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새대가리)증후군'이라고나 해야 할 난치의 정치적 백치증이 창궐하고 있다. '정치개혁', '정치혁명', '낙천 낙선운동'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병증으로서 선거철에 이르면 주기적이고 집단적으로 발병하는 것이 그 특성의 하나다.
다른 질병과 달리 어린이나 노약자의 유병률은 극히 낮고, 혈기방장한 20대에서 50대 초반까지에 이환자들이 몰려 있다. 환자의 대부분, 혹은 주요한 환자들은 정치와 사회 문제들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은 남녀 지식인들로서 시민운동이나 기타 여러 명분을 내건 단체나 조직에 모여 있는 것이 보통이다. 잠재했던 병증이 선거철을 맞아 발병하면, 남녀 가릴 것 없이 그러한 조직을 급조하기도 한다. 신문 라디오 TV, 그리고 요즈음에는 인터넷 매체들도 주요한 환자들, 혹은 환자조직들이다.
그들 환자들은 정치적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높지만, 그들의 정치의식, 사회의식은 극히 비과학적이고 실제로는 백치에 가까운 것 또한 주요한 특징의 하나다.
이는 이른바 '조 중 동' 같은 극우적인 언론과, 예컨대 한겨레나 참여연대 등 자타가 '진보적'이라고 자부하고 평가하는 단체와 그 구성원들, 그리고 기라성 같은 '진보적 지식인들'이 전적으로 동일한 병을 앓고 있는 데에서 증명된다. '조 중 동' 같은 극우 언론과 '진보적인' 언론이나 지식인, 단체 사이에는, 간혹 종파주의적 동기 때문에 갈등과 대립도 존재하고 병증의 정도도 달리하지만, 선거철만 되면 기본적으로는 '정치개혁', '정치혁명', '낙천 낙선운동'이라는 조두증후군을 함께 앓는 것이다.
이들 환자들은 자신들의 병증을 전혀 질병으로서 자각하지 못하고, 오히려 정치인들의 부정부패나 범죄라는 또 다른 사회적 정치적 병증과 싸우며 그것들을 치유 혹은 수술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말하자면, 정치인들의 부정부패나 범죄라는 부르주아 정치의 숙명적 불치병이 이러한 조두증후군을 유발하는 객관적인 조건이고 주기적으로 닥치는 선거가 그 발병의 계기이다. 그리고 정치 및 사회 문제에 대한 높은 관심과 백치에 가까운 정치의식 및 사회의식이라는 불균형이 발병의 주체적 조건이다.
그런데 이 병증은 사회적으로도 질병으로서 치부되는 대신에 '진보적이고 건설적인' 정치운동, 사회운동으로서 치부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치인들의 부정부패나 무능이라는 부르주아 정치의 숙명적 불치병이 너무나 심각하기 때문이고, 사회의 여론을 조종하고 형성하는 언론과 지식인 집단들이 이 질병의 주요 환자들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병은 더욱 난치병으로 되고 있고, 사회에 후술하는 것과 같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내가 이러한 병증을 조두증후군, 즉 새대가리증후군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들 환자들이 자신이 한 일의 결과를 전혀 사실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똑같은 부질없는 소동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개혁', '혁명', '운동'의 대상으로 삼는 부르주아 정치인들의 부정부패와 범죄는 아무리 '물갈이', '판갈이' 해 보았자 보람 없이 재발하고 창궐하는 것임을, 그리하여 이내 다시 악취가 진동하는 것임을, 그들은 전혀 인정하려 들지 않으면서 매번 소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컨대 지난 2000년 총선에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를 당시의 한 기록은 이렇게 증언하고 있다. 즉, 월간 {말} 2000년 3월호는 "썩은 정치놀음은 이제 그만"이라는 제목의 화보와 함께 이렇게 쓰고 있다.
"16대 총선을 두어 달 앞둔 지금 한국의 정치사는 새롭게 쓰여지고 있다. 그 주역은 대통령도 여야 정치인도 아닌 '이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선언한 시민들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지난 1월 12일 낙천·낙선운동을 선언하고 출범한 '제2의 6월항쟁 사령부' 총선시민연대가 자리잡고 있다. 아무도 이토록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태풍'이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부패·무능·반민주·반인권' 인사 한 명 한 명이 거명될 때마다 오만하기만 했던 정치인들은 마치 살생부가 날아온 듯 벌벌 떨어야 했다."
