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현장에서 희망을] ④군산 굴뚝농성자

<육성인터뷰>'하늘 위 감옥'을 지키는 외로운 노동자들


*굴뚝농성 초반, 대책위에서 촬영한 사진자료 [사진출처:참소리]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군산 기아특수강 해고노동자 이재현, 조성옥 씨가 굴뚝위로 올라가 농성을 벌인지 68일째가 되는 12일. 오후부터 한파와 폭설이 기상예보된 이날 군산 기아특수강 공장 주변은 드문 인적에 차가운 바람으로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자아냈다.

회사 정문에서 약 300여미터 안쪽으로 굴뚝이 조그맣게 보이고, 그 곳에 두명의 농성 노동자들이 있다는 것은 굴뚝 위로 걸려 바람에 펄럭거리는 현수막들로만 확인할 수 있었다.

인터뷰를 시도하기로 기획했을 때, 기자가 맨처음 맞닥뜨린 상황은 회사측의 완강한 취재거부. 소규모 언론은 물론이고 지역 기성방송사가 와도 멀리에서 카메라 줌을 당겨 영상촬영을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회사는 굴뚝농성 취재에 노골적인 거부감을 드러냈다. "우리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거지만, 굴뚝 농성하고 있다는 거 자체만 알려져도 회사 의견과는 상관없이 회사를 나쁘게 보게 될 것이 뻔한데 누가 취재를 좋다고 하겠습니까" 굴뚝 근처까지만 가겠다는 요청에서 완강히 출입을 막는 회사 정문 관리 경비원의 말이다.


▲관리실에서 내용물을 세세하게 점검받은 후, 관리경비원의 안내로 굴뚝까지 차를 타고 이동해, 길게 이어진 끈으로 식사 가방을 올린다. 굴뚝농성 노동자들이 하루에 한번 유일하게 사람들을 멀리에서나마 볼 수 있는 시간이다.

공장 안에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면, 카메라만이라도 매일 한번씩 반입하는 농성자들의 하루 식사용 도시락 가방에 넣어 보내면 되지 않을까 했던 기자의 생각도 이 굴뚝농성의 상황을 전혀 몰랐던 오판. 기아특수강 해고 노동자 대책위와 가족들이 가져오는 식사도 관리경비들에 의해 풀어헤쳐지고 음식물 내용까지 일일히 장부에 기록당한다. 심지어 경비원은 밥통 뚜껑을 열고 긴 젓가락으로 밥속 까지 뒤진다. 반입되는 내용물에 식사 외의 다른 것(예를 들어 휴대폰 밧데리)이 들어있을까봐 조사하는 거란다.

결국 기자는 공장 바깥에서 보이는 풍경만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었고, 이날 저녁 다섯차례 시도끝에 농성자들과의 전화인터뷰를 성사시킬 수 있었다. 인터뷰는 휴대폰 전원이 떨어질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인사도 생략하고 다급하게 진행됐다.

다음은 전화인터뷰를 통해 들은 두 농성 노동자들의 육성과 그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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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오랜 시간동안 굴뚝위에 있는데 몇일째 농성하는 지 알고 계시나요?
이재현 : 68일째입니다. 저희가 굴뚝에 매일 날짜를 붙이고 있어서 오래된 농성인 줄 잘 압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데 건강상태는 어떻습니까?
이재현 : 건강관리에 많이 신경쓰고 있어서, 크게 아픈데 없이 잘 있습니다.
조성옥 : 괜찮습니다.

오늘 오후에도 당장 눈도 흩날리고 있고, 날씨가 추워서 어떻게 합니까.
이재현 : 추워지더라도 어쨌건, 결의를 높여서 잘 건강관리 해서 몸조리하고 있습니다. (농성에서) 추위가 제일 문제인데, 주변의 비닐이나 그런 걸 잘 챙겨서 몸에 이상이 없도록 신경쓰고 있습니다.

굴뚝 위에서 본 풍경은 어떻습니까?
조성옥 : 굴뚝 위에서 보면 동쪽으로는 군산항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대우자동차 공장과 넓은 평야가 보입니다. 그리고 서쪽으로는 서해바다가 펼쳐져 있고, 북쪽으로는 장항쪽이 훤히 다 보입니다.
한쪽에는 생산시설이 있고, 남쪽으로는 아침 출근길 사람들과 차의 모습이 보이고, 서쪽으로는 바다가 보여서, 우리가 정말 바다위로 날고 싶은 그런 생각이 들때가 많습니다.


