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은 세계인권선언 55주년이 되는 날이다. 역설적이게도 한국사회에서 대표적인 반인권법으로 통하는 국가보안법 또한 지난 1일 법제정 55주년을 맞아, 선언과 함께 몇 일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탄생했다. 국보법의 끈질긴 생명력과 더불어 지금, 한국의 인권시계는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상임활동가는 노무현정부 출범 이후 여전히 "인권에 있어서 사회권이 전반적으로 후퇴하고, 자유권이 침해당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집시법 개정안과 한·칠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18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처리될 예정이다. 또한 26일에는 테러방지법안과 이라크 추가파병 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인권·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이들 4대 사안의 국회통과를 반대하는 농성과 촛불시위 등이 진행되고 있다. 인권활동가 박래군 씨를 통해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올해 한국사회가 처한 인권상황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 주 |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참세상 자료사진]
-지난 11월 9일 노동자대회 후 벌어진 화염병 시위를 빌미로 정부와 국회는 집시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서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또한 그간 핵폐기장 유치를 반대한 부안 군민과 올 하반기 노동자들의 잇따른 분신 자결에 분노한 노동자들의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이 도마 위에 올랐으나, 정부당국은 오히려 이에 대한 해결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사회의 약자들은 영향력 있는 언론에 접근하기 힘들다. 그만큼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써, 집회시위에 대한 의존성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 노동자대회는 노동자들이 그동안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다했지만, 노동자들의 죽음은 이어지고 정부가 여전히 사용자의 편에 있는 상태에서 극단적인 시위 양상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경찰은 집회시위에 대해 규제일방으로 나아가면서 행진을 못하게 하는 등 과잉진압을 행사해, 이러한 분노들이 싸여 폭발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원인은 정부에서 제공했다. 경찰은 방패를 공격수단으로 사용해 시위자의 목 이상의 부위를 공격했다. 이는 규정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부안사태의 경우도 경찰이 시위자의 머리를 집중적으로 공격해, 마치 칼을 휘두른 것과 같았다. 부안사태가 민란수준으로 확대되었던 원인은 경찰의 시위진압 방식이 한축을 이루고 있다.
집시법 개정안과 관련해서 국회 행자위가 4개의 법안을 발의하고 법안심사소위에 넘긴 것은 지난해 7월이다. 이번 노동자대회와 부안군민, 농민들의 대규모 시위와 함께 외교공관 100m 집회시위금지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나오면서, 1년 4개월이 지난 개정안에 대해 경찰청이 작업에 들어가고 노 대통령이 4대 원칙을 내세우는 등 힘을 실어줬다. 또한 개정안은 (행자위) 소집 하루만에 통과되고 법사위에 넘겨졌다.
언론의 자유를 위해 허가제는 금지돼 있다. 이는 민주사회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통로로써 의사형성을 위해 (허가제를) 금지하는 것이다. 이번 집시법 개정안은 과도하게 이를 규제하고, 오히려 개정되어야 할 사항이 개악됐다.
집회가 보호되지 않고 오히려 금지되고, 경찰의 재량권 금지규정을 심각하게 위배하고 있다. 사회적인 토론을 거쳐할 집회시위로 인한 소음문제도 공청회조차 없었다. 개정돼야 할 사항들을 더욱 후퇴시키고, 노동자민중의 이해와 요구를 힘과 법으로 누르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한 시민불복종 운동을 벌여야 할 상황이다.
-지난 4월 파병안 국화통과 이후, 정부는 이라크 추가파병을 시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파병으로 인해 테러가 우려된다며, 테러방지법을 제정하려 하고 있다. 이 법은 인권단체들로부터 국가정보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제2의 국가보안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1월 30일 이라크 현지 한국 노동자들이 피격을 당해 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라크파병이 오히려 테러를 불러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피격사건으로 정부가 파병을 재고해야 함에도 오히려 전투병을 확대하고 강력한 군대를 보내야 한단다. 또한 테러방지법의 조속한 처리 운운하고 있다. 파병은 이라크를 점령한 미군을 편드는 것이다. 일본과 한국만이 드러내놓고 파병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파병은 군국주의의 부활을 의미하는 것 아닌가.
올 상반기 대중이 움직여 평화운동을 가시화하고 파병반대 여론을 만들었지만, 힘이 분산되면서 운동으로 확장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뿌리깊은 반공이데올로기도 한몫 거들었다.
정부의 논리대로 표현해 파병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하더라도, 어떻게 우리와 이해관계가 없는 이라크인들을 죽이려 하는가. 국익을 넘어서 평화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짓밟으면 된다는 식으로 상호관계를 힘으로 눌러서야 되겠는가. 미국의 패권이 천년만년 가겠는가. 한국의 지배층은 매국노이다.
파병과 더불어 테러방지법 제정이 미국의 압력으로 한쌍을 이루어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안으로 패트리어트법(애국자법)을 만들고, CIA에서 외국인을 감시하고 무차별 연행을 저지르고 있다. 이 또한 미국 내에서 비난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한국정부가 이를 교훈으로 삼기보다는 미국의 압력을 그대로 수용해 국정원의 권한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테러를 방지할 수 있는 법령은 이미 가지고 있다. 법 제정은 예산만 낭비하고 국정원을 강화해, 국민의 일상을 감시하도록 합법화하는 것이다. 제2의 국가보안법이며, 마찬가지로 한번 만들면 폐기하기 어렵다. 인권을 보호하고 향상하려는 의지가 정부에는 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인권단체들 외에는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 못하다는 데 있다.
