·법무부장관 면담 이후 추가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종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