▲군산 기아특수강 공장 풍경과 멀리 보이는 굴뚝. 아래는 대책위가 굴뚝농성을 지원하기 위해 공장 정문 앞에 만든 천막. [사진출처:참소리]

굴뚝의 상태를 보니 중간에 계단도 끊겨 있던데, 많은 분들이 어떻게 저 굴뚝으로 올라가게 되었는지, 또 어떤 이유로 굴뚝농성이라는 방법을 선택하게 됐는지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이재현 : 저희들은 해고된지 오래됐고, 회사에서는 우리를 외부세력이라고 하면서, 일상적으로 회사는 물론이고 노조에도 갈수가 없는 상황에서, 또 회사가 세아자본으로 매각되는 것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목숨을 걸고라도 우리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이곳, 굴뚝밖에 없었습니다.
굴뚝 중간에 계단이 끊겨진 것은 미리 알고 있어서 사다리를 준비해서 올라갔습니다.

처음 올라올 때는 이렇게 오랜 싸움이 될거라고 예상했었나요?
이재현 : 회사가 세아로 매각되기 전에 법정관리 하에서 문제가 안풀리되면 싸움이 길어질 거라는 건 예상했었습니다. 어쨋건 한번 올라온 거니까, 싸움이 길고 짧은 건 상관없이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각오는 조성옥 동지나 저나 함께 하고 올라왔습니다.

새해를 굴뚝에서 맞이했는데, 어떻게 새해를 맞이하셨나요?
이재현 : 지난해에 우리가 요구했던 사항들을 회사가 받아들여서 원만히 해결되길 바랬지만, 바램과 달리 새해를 넘기게 됐습니다. 하지만 한번 시작한 투쟁이니까 우리들의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해서 새해에는 정말로 가족들과, 현장에서 동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하자며 새해 결의를 다졌습니다.

굴뚝에 있을때 회사로부터 농성을 가로막는 탄압을 느낀 적이 있습니까?
이재현 : 농성에서 먹는 문제가 가장 큰 거고, 또 하나는 추위를 막는 문제인데, 먹는 문제는 초기에는 막다가 회사에서도 부담스러워서 철회했고, 추위를 막는 문제는 회사에서 여러가지 면으로 방해를 했었습니다.
지난 12월 15일부터는 가족들과 안부를 전할 수 있는 핸드폰 밧데리 반입을 철저하게 막고 있고, 심지어는 밥이나 음식물, 옷가지 까지 해서 전부 뒤지면서 밧데리 반입을 막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밤을 샐 수 있는 장비도 관리실에서 빌려야 했고, 철책도 보강하는 등 외부와 차단시키려는 움직임을 저희도 확인하고 느끼고 있습니다.

회사는 아직도 원직복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심정이 어떻습니까?
이재현 : 최근 농성이 두달을 넘기면서, 우리를 고립시키는게 강화되고, 우리가 확인한 건, 회사도 우리가 어려운 만큼 회사도 힘든 거고... 어찌됐건 문제가 풀릴 수 있을 거라는 낙관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굴뚝에서 1년 2년 끝까지 계속한다면 싸움은 끝날 수밖에 없고, 우리가 중간에 포기하지 않는다면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가족과 동료들이 많이 걱정하며 안타까운 마음에 내려오길 바라고 있는데...
이재현 : 저희가 선택한 투쟁방식이 높은 굴뚝위에서 하는 극단적인 방법이라 가족들도 거의 매일같이 내려오라 면서 많이 힘들어합니다. 또 지역의 많은 동지들도 염려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구요. 그게 한편으로는 미안하지만, 저희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저희들을 믿고 힘들더라도 참아달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의 요구가 절대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 정당하고, 좀 길어지더라도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어려움을 참아내면 좋은 결과를 낳을 거라고 설득하고 있는데, 설득이 만만치가 않습니다.(웃음)
조성옥 : 이런 곳에 있으면 누구나 걱정하는 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뜻을 가지고 왔으니까, 뜻을 이룰 수 있도록 가족들도 어쩔 수 없이 인내하고 그 뜻을 함께 세울 수 있음하는 바램입니다.

굴뚝농성을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에게 한말씀 해주세요.
조성옥 : 작년에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서 높은 곳에서 죽어가야 했고, 또는 분신을 해야 했던 일들이 이땅의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싸움에 많은 시민이 관심을 갖고 함께 하는 것 자체가 이땅의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고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데 큰 힘이 됩니다. 그런 점에서, 열심히 지원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발이 굵어지기 시작했다. 굴뚝농성 대책위의 김정렬 씨는 "두 노동자들의 원직복직은 절대 안된다는 사측의 입장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며 현재 상황을 설명한다. 해고자 복직과 회사 매각에 따른 노동자들의 고용안정 보장을 요구하는 이 들의 목숨을 건 투쟁에, 회사가 돌려주는 답변은 너무 가혹하기만 하다는 게 이 안타까운 투쟁을 지켜보는 가족과 동료들의 심정이다.

최인화 기자 tori@icom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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