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부안군민 '핵폐기장 백지화' 선언

평온한 삶으로 돌아가 부안 공동체를 만들 것


*[사진출처: 참소리]

15일 오후 1시. 주민투표 승리의 기쁨으로 가득찬 부안 군민들이 수협 앞 광장에서 축제의 마당을 가졌다. 발디딜 틈없이 꽉꽉 들어찬 인파, 거리에 세워진 천막에서는 먹거리를 나누고, 돼지고기를 숯불에 구웠다. 이날 일부 상가들은 주민투표 참가율에 맞추어 빵 70% 할인, 기획 10% 할인, 무료 목욕티켓 등을 나누며 동참하기도 했다.

이날 축제의 마당은 14일 부안 주민들의 자체주민투표에서 높은 참여율과 압도적인 핵폐기장 유치반대라는 여론을 얻어냄에 따라 주민들 스스로 핵폐기장 백지화를 선언하고 부안의 평화를 염원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수협 앞 광장으로 발 디딜 틈없이 모여든 부안 군민들 [사진출처: 참소리]


▲여러가지 잔치음식들을 나누어 먹었다. [사진출처: 참소리]


▲주민투표 결과가 쓰여진 벽보를 유심히 지켜보는 군민들. [사진출처: 참소리]

3시 10분경 수협 앞 광장 반핵장승이 서 있는 곳에, 주민들이 손수 준비한 기념물을 역사 속에 묻는 타임캡슐 손수레가 도착하자, 이 역사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부안 군민들과 기자들의 취재경쟁으로 열기가 한층 올랐다. 이날 기념물은 삼보일배 중 헤어진 운동화에서부터 부안투쟁기록 영상시디, 반핵조끼와 잠바 등 온갖 반핵 용품들도 모두 항아리에 넣어졌다. 반핵기념물 앞에서 고사가 진행됐고 부안평화를 염원하는 춤사위가 이어졌다.


▲부안투쟁의 기록을 타임캡슐에 담기 위해 커다란 항아리가 광장으로 들어 왔다. [사진출처: 참소리]


▲'시간 뚝' 항아리를 싣은 수레에 타고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김인경 교무 [사진출처: 참소리]


▲군민들이 직접 준비해 온 핵폐기장 반대투쟁의 상징물들이 항아리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출처: 참소리]


▲항아리가 반핵민주광장 반핵장승 앞 구덩이에 들어가고... [사진출처: 참소리]

4시 하유 스님의 북 공연으로 ‘부안선언’ 본 행사가 시작됐다. ‘핵폐기장 백지화를 염원하는 사람들은 계화에서 줄포까지 그리고 차디찬 교도소에서 뜻을 모으고 있는 동지를 생각하며’ 모두가 일어서서 묵념을 했다.

대책위원회 공동의장 김인경 교무는 인사말을 통해 "어제 부안군민들은 진정한 자치민주주의를 이뤄 온국민을 놀라게 한 살아있는 역사를 썼습니다. 투쟁에 동참해준 부안 군민과 함께해준 이땅의 양심들에게 감사드립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주민투표결과에 따라 핵폐기장 유치 선정 백지화를 선언합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의 투쟁이 더 힘들 것"이라며 주민들의 분위기를 환기시킨 후에 군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한 부안군수를 소환하자고 주장했다.

핵폐기장 유치 찬성, 반대 투표를 주최하고 관리해온 주민투표관리위원회 사무처장인 하승수 변호사는 단상에 올라와 "주민투표관리위원회는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핵폐기장 유치에 대한 여부를 결정하고자 했습니다. 어제 투표 결과에 따라 핵폐기장 유치 선정에 대해 백지화를 선언합니다. 주민의 의사가 명확해진 만큼 다시는 주민의 동의와 이해를 구하는 절차없이 졸속으로 국책사업을 유치·결정하고 추진해서는 안됩니다"라고 투표결과에 따른 핵폐기장선정 철회 결정을 밝혔다. 또한 "정부에서 아직 구체적인 입장이 나오지 않았지만 앞으로 힘든 과정이 있을 것입니다. 핵폐기장 철회를 위한 투쟁에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앞으로의 투쟁에서도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할 것임을 밝혔다.

차가운 바람에 체감기온이 낮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투표결과를 반영하듯 수협앞 반핵광장을 가득 메운 군민들은 연신 핵폐기장 유치 반대 구호와 노래를 부르며 앞으로 신명나게 싸우며 살아갈 의지 보였다.

대책위원회 공동의장 문규현 신부가 단상에 올라와 그 동안 자치적으로 각자가 모두 대책위원이 되어 고생해온 군민들과 함께해준 사회단체, 반핵 외국사회단체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인고의 시간을 잊고 평온의 시간으로 돌아가 생명과 평화의 부안 공동체를 만들자, 핵없이도 살 수 있다는 것을 핵산업 관련자들과 행정관료들에게 보여주자"라고 외쳤다.

