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전쟁과 죽음의 행렬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한 해에 200여명의 학생이 성적 비관과 입시 스트레스로 자살을 택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2003년 11월 17일까지도 우리는 중위권 성적으로 고민하던 한 초등학생의 자살 소식을 접해야 했다.
수능 때문에 자살한 학생만 벌써 몇 명 째인지 모른다. 11월에만 세 명이 죽었고, 수능 당일에 한 명, 다음 날 또 한 명... 통계적으로 수능 성적이 나온 후에는 더 많은 학생들이 죽는다던데 내일은 또 어떤 학생의 자살 소식을 접하게 될지 소름이 끼친다.
수능생만이 아니다. 초등학생에서부터 대학생까지, 불행히도 이제는 학업 스트레스로 죽음을 택하는 학생들의 폭마저 더욱 넓어졌다. 그러나 역시, 그 정점엔 ‘입시’가 있다.

무엇이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가.

우리나라의 교육을 풍자하는 유머 중에 아인슈타인, 퀴리부인, 에디슨이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아인슈타인은 학교 공부를 못했고, 에디슨은 엉뚱한 생각만 하고, 퀴리부인은 여자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질문하는 사람의 출현에 깜짝 놀라 그 사람의 머리에 기계를 부착하고 지식을 주입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어느 광고의 한 장면과도 같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나마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 방식도 개발해 보고, 내용을 다양화하기 위한 시도들을 해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이런 것들은 입시 앞에서는 모두 무용지물이다. 학생들은 19년간 자신이 가정과 학교와 사회 속에서 살아오면서 느끼고, 체험하고, 학습한 모든 것들을 무시한 채 국, 영, 수, 사회, 과학 관련 지식들을 얼마나 잘 ‘외웠는가’만을 사지선다형으로 평가하는 단 하루, 7시간의 초집중력 테스트를 통해 인생이 결정된다.
그러나 불행히도, 대학 입학이 곧 희망의 시작이 되지는 못한다.
그 다음에는 ‘어떤 대학을 가느냐’ 하는 관문이 기다리고 있고, 그 다음에는 ‘얼마나 성적을 잘 받느냐’가 있고, 그 다음에는 ‘어떤 자격증을 얼마나 취득했으며, 토익이나 토플 성적은 얼마인지’가 있고, 그 다음에는 ‘어떤 곳으로 유학을 다녀왔느냐’가 있고....고통의 관문은 끝없이 이어진다.
수능에서 실패해 소위 ‘일류대학’을 가지 못한 학생들은 다시 입시를 택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학벌’ 이 곧 ‘취업과 성공의 열쇠’이기 때문이다.

수능은 우리 교육의 왜곡을 담고 있는 결집체이다.

‘좋은’ 대학(꼭 ‘좋은’ 대학이어야 한다!)을 가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은 4,5 군데는 기본으로 다녀야 하고, 체험, 실험, 실습, 느낌, 감동, 고민보다는 암기(!)에 집중해야 한다. 학교 공부 보다는 학원 공부나 과외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남보다 앞선 공부로 입시에 유리할 수 있고,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원리를 깨우치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에 가르쳐준 것들을 잘 정리해서 외우는 것이 현명하다.
대학에 가서도 학과 공부를 하기 보다는 좀 더 나은 대학, 좀 더 나은 학과를 가기 위해 편입 공부를 하거나 입시 공부를 하는 것이 현명하고, 어학연수도 꼭 한 번은 다녀와야 한다. 취업을 위해서는 자격증과 토익 공부에 더 매달려야 하고, 학과 공부 해봤자 취업도 안 될 바에야 고시 공부에 매달리는 편이 낫다. 이것이 한국 학생들이 처한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창의력 있고, 자율적인 학교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만무고, 대학 역시 ‘학문의 전당’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단언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입시 체제가 변하지 않는 한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수능을 폐지하고 평가 방식을 다양화하라!

수능은 폐지되어야 한다. 대학을 평준화하고 대학별, 학과별 특성을 살려 이에 맞는 학생 선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진학은 한 인간이 자신의 진로를 정하고 성장해 가는 과정에 있는 하나의 선택이다. 모두에게 일률적인 지식을 암기하게 하고 그것을 잘 수행했는지 만을 평가하는 것은 학생 본인에게도, 사회적으로도 결코 효율적이거나 바람직하지 않다.
모두에게는 다양한 소질이 있고, 생각이 있다.
학생이 나름대로 고민하고, 창안하고, 체험하고, 표현한 것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하고 그 소질에 맞는 진학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을 때 진정 생산적인 교육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틈새 / 문화사회 편집위원 rebel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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