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현장에서 희망을] ⑦농민 장영웅 씨

FTA 투쟁 중 부상입고 입원치료 중인 정읍 농민


"아스팔트 농사는 우리의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투쟁이예요"

국회 본회의 한-칠레FTA 비준안 처리가 저지됐다. 전국 농민들의 '여의도 아스팔트 농사'로 2월 9일로 연기된 것이다. <참소리>는 지난해 연말 국회앞 비준저지 투쟁을 하다 전경 방패에 맞고 넘어져 크게 다쳐 입원 치료중인 우리지역 농민 장영웅씨를 만나보았다.

농업 개방의 파고속에서 농촌 살림살이가 가뜩이나 힘들어진 상황에서 정읍농민 장영웅(41)씨는 현재 아산재단 정읍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가족으로는 남편 대신 하우스를 돌보고 있는 아내와 병실에서 아버지를 간호하고 있는 1남 1녀가 있다.

병실을 찾아간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장영웅 사무국장은 "(웃으며) 사람들이 찾아오고 하면 쑥스럽고 해요. 어찌됐던 FTA를 막아내는 싸움속에서 다치고 해서 찾아온 분들이 힘을 주지만 당장 하우스에 돌볼 것이 많은데 병원에 있어야 하니 답답합니다"라고 말한다.




어깨와 이마에 부상을 입으셨는데, 국회 앞 아스팔트 농사(FTA 반대 집회)로 다치셨다구요?
예. 지난 해 29일에 버스 6대가 올라갔죠. 그날은 FTA 국회상정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는 상황으로 그동안 반대 입장을 분명히 취했고 국회의원들에게 명확하게 FTA철회를 요구했었는데, 1부 행사를 끝내고 국회 앞으로 나가는 상황이었죠.
이 과정에서 경찰들이 물대포도 쏘다가 갑자기 강제진압 형태로 50m이상을 밀고 들어오면서 다친거죠. 경찰들이 계속 밀려들어오고 농민들은 밀려가면서 경찰 방패에 이마를 찢기면서 맞아 넘어지면서 어깨 두 번 찍히고 그랬어요. 30바늘 정도 꿰매고 어깨뼈가 부러져 수술했어요. 저 말고도 (전국농민회 전북)도연맹 송영기 부회장도 다리 골절상으로 다쳐 깁스하고 크게 다친 분들은 다섯명 정도 되고 소소하게 다친 분들은 많아요.

어떤 농사를 주로 하시고 계시나요?
논농사 14년째가 되죠. 원예는 한 10년 되구요. 논농사가 기본 형태이고 하우스는 2,000평 특화작물로 하니까 원예에 집중을 두죠. 저는 복합영농인데 논농사 기본하고 고추, 수박을 키우는 하우스 원예 농사를 많이 짓죠. 특히 제 경우, 가장 사람 손이 많이 가는 것이 원예농사고 거의 매달려서 일을 해야되는데, 인건비가 겨우 남는 돈이라서 그걸 아끼려면 자기가 하지 않으면 힘들죠. 남 품을 얻어가지고는 적자 나요. 그런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자가농으로 할 수밖에 없어요. 그만큼 일은 많아지고 하루도 쉬지않고 일을 해야 되죠.

병원에 계속 계시면서 하루일과는 어떻게 보냅니까?
빨리 집으로 돌아갔으면 해요. 6주 지나면 쇠심을 뺀다니까 그때 지나면 통원치료 해야죠. 어떻게 여기 있겠어요. 액비를 넣을 것은 어떻게 됐는가, 병해충은 없는가, 농사를 직접 짓지 않더라도 틈틈히 돌봐야 되기때문에 한번식 왔다갔다 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도 엉망인데 뭐. 마음 편하게 있으려고 해요. 농사짓고 농민운동하고 하면 책도 볼시간이 없어요. 한동안은 통원치료하다가 상태가 안좋아져서 다시 입원한건데, 대개 돌아다니면서 농민회 회원들끼리 어떻게 살것인가 이런 저런 이야기 하도 술 한잔하고 그래요. 이런걸 하다보면 하루가 금방 가버리고. 29일에 총회하면 (정읍농민회) 사무국장도 그만두고 하니까 지난기간 정리도 하고...

그럼 하우스 원예 농사는 어떻게 되었나요?
몸은 6주정도 지나면 예전처럼은 못 되겠지만 다시 할 수 있으니까 괜찮지만, 문제는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복잡한 상태라서 올해 경우 고추 관리를 거의 못한 거예요. 수량도 그렇고 생육상태 이런 것이 엉망이 됐어요. 아내가 혼자 지금 하는데 걱정이 크네요. 농민회 회원들이 도와주고는 있어요.