선거 후 그들의 자신들의 이러한 '운동'의 성과에 대해서 만족을 표시했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태풍'을 일으키며 물갈이해서 만든 16대 국회나, '수구·보수'에 대항하여 '평화·개혁세력'이라고 뽑아 놓은 노무현 정권이 그 동안 어떤 짓을 해 왔고, 지금 어떤 몰골을 하고 있는가를 보면서도 저들은 오늘날 자신들이 다시 벌이고 있는 소동이 역시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임을 알지 못하고 있다.
"역시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단정하는 데에 대해서, 그간의 절절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이의를 제기하고 싶을 것이다. 어쩌면 저들의 두뇌가 정말 새대가리 마냥 너무나 작아서 부르주아 정치란 그렇게 썩고 부정부패하고 무능할 수밖에 없도록 저주받은 것이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런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지금도 그런 덜 떨어진 자들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이 사회에서 말께나 한다는 '진보적 지식인'이라는 자들 중의 적지 않은 자들이 영국이나 미국의 정치풍토·정치관행을 '깨끗하고 유능한 정치, 민주주의의 모범'으로 치켜세우곤 했다. 그런데, 수백 년의 역사를 갖고 그렇게 모범으로까지 거론되는, 부르주아 정치,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본고장인 영국이나 미국에서 오죽하면 '정치가'(politician)라는 호칭이 모욕하는 말로 통할까? (statesman이라는 위선적인 호칭도 있지만 말이다.)
이런 얘기도 들려주고 싶다.
미국 선거에서는 '돈이 미국민주주의의 별명'이라고 얘기되곤 한다. 특히 대통령 선거는 일종의 인기투표여서, 후보자간에 스캔들을 이용한 공격·비난과 응수, 헐뜯기 중심으로, 근래 40년 동안 상업방송이 그 매체서 사용되어 왔다. 상업적이기 때문에 몇 만, 몇 십만 달러라고 하는 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저절로 돈투성이의 선거가 된다. 국민 부재, 이것이 커다란 특징이었다. (岡田則男, "2000年の米大統領選擧を讀む", {經濟}, 2000년 1월호, 도쿄, p. 63.)
저들 조두증후군 환자들은, 백치에 가까운 정치의식 및 사회의식의 표현이지만, 부르주아 정치의 부패와 범죄를 정치인들의 개인적인 도덕적 품성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오늘날 '고백'·'참회'하고 있는(?) '양심적인', 과거 민주투사들의 초상을 보라!
그 부패와 범죄는 결코 개인적 품성 탓이 아니고 사회적이며 계급적인 것이다. 그 부패와 범죄는 부르주아 정치, 이른바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사적·계급적 이해·거래와 밀접히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고, 뿐만 아니라 가능한 모든 수단과 자원을 동원하여 계급적 분열과 대립을 은폐하면서 대중을 매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 때문에 무릇 썩지 않는 부르주아 정치, 부패하지 않는 부르주아 정치인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스스로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기분으로 산다"고 자조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리고 예컨대, 한 정치인의 "내가 유죄면 모두 유죄"라는 법정진술에 대해서 {동아일보}(99. 7. 17.) "사설"이, "역겹기 짝이 없는 발언이지만 한편으로는 맞는 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한국의 정치권이 구린 돈의 사각지대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안다"고 쓰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한편, 이들 환자의 소동에는 물론 역겨운 위선도 짙게 드리워 있다. 다름 아니라, 당연히 거론해야 할 것에 대해서, 종파주의적 동기에서, 마치 존재하지 않는 양 침묵하는 것이다. 극우 보수주의자들이야 으레 그런 자들이므로 그 위선에 대해서는 추호도 언급할 가치가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진보'와 '개혁'을 자처하는 자들의 위선에 대해서 몇 가지 예를 들고 싶다. 오늘날 '진보적' 조두증후군 환자들이 '정치개혁'의 희망을 찾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의장을 비롯한 핵심인자들이 과거에 벌인, 예컨대 다음과 같은 정치적 언동들이다.
<예1> : 2001년 6월 16일자 {동아일보}는, "민주당 '정풍(整風) 운동'을 주도했던" 당시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이 2001년 6월 15일 충남 당진 군민회관에서 열린 '자민련' 당진지구당 개편대회에서의 발언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국가 안보에 대한 굳건한 철학과 신념을 가진 김종필 명예총재님이 뒷받침해주신 덕으로 국가가 튼튼히 발전하고 있다."
"민주당과 자민련은 공동운명체이다. 자민련은 근대화의 정신이며 민주당은 민주화의 선봉이다. DJP 공조가 굳건할 때 이 나라 정치와 경제가 안정됐고 DJP 공조가 흔들릴 때 정치와 경제가 흔들렸다."
