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권'은 인권이다.

-국제보건포럼(IHF, International Health Forum) 참가기

*국제보건포럼의 [세계화와 건강] 개막 총회 진행 모습[사진-민중의료연합]


인도 뭄바이에서 2004년 1월 14, 15일 국제건강포럼(IHF)이 열렸다. 보건포럼는 세계사회포럼 전에 건강 관련한 이슈만을 모아 각국의 사례를 발표하고, 토론을 진행하는 자리이다. IHF는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행사로 작년까지는 매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진행되었다가 올해 세계사회포럼이 인도에서 열리게 되면서 같이 인도로 옮겨 진행되었다. 보건포럼는 세계사회포럼과는 약간 성격이 다른 점이 있다. 보건의료를 포함한 건강과 관련한 한 부문의 이슈를 다룬다는 것뿐만 아니라, 2004년 7월에 민중건강총회-2(People Health Assembly-2)가 열릴 예정에 있는데 보건포럼은 이를 준비하기 위한 전 단계로 인식되고, 7월에 선언문을 채택하기 위한 초벌 논의로서 진행되는 것이다. 그리고 주요하게 민중건강 운동(People Health Movement)이라는 단체에서 포럼을 주관하였다.

민중건강운동은 전세계적으로 지부를 가지고 있는 거대한 보건의료조직으로서, 각 나라에서 쟁점이 되는 주제에 대해 중점적으로 활동하며 국제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건강권에 대한 선언을 조직하고 있다. 1978년 12월 12일에 알마 아타 선언이 있었는데 이는 보건의료 시스템에 대한 급진적이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려는 시도였다. 민중건강운동을 비롯한 여러단체들은 이 정신을 계승하기 위하여 민중건강총회를 기획한 것이다.

보건포럼는 이틀동안 건강과 관련한 대부분의 이슈들을 다루기 때문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빡빡한 일정이 짜여져 있었다. 이틀동안 오전은 총회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14일은 '보건의료 산업을 통한 세계화를 바라보는 관점과 투쟁전략'이 주제였으며, 15일은 'HIV/AIDS와 기회감염의 부활-직면한 위기'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특히 에이즈와 관련한 총회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잠비아, 태국, 인도, 중앙 아메리카에서의 에이즈 위기에 대한 사례를 발표하고, 케냐에서 아프리카의 에이즈로 인한 건강의 위기,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에이즈와 의약품 접근권,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에이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의료시스템의 접근방법, 인도에서의 기회감염의 부활, 마지막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3*5 계획에 대한 발제를 진행하였다.

3*5란 2005년까지 3백만 명의 HIV 감염인에게 의약품을 공급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인데, 세계보건기구 관계자는 예산 책정 계획과 진행상황까지 발표하면서 시민사회단체들이 교육 부분을 담당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구적인 위기상황으로까지 불리는 에이즈를 바라보는 관점과 어떤 식으로 활동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부분은 논쟁의 지점이 있는 듯하다. 단순히 에이즈를 퇴치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방식과 이 문제를 운동적으로 어떻게 풀 것인가의 문제가 아직 남아있다.

또 다른 내용으로, 세계화와 보건 정책, 보건의료 부문 개혁에 대한 작은 총회와 워크샵들이 있었다. 각 나라별로 진행되는 사유화의 문제들에 대해서 공유했는데, 여기서는 짤막하게 인상적인 경험들 몇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에는 기초적인 의료(1차 의료)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는데 세계화, 경제적인 요인들도 있고, 남아공의 상황이 초보적인 의료 시스템에도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종합적인 의료접근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호주 같은 경우에는 의료시스템이 비교적 잘 갖추어진 선진국이지만 기간산업 사유화로 인하여 건강권이 훼손당하는 사례를 발표했다. 호주의 한 여성이 피부암 때문에 의료보험제도의 혜택으로 에어컨을 받게 되었지만, 전력 사유화로 인해 전기료가 너무 비싸 에어컨을 쓰지 못했다는 웃지 못할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대안모델로서 쿠바의 의료 시스템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도 있었다.


*세계 사회포럼 폐막 행진


WTO와 의약품 접근권에 대한 논의도 한축으로 진행되었다. 인도와 브라질이 2005년부터 TRIPs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당장 내년부터 일반의약품(브랜드 오리지널 약품의 카피약)을 공급하던 주체로서,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커다란 쟁점이었다. 그리고 또 양자, 지역간 무역협정이 진행되면서 강화되는 TRIPs-plus 효과에 대해서도 논의되었다. 이는 TRIPs에서 유연한 부분으로 존재했었던 '공중보건에 관한 도하 선언문'이 무용지물이 되고, 전세계 민중의 의약품 접근권이 크게 훼손당할 것이라는 불보듯 뻔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또한 여성건강과 관련한 이슈들이 크게 쟁점이 되었다. 인도같은 경우에는 산아제한이 여성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커다란 문제인데, 인도는 인구가 너무 많아 산아제한 정책을 갖고 있는데 주로 여성에게 불임시술을 하는 것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마취도 하지않고 시술을 한다거나, 소독하지 않은 기구들을 사용한다거나 해서 여성들에게 감염의 위험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도에는 뿌리깊게 남아있는 신분제도와 엄청난 빈부격차로 인하여 빈민 계층이 의료에 접근할 수 없을뿐더러 여성들이 많은 부분 건강에 위협을 받고 있다. 그리고 에이즈의 확산 문제 또한 젠더 관점에서 바라보면 성폭력이나, 여성이 남성보다 감염될 위험이 높다는 문제 등 여성건강의 문제로 접근해야만 하는 문제들이 많이 있었다.

그 이외의 다른 이슈들로는 전쟁과 건강, 금연운동 어떻게 할 것인가, 전통의학, 대체의학에 대한 문제, 정신의학과 민중건강운동, 독성물질과 환경오염에 대한 것들이 있었다.

짧은 시간에 병행적으로 나열하여 워크샵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모두 참가하지 못하여 내용을 모두 구체적으로는 알 수 없지만 건강권의 문제를 좀 더 확장하는 계기는 되었던 것 같다.

마지막 폐막 총회에서는 알마 아타 선언의 정신을 되새기며 뭄바이 선언을 향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결의를 다지는 자리를 가졌다. 여러 나라에서 온 활동가들은 "건강권이 인권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폐막 총회를 정리하였다.

국제건강포럼은 건강권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맞물리며 어떻게 침해당하고 있고, 전세계 민중은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 갈음하는 자리였다. 제기된 쟁점들을 풍부하게 논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없었지만, 2004년 7월에 있을 민중건강총회를 준비하며 건강권이 한발도 물러설 수 없는 우리의 권리임을 외치는 목소리를 키워 나간다면 전세계 민중의 건강이 신자유주의 세계화로부터 짓밟히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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