'시민불복종'운동이라도 벌어야 할 상황
-한총련 이적규정과 함께 국보법으로 인한 학생들의 구속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송두율 교수에 대해 마녀사냥식 여론몰이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최근 민경우 통일연대 사무처장이 구속되고, 아주대 '자주대오' 사건이 발생했다. '자주대오' 사건은 공안당국에 의한 조작사건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보법 피해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다. 그간 이를 감시하고 맞서지 못했고, 방어적인 입장이었다. 인권단체들도 마찬가지다. 국보법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한 것은 송두율 교수 사건이 계기가 됐다.
송 교수의 경우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공안당국에 의해 피의사실이 불법적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에 대해 진보적 지식인들마저 기회주의적인 태도가 엿보이기도 했다. 매카시즘에 움츠리는 것이 우리사회다.
국보법 20조에는 공소보류 조항이 있다. 2년간 (공안당국의) 지시에 따르면 기소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전제는 서약서를 내야 한다. 실질적인 전향서인데, 이를 (사상표현의 자유에 있어서) 누구에게 권유하고 강요할 수 있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보수언론들은 송 교수에게 "왜 전향을 하지 않는가"라고 따지며, 무지함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28일 있었던 대구지법의 판결은)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계속 잡아들이겠다는 것이다. 민경우 사무처장의 경우 김대중 정권에서는 적용하지 않았다. 이종린 씨(범민련 남측본부 전 의장) 연행과 아주대 '자주대오' 사건 등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공안당국은 노무현 정권 출범 초기 움츠려 준비를 하고 있다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입지가 좁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건들을 터트리고 있다.
국보법 피해사례가 적어 흐지부지되고, 한총련과 관련한 경우 1심 판결이 나온 이후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고 하더라도, 언제든지 매카시즘의 희생은 계속될 것이다. 한국사회의 의식구조를 바꾸고, 공안기관 해체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올 초 두산중공업 고 배달호 씨의 분신자결에 이어, 하반기 노동자들의 자결이 잇따라 발생했다. 한진중공업·세원테크·근로복지공단 등 개별사업장의 노사합의로 타결은 됐으나, 노동인권 문제가 개별사업장만의 문제로 바라보기는 힘들다. 지금도 장기투쟁사업장이 있으며, 이후 또다시 불거질 가능성은 배제하기 힘들다.
=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를 추종하면서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을 계속되고 있다. 노동자들이 일방적으로 희생되고 밀려나, 결국 벼랑 끝에 몰려 분신자결 사태가 연이어 발생한 것이다. 당연히 개별사업장에서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근본적이지 않다.
신자유주의 정책이 계속되면서 민중들의 생존권이 억압되고 빈곤층은 절망감에 빠져있다. 노동3권이 부정되는 경향성이 보이면서, 노동법은 사문화됐다. 12%의 노조결성률 밖에 안되는 이 사회에서 노동인권을 보호하는 대책은 부재하다.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진하고, 재계는 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나아가 사용자들이 노조활동에 대해 지배 개입하는 등 자주적인 활동마저 보장되지 않고 있으며, 부당노동행위뿐만 아니라 손배가압류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손배가압류는 현대판 연좌제나 다름없다. 또한 공권력의 방조 하에 용역깡패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이 노조사무실을 봉쇄하고 폭력을 일삼고 있다.
현재 이에 대한 처벌도 없으며, 노동자만 일방적으로 구속되는 상황이다. 엄청난 불평등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극단적인 시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 저항이기 때문이다.
근로복지공단은 노동부 산하이면서 비정규직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노동3권을 보장하고, 공공성을 지켜줘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는 빈곤의 문제와 직결된다. 한국사회 빈곤층은 8백만명에 달해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사회는 이에 대한 성찰이 없다. 거센 저항으로 사회적인 갈등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자의적으로 쉽게 파악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출범 이후 올 한해 한국사회의 인권상황을 정리한다면.
=정부 출범 초기, 인권변호사 출신이라는 노 대통령에게 인권에 대한 자유주의적 개혁이라도 기대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를 고수하면서 민중들을 억압하고 있다. 출범 4개월만에 기대를 저버렸다. 노사관계 개혁을 이야기하고 양대 노총을 방문했던 노 대통령은 방미를 전후해 바뀌면서 노동자들을 적대시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87년 6월 항쟁처럼 한꺼번에 폭발할 상황에 놓일지도 모른다. 차별과 배제가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고, 빈부격차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 똑같은 법도 민중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인권에 있어서 사회권이 전반적으로 후퇴하고 자유권이 침해당하고 있다. 결국 지배구조의 문제이다.
이에 반발한 노동자민중들의 저항을 힘으로 누르는 등 올 하반기 이러한 문제들이 전면에 드러나면서 첨예한 대립이 시작됐고, 억압구조로 후퇴하면서 민주주의가 위험에 빠졌다. 이에 대해 지적하고 강제해야 함에도 민중운동의 힘이 약해서 걱정이다.
인권은 추상적으로 생각돼서는 안되며 존중받아야 하는 기본권이다. 현실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 인권은 저항의 무기이다. 인간됨을 회복하기 위해 연대해 함께 싸워야 한다.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