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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16일 방학동의 한 동사무소를 찾아 지문날인을 거부하고 주민등록증 발급을 요구하는 최선아 학생 |
지난 1월 12일, 천안에서 한 학생이 고등학생으로는 최초로 지문날인 거부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이후 꼭 한 달 만에, 이번에는 서울에서 또 한 명의 고등학생이 지문날인 거부를 공개 선언했다.
"얼마 전에 받아본 뉴스 메일에서 지문날인을 거부한 학생의 이야기를 봤어요." 지문날인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때문에 일찌감치 받아놓았던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서를 작성하지 않고 있었던 이 학생은 기사를 보고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었다. 뉴스 메일을 본 이후 지문날인제도에 대해 나름대로 조사를 해 본 결과 이 학생은 지문날인을 거부할 결심을 하게 되었다.
2월 16일, 이 학생과 함께 찾은 방학동의 한 동사무소에서는 천안에서와 마찬가지의 소동이 일어났다. 주민등록증 발급을 담당한 공무원은 동행한 취재진에게 열손가락 지문을 날인하지 않으면 주민등록증을 발급해줄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현행 주민등록법에는 주민등록증에 지문을 수록하도록 규정되어 있다(주민등록법 제17조의 8 제1항)"면서 법률의 근거를 이야기했다. 그러나 열손가락 지문날인에 대해서는 경찰청의 업무를 대행해주고 있는 것뿐이라서 경찰청에 문의를 해야할 일이라고 답했다.
주민등록증 발급을 거부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이 공무원은 "거부는 법률의 규정을 따르지 않겠다고 하는 이 학생이 하는 것이다. 나는 법률의 규정에 따라 정상적인 공무를 수행하는 것일 뿐 거부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확인서를 작성해달라는 요청에는 "법률의 규정에 따른 업무처리를 한 것에 대한 확인서를 작성해줄 의무가 없다"고 답했다. 열손가락 지문날인에 대한 내용만이라도 확인서를 작성해줄 수 없겠느냐고 하자 그것 역시 자신의 의무사항이 아니라 경찰청의 확인이 필요한 일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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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선아 학생이 지문날인을 거부하자 동사무소 측은 '요건 불충분'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주민등록증 발급을 거부했다. |
지문날인을 거부하는 주민등록증 신규발급 대상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현행 지문날인제도가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박정희 군사정권은 지문을 찍지 않으면 간첩이라는 식의 사회분위기를 유도하였다. 전쟁의 상흔이 가라앉지 않았고 치열한 긴장관계가 유지되었던 당시에는 "왜 지문을 찍는가?"라는 의문조차도 금기시 되던 시절이었다. 그 시대에 어린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은 일찌감치 복종을 미덕으로 삼아버렸다.
그러나 권위주의정권의 폭력이 가라앉은 시기에 태어난 현재의 주민등록증 신규발급 대상자들, 즉 만17세가 된 청소년들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그것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스스로 의문을 가지게 되었고, 그 의문에 대해 스스로 자신의 해답을 만들어나가는 세대이다. 이들에게 지문날인제도는 자신을 통제하기 위해 국가가 마련한 굴레일 뿐이다. 이들에게 복종은 미덕이 아니라 깨트려야할 악폐이다.
전 국민 열손가락 지문날인제도는 애초에 만들어지지 말았어야할 악습이다. 이러한 악습을 용인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상황조차 이제는 의미를 상실했다. 의미를 상실한 구시대의 악습으로 인해 또 다시 어린 학생이 현행법을 위반하는 위치에 서게 되었고, 신원확인방법을 찾지 못해 해매야 하는 부당한 현상이 벌어지게 되었다.
이 학생 역시 천안의 학생과 함께 헌법소원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부모님의 동의까지 받아놓은 상태이다.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입시를 앞둔 이 중요한 시기에 부당한 국가권력의 통제를 거부하는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얼마나 더 많은 학생들이 스스로 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한다고 나서야 행정자치부는 침묵을 깰 것인가?
헌법소원이 진행되어도 언제 결정이 날지 모르는데 그래도 괜찮겠냐는 물음에 이 학생은 대답했다. "잘못된 것은 바뀌어야죠." [지문날인 반대연대 윤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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