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린 지난 9일 저녁, 종로2가 종루(종각) 앞에서 경찰이 보도 위에 있던 참가자·일반시민들을 밀어내고 있다. 보도 위에서 경찰이 방패를 휘두르자(가운데), 한 노동자가 '그만하라'며 손을 내젖고 있다(왼쪽). 이들은 경찰을 피해 종루 울타리를 넘어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일부 시민들은 보도 위에서까지 진압을 하는 경찰에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참세상 자료사진]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의 강경 폭력진압과 관련해 인권단체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 대응에 나섰다.
다산인권센터·민주노동당인권위원회·인권운동사랑방·장애인이동권연대·천주교인권위원회 등 30개의 인권단체들은 노동기본권·이라크 파병·테러방지법 제정 등의 문제와 함께 경찰의 폭력진압에 대해 공동대응하기로 했다.
인권단체들은 오는 22일까지 공동행동주간으로 설정해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의 폭력을 모니터 할 예정이다. 특히 부안을 비롯해 그동안 각종 집회에서 서울시경 제1기동대의 폭력진압 사례를 수집, 보고서를 작성해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고 이를 해체하기 위한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인권단체들은 1기동대의 행위에 대해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가로막고, 참가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시민들까지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며, 이는 "야만적인 국가폭력"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인권단체들은 앞서 지난 9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인권침해감시단'을 구성, 운영한 바 있다.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상임활동가는 "경찰의 폭력진압과 관련해 인권단체들이 밀착 조사를 벌이고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고 "정보공개청구와 고소고발, 인권위원회 제소 등을 통해 1기동대를 해체하기 위한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장비사용규정, 강경·폭력진압 여지 제공해
그는 또 "(경찰이) 바닥에 간 방패를 (시위대에) 휘둘러 중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찰이 자체 운영규정마저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경찰장비사용규정)에 의하면 "경찰장비는 통상의 용법에 따라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이를 이용해야"(3조) 하고, "경찰관은 불법집회·시위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타인 또는 경찰관의 생명·신체의 위해와 재산·공공시설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경찰봉 또는 호신용 경봉을 사용"(6조)하도록 돼있다.
또 "경찰관이 경찰봉 또는 호신용 경봉을 사용하는 때에는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경찰봉 또는 호신용 경봉을 사용할 수 있다"(7조)는 주의사항이 담겨 있다. 정리하자면, 경찰이 진압장비를 사용할 경우 '방패가 아닌' 경찰봉이나 호신용 경봉을 사용해야 하며, 이 또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집회현장에서 경찰과 시위대간의 마찰이 발생한 경우 경찰은 방패 하단을 이용해 비무장 상태인 시위대를 내려치곤 했다. 나아가 시위대와 대치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방패 하단을 바닥에 문질러 날을 세우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렸던 지난 9일 시위에서 경찰에 의해 중상을 입은 참가자 56명 대부분이 얼굴 등 주로 머리부분에 큰 부상을 입어, 경찰이 의도적으로 시위대의 머리를 겨냥해 방패와 곤봉을 휘두르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경찰폭력 부상자 규모와 정도 갈수록 커져
이와 관련해 이들 인권단체와 57개 사회단체로 구성된 '손배가압류·노동탄압분쇄,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아래 범대위)는 11일 정오 서울 경찰청 앞 기자회견을 통해, 경찰장비사용규정이 강경·폭력진압의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1일 정오 비가 내리는 가운에 '손배가압류·노동탄압분쇄,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 대표들이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이들은 "규정 내용이 모호하고, 폭력진압을 방지할 수 있는 조건이 미비하다."면서 "마련된 기준 또한 제대로 준수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경찰관이 경찰장비를 사용하여 부상자가 발생한 경우에는 즉시 구호 기타 필요한 긴급조치를 취하여야 한다'(21조)는 규정을 경찰이 준수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최근 서울시경 1기동대를 앞세운 경찰의 폭력진압 사례를 열거했다.
"지난 6일 파업 결의대회 이후 거리행진을 하던 노동자들과 시민학생들을 경찰이 특수기동대를 앞세워 방패와 곤봉을 휘두르는 등 무차별 폭력진압으로 코뼈가 부러지고 머리가 터지는 등 50여명이 큰 부상을 있었으며, 같은 날 전주 집회에서도 40여명이 경찰폭력에 부상당했다."
"7일에는 부안 핵폐기장 반대 촛불시위장에 (경찰이) 난입해 주민 30여명이 다쳤고, 9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도 110여명이 폭력 연행되고, 100여명이 다쳤으며 이들 중 50여명은 중상을 입었다."
"10일 국회 앞 농민집회에서도 경찰의 (군화발로) 밟혀 (농민들이) 허리를 심하게 다치고, 방패와 곤봉에 맞아 머리와 얼굴 등을 심하게 다치는 등 부상자가 속출했다."
구체적인 예로,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렸던 9일에는 오산 이주노동자센터 장창원 목사는 코뼈가 함몰되고, 늑골이 손상돼 호흡곤란을 겪고 있으며 무릎관절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태다. 또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 조합원 강 모씨는 갈비뼈 두 대가 부러지고, 그중 한 대가 폐를 찔러 수술을 받았다.
이들은 "대부분의 부상자가 두 곳 이상 부위에 상처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고, 연행자들도 대부분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며 "부상자 규모와 정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강경 폭력진압의 근본적인 책임은 노무현 정권에 있다"며, ▲경찰의 과잉 폭력진압을 중단하고 사과할 것 ▲제1기동대를 해체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 ▲강경대응 방침을 철회하고, 연행자를 석방할 것 ▲손배가압류·비정규직 차별·한칠레FTA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 ▲노동자·농민·빈민의 생존권을 보장할 것 등을 정부당국에 요구했다.
<참세상방송국>은 지난 2001년 4월 발생한 대우차사태 당시 살인적인 진압을 자행한 서울지방경찰청 제1기동대와 관련, 같은해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심층 보도한 바 있다. 아래 '관련기사'는 당시 본지에 연재된 기사·동영상이다. (편집자 주)

△9일 교보문고 앞, 경찰이 시위대를 주시하며 방패 하단을 바닥에 문지르고 있다. [참세상 자료사진]

△종로1가 부근 도로에 쓰러져 있는 한 노동자를 경찰이 집단으로 방패와 곤봉으로 내려치고 있다. [참세상 자료사진]

△경찰에 진압된 시위대가 머리에 손을 올리고 웅크리고 앉아 있다. 시위대 사이에 한 노동자가 쓰러진 채 방치돼 있다.(왼쪽 가운데) 이를 목격한 시민들이 경찰에 거세게 항의, 20여분 후 그는 병원으로 급히 후송됐다. [참세상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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