<예2> : 2000년 7월 25일자 {조선일보}는 "몸싸움·고함·욕설…'난장판 국회'"라는 제목 하에, 법안의 이른바 '날치기 통과'의 한 복판에 자타공인의 '개혁적인' 의원이 있었음을 다음과 같이 흥미진진하게 보도하고 있다.
민주당과 자민련이 (7월) 24일 국회법 개정안을 16대 들어 처음으로 '날치기' 통과시킨 국회 운영위 회의장은 몸싸움과 고함, 욕설로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이날 날치기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운영위원장인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총무를 집중 마크하는 사이, 민주당 간사인 천정배(千正培) 의원이 국무위원 발언대에서 전격 처리하는 방식이었다. …
순식간에 회의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회의장은 거친 숨소리와 함께 땀 냄새로 가득 찼고, "길터!", "안 비켜, 임마", "이게 뭐하는 짓이냐" 등 욕설이 난무했다. 상당수 민주당 초선들은 엉거주춤한 자세였다. 일순간 뒤로 밀린 정 총무는 "뭣들 하느냐"고 민주당 의원들을 다그쳤다.
… 한나라당 고흥길(高興吉) 의원은 천 의원을 잡아 뒤로 제쳤고, 다른 의원은 마이크를 빼앗았다. …
… 이병석(李秉錫) 의원 등 한나라당 젊은 의원들은 천 의원 멱살을 잡고 "저 새끼 잡아", "취소해 임마"라고 고함을 쳤다. 천 의원 목소리가 들린 지 20여 초 만이었다.
천 의원 말이 회의장에 들리지 않아 한때 상정인지 통과인지 불확실했으나, 자민련 오 총무는 "무슨 소리냐, 통과야"고 말하며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예3> : 무엇보다도 최근 노무현 대통령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잡음들'!
이러한 언동들에 대해서 '진보적' '개혁적' 환자들은 어떤 변명을 할 수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그러면, 저들 조두증후군 환자들이 벌이는 소동이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은 무엇일까? 참으로 무서운 현실이지만, 저들의 저 백치 같은 '조두증후군'의 발작이 사실은 부르주아지의 정치적 헤게모니를 강화해 가는 유력한 수단의 하나가 되고 있다.
저들은 부르주아 정치의 불치의 부정부패 때문에 '정치혁명'이니, '정치개혁'이니, '시민혁명'이니 하며 그렇게 요란스럽게 소동을 벌이고 있는데, 바로 그러한 소동이 대중의 정치적 사회적 관심을 사로잡으면서 역설적이게도 부르주아지의 정치적 헤게모니를 유지·강화하는 것이다. 저들이 '정치혁명'·'정치개혁'·'시민혁명'을 요란스럽게 떠들 때, 사회는 온통 저들의 그러한 몰계급적인, 아니 실제로는 철저히 부르주아계급적인 의제·담론으로 뒤덮이게 되면서, 그만큼 부르주아지의 정치적 헤게모니가 유지·강화되는 것이다.
빈곤과 실업의 절망으로 일가족 집단자살이 드문 사건이 아니게 된 상황인데도, 생존권이라는 노동자·민중의 의제·담론은 설자리를 잃고, 대중의 삶은 그만큼 더욱 철저하게 파괴돼 가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그러한 것처럼 말이다.
부르주아지의 이데올로기 조작에 혼을 빼앗겨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 판에 끼어서 어릿광대 노릇을 하고 있는 일부 '노동운동' 단체들이나 '진보정당'도 있다. 하지만 그들을 제외하면, '정치개혁'을 떠들어대는 자들은 모두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생존권'이라는 노동자·민중적인 의제·담론과 부르주아적인 그것이 첨예하게 대립·경쟁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그리하여 가능한 한 노동자·민중적인 의제·담론을 배제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수구·보수 이데올로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진보적'이라는 매체, '진보적'이라는 시민운동 단체들도 사실은 그러한 반노동자·반민중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들이 얼마나 의식적으로 '노동자·민중운동'이 아니라 '시민운동'을 추구하는가를 상기하면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저들의 '조두증후군'도 사실은 그렇게 정치적·사회적 의제를 선점하고 부르주아적 억압·착취체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재생산하려는 계급적 본능에서 발작하곤 하는 것이며, 그러한 한에서 저들의 '정치개혁' 소동은 정치적 음모이고 사회적 범죄행위이다.
모름지기 '조두증후군'을 경계하고 계급적 관점을 견지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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