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와 시위는 민주주의의 필요악이 아니라 필요요건

"경찰은 집회시위를 언제나 권장해야하며 자유롭게 이뤄지도록 도와야" "자신의 주장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설득하는 것이 집회시위의 근본요건"



집시법개정안이 지난 11월 19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를 통과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법조인들까지도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하고 있으며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는 집시법개정안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지난 26일(수)에는 집시법 개악에 반대하는 민중·시민·인권·사회단체들이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집시법 개악과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 발제자와 패널에 참가한 토론자들은 한결같이 "이번 집시법 개정안이 헌법이 보장한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철저하게 규제하겠다는 위헌적 발상"이라는데 공감했다.

"이번 개정안은 법대 1학년생도 만들 수 있는 법치국가에서는 불가능한 법이며 최소한 명분상 요건도 갖추지 않았다" 건국대 법대 헌법학자인 한상희 교수는 이번 집시법 개정안에 대해 이렇게 규정했다.

한교수는 "이번 개정안은 집회 및 시위의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인 장소, 시간, 방법을 철저히 규제하기 위한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며 "헌법21조 1항과 2항에서 보장하고 있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에 정면에서 충돌하는 가장 위헌적인 법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헌법학자로서 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해 한 교수는 "우리 헌법 21조 ①항은 중대하고도 명백한 위험이 없는 한 집회, 시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②항은 국가가 집회나 시위의 허가를 못하게 하거나 이에 대한 결정권을 국가가 갖지 말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 교수는 또 현행 집시법과 경찰은 집회나 시위를 악의 관점으로 보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는 지적과 함께 "집회와 시위는 민주주의의 필요악이 아니라 필요요건으로 언제나 권장해야하며 자유롭게 이뤄져야 한다"며 "모든 집회는 모든 국민들에게 어떤 주장을 하고 어떤 모습으로 진행되는지 열려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자신의 주장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설득하는 것이 집회시위의 근본요건이므로 경찰이 주민의 동조나 접근을 막는 행위는 반민주적인 폭력"이라는 것이다.

주 발제를 맡은 장유식 변호사(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는 이번 개정안의 문제점으로 △절차상 하자 △사실상 '허가제'로 전락 △헌법재판소 결정을 왜곡 △발상부터 반민주적 이라며 이번 개정안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장유식 변호사는 개정안에 대한 각론적인 평가를 통해 구체적인 문제점을 밝혔다. 장변호사는 "여론조사 결과 시민의 불편으로 인해 조금 제한해야한다는 여론형성은 다분히 허구적"이라며 "폭력시위가 일어난 원인이나 집회나 시위가 파행으로 운영된 것은 기본적으로 의사소통구조가 막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원칙적으로 의사소통구조를 열고 국민의 여론을 국가정책으로 받아들인다면 집회나 시위로 문제가 생길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장변호사는 "이런 근본적인 문제들이 정부에 있는데도 이것을 집시법으로 더 규제하려는 것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라며 "당장 국회는 집시법 개악 논의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집회 현장에서 집시법이 노동자들에게 악용되는 사례들을 바탕으로 풍부하고 구체적인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현재 집시법도 이미 참을 수 없는 정도로 인내의 한계에 다다랐다"면서 "그나마 경찰의 제량권을 통제하는 부분까지도 경찰에게 허가권을 주겠다는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권변호사에 따르면 이미 경찰은 기존의 관할서장에게 집회금지 통보를 위해 집시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언제든지 규제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경찰이 규제할 수 없는 두 가지가 현 집시법에는 존재한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이것 마저 규제하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권변호사는 "도로 행진시에 질서 유지대가 있을 경우 집회금지 통보가 불가능했으나 개정안은 이것을 제한 가능하게 했다. 또한 주거 지역이 아닌 지역은 장소이용금지가 불가능 했으나 이제는 도로행진 자체를 경찰이 판단하게 해 놓았으며 학교 군사시설에서 집회를 못하게 할 경우 도시지역 전체가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권변호사가 학교지역을 한미르에서 확인한 결과 서울지역만 2300여개의 학교 시설이 있으며 이에 따르면 심지어는 도봉산 아래에서도 집회는 불가능해진다.

권변호사는 소음을 통한 규제도 심각하게 비판했다. 권변호사는 자신이 상인이라면 소음규제 문제로 민주노총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100% 승리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즉 개정안에서 제시한 소음규제는 민사소송만으로도 집회를 완전히 봉쇄하는 것이 가능해 졌다. 특히 주간 규제 소음 80데시벨은 집에서 음악을 감상하는 수준의 소리라는 것이 권변호사의 설명이다. 권변호사는 "소음진동 규제법의 1조는 공장, 건설 공사장, 도로, 철도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소음, 진동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라고 규정되어 있어 상시적으로 장시간 소음이 발생하는 곳을 규제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소음을 통해 규제하려는 발상은 집회의 기본개념상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집회를 아예 못하게 하려는 발상"이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 참가자들은 집시법개정안의 문제점에 다같이 동의하고 집시법 개정을 막아내는데 힘을 기울이는 한편 현행 집시법 상의 문제점도 고쳐나가는데 의견을 함께 했다.

[김용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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