▲농사일을 하고 있는 아내를 대신해 아빠를 돌보고 있는 장영웅씨의 딸. 이 아이에게 농삿일을 하는 아버지는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까. [사진출처:참소리]

아무리 그래도 농사는 직접 돌보지 않으면 마음 쓰이잖아요?
처음 일주일간 정도는 아주 불안했죠. 농사를 어떻게 할 거냐. 내가 농사를 지어서 그래도 반년은 최소한 논에서 돈 나오기 전까지는 먹고 살아야 할 돈인데...
이자도 갚아야 되고, 원금도 상환해야 되고, 이런 생각하니까 머리에서는 타산이 안 맞죠. 그런 것 때문에 일주일정도는 고민을 했었어요. 일주일 지나면서는 기왕 다친거 마음 편하게 가져야 될 것 같고 주변회원들이 도와주니까 우선 기본만 유지하고 몸이 괜찮아지면 다시 해야죠.
어떻게 보면 농사꾼들 마음이 그래요. 농작물이 자식 같다는 마음을 갖고 농사를 지어요. 이런 것들을 제가 관리하지 못하니까 가슴 아프죠. 소중하게 길렀던 것들이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제대로 된 가격으로 판매되지 못하는 현실이 인식이 되고 하니 마음이 안 좋아요.

그동안 원예농사 수지타산은 맞았나요?
원예농사는 7-8년 전에만 해도, 노동을 하면 인건비 정도의 돈이 나왔었어요. 그런데 이제 UR협상이 끝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실질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이 원예농사 아닌가 절감합니다.
왜냐면 우리가 참외가 꼭 수입이 되지 않는다하더라도 대체작물의 수입, 예를 들어서 오렌지 키위 메론 이런 것들이 수입이 되면 상대적으로 국산 과일이 소비가 급격하게 떨어지잖아요. 수입개방으로 가장 큰 피해가 과일 원예작물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죠.

그럼 이번 한칠레 FTA와 원예농사는 관련이 직접 있는가요?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죠. 특히 칠레 같은 경우가 과수작물을 주로 하고, 연중 생산이 가능한 지역인데, 여기서 생산된 과수작물이 밀려올 때 국내 과실류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봐요. 우리 하우스 농업이 수박, 참외 인데 타격이 심하다고 봐야죠.

FTA 처리 연기 소식을 들었을때 심경은 어떠셨습니까?
두가지이였어요. 하나는, 진짜 우리가 그간 정읍에서 투쟁을 열심히 했고 작년 연말 서울 상경투쟁도 열심히 했고, 어찌됐건 모든 사람이 열심히 하면 되는거구나. 그런 안도감은 가졌는데, 또 한편으로는 실질적으로 정치권이 농민들을 우롱하고 농민들이 지치기만을 바라고 이러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죠. 왜냐면 2003년 한 해 동안 농민들은 '왜 FTA가 비준되어서는 안되는가. 최소한 WTO협상이 이후에 되어야 하는가' 다양하게 정치권에 내용전달을 했는데 정치권은 일년 내내 '시기만 되면 상정하겠다. 농민들이 목소리 되면 잠깐 물렀다가 또 상정하겠다'를 반복했어요.
농가를 살릴 방안을 제시하고 그래야 되는데. 오직 비준을 하겠다는 모습을 보면서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허탈감이 느껴지죠.

이야기 방향을 돌려서, 전반적인 농가부채 상황은 어떻습니까?
2000년도 농가부채 특별법으로 상환기일 연기라든가 상호금융대출이라든가 농업경영개선자금 이자를 1.5%로 하고 그 차액을 보존하는 형태가 됐는데 그 상환기간이 03년부터 도래했어요. 이제 이자나 원금상환 때문에 압박을 많이 받습니다.
또 작년에는 기온영향으로 흉작이었어요. 논 농업으로 보면 재작년 비교로 작년 수익이 30%로 줄었어요. 그만큼 수익은 감소됐는데 부채는 계속 늘어나는 상태죠. 대단히 농가경제에 압박이 되고 있죠,
또 앞으로 크게 발생될 수 있는 문제가 '연대보증 문제'라고 봐요. 마을 전체가 불신으로 대립되고 있고 가까운 사람들끼리 대립되고 있죠. 결국 파괴되고 있어요. 한 농가가 못 갚게되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자기 부채도 있으니까 보증을 서기에는 힘겹고, 결국에는 파산되는 상황이에요. 지금 아주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어요. 아주 심각해요. 완전히 농촌에 빚쟁이들만 살게 됐어요. 사슬구조로 완전히 한 마을이 무너지는 거죠.

