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삼성생명 해고노동자와 사회단체 관계자 20여명이 이 회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회사 쪽 관계자들(사진 왼쪽)이 이날 기자회견을 가로막고 있다. [참세상]
(주)삼성생명보험 관계자들이 이 회사 앞에서 예정돼 있던 기자회견을 가로막아 물의를 빚고 있다.
26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삼성생명 해고노동자들과 정당·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7일 오전 11시반 서울 중구 퇴계로2가 삼성생명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지려 했으나, 이 회사 관계자 10여명이 회견 장소가 삼성생명 소유지라는 이유를 들어 이를 가로막았다.
이로 인해 기자회견은 20여분간 지체됐으며, 회견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이 회사 관계자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서있는 참석자들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등 비상식적인 행동을 보였다.
삼성생명 한 관계자는 이날 기자회견을 막은 이유에 대해 "회사의 허락도 없이 사유지에서 집회를 여는 것부터 잘못"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집회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집회의 경우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도록 돼 있으나, 기자회견은 신고할 의무가 없다.
또한 이곳이 회사 소유지라고 하더라도, 건물 앞 사방 30여m 의 공간은 보도와 마찬가지로 부근 직장인들과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던 곳이라는 점에서, 이날 회사 쪽의 행동은 과잉 대응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다.
또다른 관계자는 '회사 소유지가 어디까지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답조차 하지 못했다. 회사 쪽은 또 이날 기자회견과 관련해 "여기는 우리땅", "소음을 측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이날 기자회견은 회사 쪽과 단체 관계자들간의 실랑이 끝에 10여분만에 끝났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삼성생명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게 △대화에 나설 것 △손배가압류 철회 △해고노동자 원직복직 등을 요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삼성생명의 여성차별과 인권탄압, 공권력의 집회신고 불법개입에 대해 직권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또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현 노동정책을 즉각 개혁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에 대해 윤진열 삼성생명해복투 위원장은 "(해고노동자들이)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한 지 26일째가 되는데, 사측은 대화의 의지조차 없고 기자회견까지 방해하고 있다."며 "죽음을 각오하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형탁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원직복직을 위한) 지난 5년간의 싸움에 이어, 목숨을 건 무기한 단식농성이 26일째 접어든 상황에서 기자회견까지 방해하는 것은 명백히 탄압"이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삼성생명 해고자들이 장기간 단식농성으로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며, 목숨을 잃을지도 모를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며 "오늘 기자회견 방해는 삼성이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해결할 의지도 없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가가 이 문제를 나서서 들어줘야 함에도, 국가인권위마저 외면하고 있다."며, "삼성그룹을 대상으로 전체 노동자가 압력을 넣어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삼성, 직원명의로 건물 앞 집회신고
한편 삼성생명 해고노동자들의 원직복직 요구와 관련, 이날 회사 쪽의 과잉반응은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회사 쪽은 해고노동자들이 건물 주위에서 집회를 하지 못하도록, 지난 2000년 3월과 6월 삼성생명 본관과 종로타워(국세청 입주)에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 대사관을 각각 유치했다. 대사관 부근 100m 이내의 집회·시위를 금지시키는 법규정을 교묘하게 이용한 것.
그러나 지난달 30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주선희 재판관)는 "국내주재 외국의 외교기관 청사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백미터 이내의 장소에서의 옥외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집시법 제11조 1호 중 '국내주재 외국의 외교기관' 부분이 헌법에 위반한다고 결정함에 따라, 이 조항은 이날로 법률로서의 효력을 상실했다. (<인권하루소식> 10월 31일자 보도 인용)
그동안 삼성생명 해고자들은 이 법 조항으로 인해 본관 부근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집회를 진행해 왔다. 회사 쪽은 이 집회마저 막기 위해 이곳에 한주 4일간(화·목·토·일) 집회신고를 하기도 했으며, 헌재 결정이 나오자 삼성그룹 본관과 삼성생명 건물 앞에 삼성직원 명의로 '에너지절약 및 환경보호 캠페인'을 향후 1년간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민주노총 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는 "남대문경찰서 관계자가 삼성생명을 대신해 집회신고를 해줬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까지 일고 있다.
회사 쪽이 이날 본관 앞에서 예정돼 있던 기자회견까지 막은 것도 이러한 일련의 행태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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