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참소리
지난 2002년 1월 29일, 14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갔던 군산 개복동 성매매집결지 화재참사 2주기 추모식이 30일 전주 홍지문화공간에서 열렸다.
개복동화재참사대책위와 전북여성단체연합의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는 성매매 문제점과 과제를 다룬 영상 상영으로 시작됐다.
참석자들의 고인들을 추모하는 묵념이 진행된 후, 배정희 전북여연 공동대표는 추모사를 통해 "벌써 2년이 지났다. 한알의 씨가 땅에 떨어져서 죽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을 안다. 그들의 안타까움 죽음을 딛고, 성매매로 피해입는 여성들이 더 좋은 세상에 살 수 있도록, 또 이 문제에 대한 의식이 많이 깨어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박종훈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와 김민아 전북도의원도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지 못하고, 아직도 여성들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들의 넋을 기릴 수 있는 길은 사회적 제도와 인식이 전환되는 것임을 강조했다.
▲위) 추모의 묵념. 중간)성매매상담센터 자원활동가들의 노래공연. 아래)성매매상담센터에서 매월 발간하는 소식지. 성매매피해여성들이 직접 만든 그림과 글들을 담고 있는 이 작은 소식지는를 보고 구조를 요청하는 피해여성의 사례도 있었다. [사진출처:참소리]
개복동 화재참사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국가배상에 관한 재판은 아직까지도 진행중이다. 14명이라는 희생자인데다 그 기록과 자료량이 엄청나 재판준비절차를 마치는 것만해도 지난 해 말까지 진행되고, 올해 1월에야 재판이 열리게 됐다.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전북성매매여성인권지원센터 정미례 소장은 경과보고를 통해 "처음 열리는 재판이라 유가족들도 기대를 갖고 많이 모였는데, 업주가 출석하지 않아 30초만에 끝이 났다. 오는 2월 13일까지 출석하지 않으면 재판종결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변호인단은 끝까지 하겠다는 입장"이라며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길 당부했다.
개복동 참사 1년 전 일어났던 대명동 화재참사 사건도 지난 해 8월에야 항소심 결심이 났고, 상고까지 이른 대법원 판결도 오는 7월 이후에나 나올 예정이다.
또 연이어 터진 대명동, 개복동 참사를 계기로 성매매방지법 제정의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2001년 입법 청원을 한 후 현재까지도 법 제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정 소장은 말했다. 하나의 성매매방지법이 좀 더 체계적으로 처벌에 관한 법, 피해여성 보소에 관한 법으로 나뉘었지만, 각각의 법안이 법사위와 여성위로 나뉘어져 검토되면서, 내용이 상당히 훼손된 '누더기 법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 소장은 "비록 '누더기법안'이라도 16대 국회를 넘기지 않도록 빠른 법제정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과보고에 이어 고인들을 추모하는 시와 추모글이 낭독이 됐고, 성매매현장상담센터 자원활동가들의 모임인 '예스 이루리'의 추모노래 공연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성명서 낭독을 통해 "최근 성매매 여성들의 자기권리찾기 움직임과 피해여성을 지원하는 쉼터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성매매 현상은 줄어들지 않고 피해여성들의 구조요청이 늘어나고 있다"며 개탄하고, "정치인들의 정쟁에 묻혀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성매매방지법이 하루속이 제정돼 성매매 근절에 한발자국 다가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추모시]개복동 성매매 거리를 벗어난 14명의 영혼에게 눈물, 한숨, 통곡 / 감이 되어 흐르던 시간을 지나 / 쇠사슬 옭죄어 / 젊은 숨 누르던 거리를 지나 / 푸른 꿈 / 눅눅하게 얼룩진 / 징그럽던 한 평의 쪽방을 지나 / 짐승의 눈빛에 소스라치는 / 새벽녘 악몽을 지나 그대들, 자유로운 새가 되었는가 / 봄 공원의 연인이 되었는가 / 그리운 엄마의 딸, 오빠의 동생이 되었는가 / 제주의 노란 바람이 되었는가 / 햇살 잘드는 창가 누군가의 애틋한 이름이 되었는가 가자! / 썩은내 진동하는 성산업욕구를 엎고 / 착취, 폭력, 유착비리 나풀대는 더러운 영역을 엎고 / 노예되어 신음하는 유린의 현장을 엎고 / 죽어야만 통과되는 성매매거리를 엎고 가자! / 그대들, 우리 손을 마주잡고 / 평등의 세상위해 지금 함께 가자. - 2004.1.29 사)군산여성의 전화 |
한편, 지지부진한 성매매방지법 제정과는 달리 지역에서 성매매피해여성들을 구조할 수 있는 활동들은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어 작은 희망을 주고 있다.
지난 2002년 설립되고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는 전북성매매현장상담센터에 이어, 최근 피해여성을 보호하고 직업재활을 도울 수 있는 쉼터(전화 063-285-8297)가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애초 개복동 참사 2주기 추모식과 함께 이 쉼터 개소식을 하려 했지만, 설치신고가 마무리 되지 않는 관계로 행사에서 쉼터활동을 소개한 김은경 대표는 '쉼터 운영에 필요한 여러가지 생활물품 등 많은 시민들의 애정과 관심을 바란다'고 전했다.
참소리 최인화 기자 tori@icom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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