그동안 농사지면서 정부의 농정 정책에 대해 느낀 점은요?
정부가 새로 바뀌는 시기되면 상당한 기대와 희망을 가지면서 때로는 선거에 임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나름대로 김대중 대통령이 야당생활속에서 서민의 아픔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잘 할수 있지 않겠느냐 이렇게 해서 상당히 지지를 했는데 결국 서민들 농민들 입장이 아닌 자본의 입장으로 돌아서는 것을 봤죠. 또 한번 희망을 가졌던 게 노무현대통령인데. 저뿐만이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뭔가 바뀌겠구나하는 그런 기대를 가졌는데, 이제 돌이켜보면 참 믿지 못할 것이 정치이지 않느냐 그런 생각이 듭니다.
UR협상 후로 10년의 시기가 지났거든요. 그런데 이 10년 동안에 만약에 세계화 수입개방이 대세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고 진행을 할려고 했다면 그 기간동안 준비를 했어야 하거든요. 농업이 갖는 기능과 역할이 무엇인지. 그 문제 속에서 어떻게 하면 최소한 농업구조, 농업, 농민들이 유지하고 살수 있는가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10년간 전혀 준비를 하지 않았어요.
요새 발표된 게 119조를 투자하겠다. 실질적으로 처음에 노무현대통령이 약속했던 것이 농업예산을 10%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지 않습니까. 근데 그건 못하겠다 하면서 119조를 투자하겠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농업에 대한 전망과 대안을 가지고 농업을 존속 유지시키겠다는 관점이 아니고 규모화 대량화해서 세계시장에 맡기겠다는 전제로 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농사꾼이 있어야 되고 농사를 지어야 하는 토대가 있어야 되는거 아닙니까. 논농사는 논이 있어야 하고 축산은 축사 및 초지 조성 공간이 필요한데, 지금 정부정책은 이 모든 농사꾼들을 구조조정해서 20만호 논농업, 7만 전업농 육성하고, 2만 축산농가 육성하고 11만은 과수원예등 하겠다 이렇게 기조를 잡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 농가들의 대다수가 구조조정이 되고 소수만 남아야 한다는 이야기거든요. 이렇게 될 경우에 농업이 가지는 중요성 안보적 기능, 환경적 기능, 자연 휴식기능을 도외시 하고 상업화하면서 다수의 농민을 도태시키게 되죠. 결국은 농업 파괴를 전제로 한 철저한 상업주의적 정책입니다. 우리들 말로는 미국의 다국적기업에 농업을 내맡기는 정책을 취하고 있지 않는가 생각해요.

지금까지 논농업 밭작물 중심으로 이야기 했는데요. 농축산물 문제는 어때요?
우선 작년 한해가 우리 정읍지역 농민들의 가장 큰 고통의 시기이지 않았나 생각해요. 왜냐면 우리가 농사꾼들이 가장 큰 경제적 어려움이 있을 때가 5-6-7월이에요. 대개 밭작물에서 보충을 하는데 2003년 같은 경우엔 고추 밭작물이 전멸했잖아요. 고창의 경우는 수박이구요. 4-8월 비수기 동안에 채울 경제력 여력을 잃어버렸어요. 그리고 가을 수확기에는 나락을 수확해가지고 뭐 밀린 이자도 갚고 학비도 준비하고 그러는데. 나락도 30% 줄어들었죠. 12월 되면서 조류독감 돼지콜레라 젖소 브루셀라 가축질병도 있었죠. 축산물이 상당히 고통을 당한 한해죠. 전반적으로 소비가 줄다보니까 축산농가가 가격하락으로 많은 타격을 당하고 있어요.
또 사료 먹이가 수입되잖아요. 그로 인해 질병에 대한 저항성이 약화되고 질병이 더 확산되는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어려움이 더 커지지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국회가 2월 다시 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하기로 했는데요? 총선을 앞둔 민심은 어떤가요?
농민들이 할 수 있는데 까지는 모든 힘을 모아서 해야 된다고 봐요. 단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런 협정을 근거로 해서 또 다른 나라와 협정을 맺게되는 근거를 만들 수밖에 없고, 결국엔 농업이 존속 기반이 무너지기 때문에 농민들은 최선을 다해야죠.
총선과 관련해서는 대부분 같을 겁니다. 현재 정치구도속에서 상당히 기존 정치권에 불신이 아주 심하죠. 차때기기 뭐니하는 정치권을 도둑놈으로 보고 있어요. 우리 전북지역같은 경우에는 FTA비준을 당론으로 정한 열린우리당에 대한 배신과 분노가 크죠.

설날을 맞아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한 말씀은?
우리는 농사꾼으로서 소중한 먹거리를 깨끗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서 공급하겠습니다. 대신 시민들께서도 항시 우리 이땅의 농업을 지키는 농사꾼을 아끼는 마음을 가져줬으면 합니다. 올해 2004년 원숭이 해. 부지런하고 건강하고 열심히 사는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국가적으로 농업의 희생을 강요하는 시기에 자신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나선 농민. 봄이되면 다시 논밭으로 돌아가야할 그이지만 장기간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할 그와 가족들을 생각하니 세상풍경이 모두 멈춘듯 했다.

김현상 기자 deffer@icom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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