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노점상의 연대를 말한다


- 사진 : 전국노점상연합 홈페이지(http://www.nojum.org)



한국의 노점상들이 서울에서 국제대회를 개최한다. 올림픽에도, 월드컵에도, 조그마한 국제회의에마저 외국인이 보기에 좋지 않다고, ‘거리환경미화’라며 쓰레기 치워지듯 쫓겨나야 했던 노점상들이 국제대회를 열게 된 것이다. 삐뚤어진 세상이기에 생기는 아이러니다. 지금도 강남에서는 외국바이어가 많이 다니는 테헤란로에 노점상은 안 된다며 깡패까지 용역으로 동원된 단속이 계속되고 있다.

국제노점상대회의 시작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별국가를 넘어서 노점상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향상시키기 위한 활동이 있었고 11개국이 결집하여 ‘노점상 벨라지오 국제선언’을 채택하게 된다. 많은 나라에서(특별한 몇몇 정부를 제외하고는) 노점상에 대한 일관된 정책이 거의 없으며 단지 도시개발계획의 방해물로 치부되는 것이 현실이다. 많은 문제점이 노출된 채 잠정 중단된 청계천 복원공사에서 노점상들이 받은 처우도 그러했다. 청계천 노점상들은 복원공사의 주체도, 참여자도, 수혜자도, 심지어 방관자조차 되지 못했다. 내치고 치워 버려야하는 방해자 취급을 당했다. 노점상들이 사회에 제공하는 서비스의 유용함이나 공식부문 노동에서 포괄하지 못하고 제도적 복지정책에서도 배제된 빈민들의 자구책 역할을 해온 것 등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시된 채 말이다. 노점상들의 국제적인 연대는 이러한 공통된 현실인식에서 출발했다.

이후 노점상네트워크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져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를 거치며 참가국과 단체가 늘어났고 2002년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StreetNet International’이 발족하기에 이른다. 3월 16일부터 19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국제노점상서울대회는 참가규모와 회의내용에서 StreetNet International의 첫 정식총회이자 대회라 할 수 있다. 규약개정과 의장선거 등 내부체계를 정비하는 회의가 진행되며 각 국의 노점상단체들의 운동경험을 공유하고 정책사례들을 이해하여 자국에서의 노점정책을 변화시키는 운동으로 키워나가는 자리가 될 것이다. 특히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공식부문의 노동이 줄어들고 비공식부문, 저임금 노동이 증가함과 동시에 노점상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회가 가지는 의미는 크다. 노점상을 비롯하여 저임금과 열악한 환경에 처한 비공식부문의 노동자들, 여성노동자, 이주노점상, 어린이 노동에 대한 문제가 주요의제로 제기될 것이다.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고통 받는 한국의 노점상들에게는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대회가 더욱 큰 의미이다. 노점상을 없애기 위해 수많은 나라들에서 회유와 폭력이 일어나고 있지만 노점상을 없애는 데 성공한 나라는 없다. 개발과 함께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노점상을 거리에서 내몰지만 언젠가는 다시 노점상이 하나 둘 생기기 마련이다. 정부의 정책이 만들어내는 공식부문 노동의 불안정화는 노점상의 증가를 초래하기도 한다. 노점이 불법이라는 이름으로 도시공간의 방해자로 취급받는 것은 몇 십년에 지나지 않는다. 긴 인간의 역사에서 노점은 가장 오래된 상행위 형태였으며 지금도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노점상들은 각국의 사례를 통해 이러한 내용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인도와 남아공에서처럼 노점상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에 합당한 정책을 만들며 당사자인 노점상과 함께 대책을 논의하는 민주적 정책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폭력으로 노점을 강제철거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정책이 존재하지 않는 한국 정부를 향해 수많은 증거와 경험들을 제시할 것이다.

김경림 / 국제노점상서울대회 한국조직위원회 홍보위원 livre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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