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들 '강제추방 철회' 농성

본국 돌아가도 일자리 없어, 추방은 이들에게 생존의 문제

이주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을 앞두고 4년 이상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주노동자들이 '강제추방 정책 폐기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 12일 故 치란 다라카(32, 스리랑카) 씨와 故 네팔 비꾸(34, 방글라데시) 씨의 사망소식을 접한 이주노동자 20여명은 같은날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에 모여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사망한 두 노동자와 같은 나라 출신인, 방글라데시·스리랑카공동체 노동자들은 농성에 들어가며 성명을 통해, 강제출국을 앞두고 '두렵고 고통스러운' 심정을 호소했다.

"우리는 이동의 자유도 없고 감옥에 있는 것과 같다. 지금 우리는 매우 고통스럽다. 강제추방 앞에 두렵고, 무척 힘들다. 고국에 있는 부모님과 지식들을 버리고 자살을 하는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한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13일(농성 2일째) 센터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주노동자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이들은 또 한국 정부가 4년 이상 일한 이주노동자들에게 노동비자를 주지 않고, 오히려 체류기간에 차별을 두고 단속을 하는 이유에 의문을 제기했다.

"4년 이상 체류자들이 많은 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노동비자를 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 정부는 즉각 강제추방 조치를 철회하고, 더 이상 외국인노동의 죽음이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국인노동자를 살리고,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4년 이상 체류자들에게 합법적인 비자를 주어야 한다."(방글라데시공동체)

스리랑카공동체 노동자들은 "다아라끄는 한국정부 정책의 희생양"이라고 강조했다. 그들은 "강제추방 정책 때문에 중소기업주들은 15일까지 회사를 나가라고 종용하며, 우리의 친구들을 강제로 해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고당한 외국인노동자는 돈이 없어 비행기표를 사지도 못하고 불법체류자로 남아 있다. 외국인노동자들은 다아라끄의 문제를 자신들의 문제로 생각하고 애통해 하고 있다. 제2, 3의 다아라끄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우리는 이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농성에 들어간다. 한국정부는 외국인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강제추방 조치를 즉각 중단하고 합법체류의 길을 열어야 한다."(스리랑카공동체)

이들의 말처럼 이곳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은 모두 이미 해고된 상태이다. 정부가 단속추방을 하지 않는 사용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사용자들이 4년 이상 체류 이주노동자들을 해고한 것이다.

"우리는 이동의 자유도 없고, 감옥에 있는 것과 같습니다."

한동희 사무국장(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은 "이들이 입국하면서 빌린 돈과 자녀들의 교육문제 때문에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본국에 돌아간다 해도 일자리가 없어, 추방은 이들에게 생존의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한 사무국장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 소위 '브로커'에게 적게는 300만원(산업연수생의 경우), 많으면 1천여만원 이상의 돈을 지불해야 했다. 한국인에게도 큰 액수이지만, 이들 노동자의 본국에서는 그 몇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또한 이 돈은 대부분 빚을 내어서 마련한 것으로, 이자에 이자가 붙어 국내 중소업체에서 낮은 급여로 일하는 이들에게 큰 부담으로 남아있다.

한 사무국장은 "이들은 IMF구제금융을 겪으면서 일을 하고 돈을 받지 못해도, 한국인들이 멀리하는 3D업종에서 묵묵히 일해 왔다."면서 "그만큼 이들도 한국경제에 일익을 담당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들은 "매일 야근을 해서 많아야 한달 120여만원을 벌어 본국에 송금하고 있다."며 "최소한 이들이 출국을 하더라도 돈을 좀 모으고, 빚을 갚을 정도는 돼야 하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한 사무국장은 현재 25명이 농성을 벌이고 있지만, 앞으로 정부의 단속이 시작되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4년 이상 체류,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단속방침은 강경하다. 법무부는 13일 '불법체류외국인 관계부처 합동단속 실시' 방침을 밝히면서 "일부 단체나 개인들이 불법체류외국인을 은닉하거나 선동하여 단속을 방해할 경우, 공무집행방해죄 등을 적용하여 공권력확립 차원에서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는 이곳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원한다면 이들을 끝까지 보호할 계획이다.


△한 노동자가 故 다라카 씨의 영정을 들고 있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