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방 앞둔 이주노동자 잇단 자살

정부의 이주노동자 강제추방 정책이 부른 사고 4년 이상 체류·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해야


△'강제추방·단속을 중지하라', 지난 9일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민주노총 평등노조 이주지부 소속 한 이주노동자가 선전물을 들어보이고 있다. [참세상 자료사진]

오는 16일부터 시작되는 4년 이상 '불법체류' 이주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대대적이 단속을 앞두고, 강제추방의 불안에 시달리던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12일 오전 7시 45분경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에 위치한 한 중소업체에서 일하던 방글라데시인 네팔 비꾸(34) 씨가 공장 안에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동료 이주노동자가 발견했다.

故 비꾸 씨는 1996년 11월 입국해 합법화 대상에서 제외된 4년 이상 '불법체류자'로서, 그동안 강제출국당할 것을 걱정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과세계>(news.nodong.org) 12일자 보도에 따르면 같은 공장 동료 디로 씨는 "(회사측이) 16일 이후 문제는 책임질 수 없다고 밝혔다"며, 고인은 가끔 농담처럼 "죽어도 한국에서 죽고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앞서 지난 11일 오후 7시 반경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신흥2동 지하철 8호선 단대오거리역에서 스리랑카인 치란 다라카(32) 씨가 모란역 방면으로 향하던 전동차가 진입하는 순간 선로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故 다라카 씨는 1996년 1월 산업연수생으로 입국, 4년째 천막을 제조하는 경기도 광주의 한 업체에서 일했으며, 월 100여만원(상여금 제외)의 급여를 받아 매달 70-80만원을 집에 보내왔다. 故 다라카 씨는 최근 체류기간 4년이 넘어 출국여부를 놓고 고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사장 김 모씨는 "며칠 전부터 다라카는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며 "사고가 난 아침에도 머리가 아프다고 하며 일을 하지 않고 나갔다"고 전했다.

故 다라카 씨는 김 씨의 안내로 같은 공장 동료 2명과 함께 이주노동자 취업확인차 성남 노동부 고용안정센터를 찾았으나, 동료들은 신고를 마치고 故 다나카 씨는 '불법체류' 4년 이상으로 신고를 하지 못했다.

김 씨는 "다라카가 마음 아파 할까봐, 다른 2명의 법무부 접수를 지금까지 미뤄왔다"며 "지난달 보너스까지 160만원을 주면서 (단속을 피해) 한두 달 숨어있으라고 했고, (다라카 씨가) 16일부터 방을 얻어 친구들과 같이 있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故 다라카 씨의 죽음과 관련, 12일 오전 9시 반 시신이 안치돼 있는 성남중앙병원 영안실에서 김해성 목사(외국인노동자의 집/중국동포의 집 대표)를 비롯해 같은 공장 이주노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다라카 씨가) 16일로 예정된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 강제추방에 대한 불안과 고통에 못 이겨 자살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 강제추방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낸 예견된 사고였다"고 주장했다.

김해성 목사는 "현재 4년 이상 된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으며, 한국어도 능숙하고 기술에서도 숙련공들이다."라며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강제단속과 추방을 즉시 중지하고, 불법체류자 전원에 대한 사면과 합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어 "이처럼 불행하고 비통한 일은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추방 정책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지난 7월 시행된 이른바 '고용허가제'에 따라 10여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4년 이상 체류한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아무 대책 없이 강제추방 당할 운명에 처해있다."며, 강제추방 정책 폐기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를 정부에 거듭 촉구했다.

민주노동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현재 수만명에 달하는 이주노동자들이 강제 추방당하느냐, 아니면 범법자로 숨어지내느냐의 기로에 서있다."며 "(이는) 산업연수원생 제도가 존속된 채 시행된 고용허가제가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등 노동기본권을 심각히 유린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은 "그간 저임금 장시간 노동, 폭행과 더불어 노동권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실태야말로 인권후진국이라는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고 "(나아가) 이 나라 정부는 단속추방을 하지 않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 강화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무차별적인 해고와 임금체불, 노동권 침해도 모자라 강제추방을 하려 한다."며 비판했다.

이어 민주노동당은 "이주노동자가 당당히 일할 수 있도록 최소 5년의 체류기간과 사업장 이동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그리고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노동허가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7월 31일 국회를 통과해 8월 16일 공포된 '외국인근로자의고용등에관한법률'에 따라, 정부는 합법화 대상에서 제외된 4년 이상 '불법체류'·미등록(4년 미만) 이주노동자에 대해 오는 16일부터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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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 고용허가제 , 단속 , 강제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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