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사람은 벌어야 먹고 살지"

<참정권의 사각지대>일용직 건설노동자를 만나다

오는 4월 15일은 만 20세 이상의 선거권자는 누구나 참정권을 행사하는 날이다. 그래서 정부는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4.15 총선일을 임시공휴일로 정했다. 왜일까?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선거권 행사의 편의를 위해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것이다. 그러나 투표하는 날 직장에 나가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공휴일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우리 주변에는 참정권의 행사가 여러 가지 이유로 제한되고 있는 상황들이 있다. 첫 번째로 실질적인 참정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를 만나 봤다. 사람들은 흔히 일용직 건설노동자는 아무 때나 일하고 쉬는 걸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몇년전부터 전북지역 건설노동조합에서는 일용직 노동자의 참정권 확보를 위해 4・15 공휴일 방침을 확인하는 공문을 회사로 보내고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뒷받침으로 대기업 공사현장은 하루 일당 걱정 없이 어느 정도 참정권이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하루 날품을 팔아가며 사는 막일현장에서는 하루 쉬는 일은 매우 힘든 상황이다.

지난 4일, 전주 인근의 공사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를 만나 그들의 현실을 들어보았다. 전날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일하는 도중이라 힘들다고 해서 하루를 기다려 다음날 점심시간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공사장 인근 식당 한 테이블에 앉아있던 네 명의 인부들은 밥이 도착하길 기다리며 현장에서 있었던 일들로 이야기를 꺼낸다. 대화중인 아저씨들과 식당 아줌마의 양해를 얻고 나서 '선거 민심'에 대해 물어보고자 왔다고 하니 질문할 새 없이 먹던 밥그릇을 놓고 정치에 대한 여러가지 불만섞인 얘기들을 쏟아낸다.

30년 동안 공사현장 날일을 했다는 이춘상(66세, 가명)씨는 "우리는 사실 하루 일하면 하루 일당 받고, 일 못하면 돈 받고, 우리는 이렇게 밤이고 낮이고 이렇게 하는데 그놈(정치인)들 보면 일 하고 싶질 않다"며 소수 한잔을 들이킨다. 옆에 있던 김영춘(48세, 가명)씨는 "사장이 술 먹지 말랬자나. 일 시키면서 술도 못 먹게 한다니까"하면서 "국회의원들 이야기가 하기 싫어요. 지금 어느 정당이나 다 마찬가지여"라고 못마땅해 했다.

"국회의원을 잘 뽑고 잘 못 뽑고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정당부터가 생각을 바꿔야지. 이제까지 기존 정당들, 자기들 모가지만 걱정하지, 국민들 위해서 정치한 적 있어? 자기들 입장만 챙겼지 진짜 서민들 입장 챙긴 놈들 있어?" 투표 해도 부정 부패비리 저지르고 민심은 뒷전이라는 이야기다.

"국민들 생각하지도 않고, 탄핵만 하면 자기 정당에 국회의원수가 불어날지 알고 탄핵을 해놓고 본 것이지. 불리하것다 하면 탄핵 안시켰어" 이춘상 씨는 대통령 탄핵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옆에 계신 아저씨가 “선거이야기 하라니까 탄핵이야기는 뭐하러 해. 그건 누구나 다 알고 있어”라고 말을 자른다.

'4년 전에 투표는 하셨어요?'라고 물었다. 이춘상 아저씨는 "아 그래. 투표! 하기야 했지. 이번에도 가서 하긴 할테지" "잘 들어. 근데 지금 심정으로는 하고 싶지 않다 이거지"라고 말한다. 옆에 있던 아저씨는 "그놈들 다 내손으로 뽑아서 이랬는데. 뭐하러 또 투표를 혀"라고 일침을 놓고 다시 식사에 열중한다. 김영춘씨는 "앞에서 끌어주는 사람이 잘해야 뒤에 미는 사람도 재미가 있지"라고 이씨의 말을 거들며, "투표해봐야 소용없어. 나 먹기 살기도 바빠. 그놈들이 나한테 해준 것이 뭐가 있어"고 말한다.

지금까지 아무 말씀 없던 맞은편 분이 말을 막는다. "고만혀. 지금 공사하는 바닥이 더 문제여. 일하는 사람도 없고, 저녁 늦게까지 마칠 수 있을지 몰라"

점심식사가 끝난 후 공사현장까지 따라갔다. 네 명이 한 조가 돼 바닥 콘크리트를 치는 일을 하는데 한 사람이 부족해서 못해먹겠다고 말한다. 힘들어서 못 하는게 아니라 일할 수 있는 조건을 안 만들어 준다고 토로한다. 아저씨들은 일상의 대화를 나눴다. 귀넘어로 듣다 보니, 다른 지역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으러 떠나는 모양이다. "나 이제 다른 곳으로 가네. 돈 많이 주는 곳 가니까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마” “그려 우리가 돈벌라고 일하니까 가야지. 더 많이 주는대로 가게” “저도 강릉으로 갈라요. 집에 김치도 없고 아침밥이라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가야겠네요"

이날 만난 하루 날품을 팔아 살아가는 아저씨들. 이들에게 투표는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로 할 수도 있고 안할 수 도 있는 문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먹고 사는데 도움 안주는 이들을 위해 하루 날품을 포기하면서 까지 투표장으로 선뜻 향하기는 어렵다는 게 아저씨들의 심정이었다. 이들 영세사업장, 공사현장 날품일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근로시간 때문에 투표 행사를 배제 당하기도 하지만 ‘투표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게 하는 현실’이 진정한 참정권의 제한이 아닐까 되돌아본다.

참소리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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