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 많죠.
제때 먹이고, 기저귀 갈아주고, 대소변 도와 씻겨주고, 놀아주고, 집안 청소도 해야 하고….
공직에만 있었다면 아이를 키우는 즐거움과 괴로움을 전혀 몰랐을 겁니다.
집사람의 어려움을 조금은 알겠더라고요.
집안일은 앞으로도 아내와 같이 해야죠.
박사논문 쓰느라 정신없는 아내를 대신해 6개월간 육아휴직을 했던 지방경찰청 조모 경위.
딸아이가 7개월일 때부터 13개월 될 때까지 주로 낮시간대에 아이를 맡은 뒤 최근 복직했다.
그는 직접 아이를 키우는 보람을 “주변에 비슷한 고민을 하는 공무원이 있으면 적극 권장하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남성, 그것도 경찰간부의 육아휴직에 대해 주변의 인식이 상당히 좋아졌어요.
핵가족 사회에서 둘 중 한 사람은 애를 돌봐야 하는데 그걸 여성에게 전담시킬 수는 없거든요.
하지만 즐겁게 자랑을 늘어놓던 조 경위는 ‘아이를 직접 보살피는 사진을 신문에 내자’는 제안에 “내 이름도 쓰지 말라”며 갑자기 손사래를 쳤다.
당장 파출소나 경찰서에서 대민업무를 해야 하는데 신문에 나면 사람들이 ‘아이 키운 공무원’이라는 선입견을 가질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육아휴직 공무원들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남성 공무원도 급증 추세다.
하위직 공무원뿐만 아니라 중앙부처 서기관(4급)과 경찰청의 경감 등 중상위 공무원들도 아이 키우기를 위해 휴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2002년에 육아휴직 대상 남녀 공무원 5만6329명을 대상으로 육아휴직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육아휴직자는 2001년의 1188명보다 64.07% 늘어난 1854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여성은 1742명, 남성은 112명이다.
〈표참조〉
남성이 아이를 키울 때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일까.
경제부처 P 사무관의 설명.
“갓난아이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특히 아이가 젖 달라고 울 때 아빠는 아무리 해도 모유는 줄 수 없잖아요.
우유는 싫다고 울기만 하고….
그럴 때 무력감에 빠져들죠.
지난 4월 휴직해 여섯 달 동안 주로 낮시간에 22개월 된 아들을 혼자 키워온 서울시 중랑하수처리사업소 소속 홍성주(洪誠珠·9급)씨.
그는 지난 12일 약사인 부인이 미국에 어학연수를 떠나 이제부터 내년 4월까지는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아이를 키울 예정이다.
그도 “모유를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가 짜증낼 때 가장 안타깝다”면서 “그래도 아들이라 함께 공놀이를 하면 운동신경 발달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 2월 복직한 경제부처 권모 계장.
“아이가 두 달쯤 됐을 때 갑자기 결핵 증세가 있어서 재취업이 어려운 은행원인 아내 대신 내가 휴직하고 10개월간 키웠죠.
정부에서는 육아휴직 수당으로 매달 30만원씩 지급하지만 그걸로는 엄청 쪼들릴 수밖에 없어요.
승진시 불이익이나 주변의 인식도 육아휴직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수도권 시청의 K계장은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은 내가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무척 걱정하셨으나, 나중에 승진할 때 1년 늦어지는 것 이외에는 복직할 때 아무런 불이익도 없었다”고 말했다.
행자부 김혜순(金惠順) 여성정책담당관은“육아휴직 문제로 승진이나 부서배치 등에 있어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제도화돼 있어 남성 공무원 육아휴직이 당분간은 급증할 것 같다”고 말했다.
/李恒洙기자 hangsu@chosun.com
<표>◇공무원 육아휴직 현황 <행자부 여성정책담당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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