행사의 마무리로 대책위는 '부안선언'을 통하여 "자연은 사람들의 소유가 아니며 부안군민들 모두 뭍 생명들과 공존하여 생활 속의 반핵과 자치공동체를 이루어가자. 낡은정치와 독재의 망령, 자연을 해치는 망령을 걷어내고 이땅의 양심들과 뭍생명과 함께 투쟁하겠다."라고 선언하였다. 200일이 넘게 이어져온 촛불집회는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부안성당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핵폐기장 백지화를 선언한 군민들이 흥겨운 풍악에 맞추어 춤을 췄다. [사진출처: 참소리]

축제분위기 속에 고조된 집회는 풍물패의 흥겨운 가락과 함께 부안군민들이 어우러져 강강수월래 놀이를 하며 마무리되었다. 한시간 가까이 풍물과 함께 어울어진 놀이는 남녀노소를 뛰어넘어 모두가 어깨를 맞대어 어제의 감격을 다시 한번 느끼는 듯 했다.

8개월전에만 해도 순박했던 이들은 관료들의 횡포로 인해 순식간에 폭도로 매도되어 전쟁과 같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지금 부안군민들은 지난 8개월간의 고생을 잊고 행복함을 만끽하고 있다. 이제 이들에게 지금의 기쁨을 계속 이어 줄 수 있는 정부의 결단이 나오길 희망한다.


▲이날의 웃음과 기쁨이 깨어지지 않고 영원하기를... 군민들은 염원했다. [사진출처: 참소리]


"정부는 군민의 뜻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반핵민주광장에서 만난 주민들


낮부터 부안 수협앞 광장에서 주민투표 승리의 기쁨에 가득 차 있는 주민들을 만나 보았다. 모두들 반기며 웃는 얼굴로 인터뷰에 응했다.

어제 주민투표가 높은 참여속에 이루어진 것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기쁘지요. 우리동네 상서가 투표율이 높아요. 지금 기뻐요”라며 노래에 맞춰 흥겹게 박수를 쳤다. 상서면 이금만(63) 아주머니는 말을 이었다. “김종규 xx은 부안군 팔아 먹은 x이여. 끌어내야 혀. 기자 양반 맞아, 안맞아”라며 되묻는다.

"투표 결과가 나왔는데 지금 정부의 반응이 없는데요" 라고 물으니 “정부가 왜 안 받아줘. 받아줘야지. 우리 내땅 내가 지킬 것이야. 우리가 정부한테 혜택 받은 게 뭐여. 우리는 이대로 살꺼야라며 말했다.

상서면 임순동(72) 할아버지는 "그x 때문에 부안군의 경제가 얼마나 손해가 났는데 군수 쫓아 내야지"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투표 결과를 어떻게 해야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동진면 안상동(72) 할아버지는 “민주국가에서 군민의 의사를 존중해야한다”고 자신있게 밝혔다.

그리고 옆에 있던 행안면 아저씨는 “이제는 끝나버렸어. 이거 무시하면 난리나. 그럼 사태가 일어나”라며 강한 어조로 말하고 이름을 묻자 “그냥 그대로 써. 군수한테 가서 말혀. 끝까지 해보겠다는 거여. 안되는 거여”라고 말했다.

변산면 김모씨(60)는 “정부가 무조건 백지화 해야하죠. 받아들여야 한다. 당초부터 군민을 무시하고 신청한거고 세계 어디에서도 부안군과 같이 신청한 나라는 없다. 그게 부당하다. 핵폐기장은 안정성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못짓고 있어 더더욱 반대한다. 부안은 50%가 수산을 차지하고 있다. 섬에다가 유치할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고 조목조목 설명했다.

돼지고기를 굽고있는 상서면 아주머니들에게 반대율이 높은것에 대해 묻자, 조미애(43)씨는“홍보를 많이 했고 의식 수준이 높은 거죠”라고 웃는다. “상서면민들이 똘똘 뭉쳤다”라며 말을 바뀐다. “저녁에 잠 못잤어. 지금 기분은 좋은데 이제 군수를 쫓아 내야한다”고 옆에 있던 아주머니들이 함께 말을 거든다.

성모병원 환자옷을 입고 나온 하서면 윤군자(62)씨는 다가가자 “오늘 같은 날 왜 안나요.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부안 사람들 진짜 고생했어요”라고 말을 하고 무대쪽을 계속 응시했다.

작년 11월 부안싸움에서 크게 허리를 다친 행안면 황인지씨는 무대에 올라 “참으로 투표 결과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 감격했다. 우리 부안군민이 역사에 남긴다고 생각할 때 너무나도 감격했다. 스스로 군수가 사퇴해야 한다. 자진해서 오늘이라도 내일 출근해서 자진해서 사퇴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잔치상을 준비하고 있는 동진면 대책위 아주머니들. 1,000명 이상 분량의 전을 만들어서 줄 것이라며 “큰잔치에요. 기분 좋지요”라며 음식준비에 여념이 없다. 정부 입장을 묻자, 동진면 김금숙(50)씨는 “당연히 받아들여야지. 안 받아들이면 또 시작해야죠”라고 정부가 수용해야함을 설명한다.

여행가방 차림으로 핵폐기장 깃발을 들고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어디서 오셨어요’라고 묻자, 이순진(3)씨는 “지역축제인 민주적인 축제의 장에 함께하고 싶어서 오늘 서울에서 왔다”고 인터뷰에 응하고 바로 다시 사람들과 어울렸다.

참소리 편집팀 기자 icomn@icom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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