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를 통한 변화를!

-파이를 키우자! 보육교사의 정당한 목소리를 키우자!

그간 보육교사회는 보육의 공공성 강화와 보육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줄기차게 활동해 왔다. 보육교사조직으로서의 정체성을 보다 분명히 하며 1997년 새로운 출발을 한 이후, 보육정책과 제도의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보육관련 당사자와 단체, 시민단체 등과 연대하여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한 결과 올 1월에는 우리의 요구들이 상당 부분 반영된 영유아보육법 개정의 성과를 내었다. 하지만 아직도 시행령, 시행규칙을 세부화하는 문제, 공공성 강화와 보육의 질 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활동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한편으로 구체적인 정책 과제들을 제시하며 보육 정책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한 여론 형성 및 연대 활동이 필요할 것이고 다른 한편 보육교사의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번 영유아보육법 개정 과정에서 특정 이해당사자들이 이권을 앞세우는 바람에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격의 상황이 벌어졌던 일이나 서울시의 보육료 지원 예산이 유치원계의 반발로 제대로 집행되지 못한 상황을 볼 때, 이후 보육발전을 위한 정책 요구 활동에서 서로 상충되는 이해관계의 측면만을 부각시킨다면 상호 발전은 더딜 수밖에 없다. 이해관계의 상충은 엄연히 존재하고, 지금 당장은 서로 이해관계가 상충되더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어느 한 쪽의 발전은 또 다른 한 쪽의 발전에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자기가 앞서 가지 못한다고 하여 다른 쪽의 발목 잡는 일은 그만둘 일이다.

보육교사회 홈페이지 열린 마당에 어느 네티즌이 얼마나 속이 터졌으면, '복장'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올렸을까?

"파이를 찢어서 나만 더 먹을 생각만 하지 말고 파이를 키울 생각을 해야함다..."


요즘 같이 너나 없이 자기 권익을 주장하는 세상에 자기 권익을 주장한다는 것이 결코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목소리만 키워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세태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당성이 인정되는 요구는 사회적으로 수용될 것이고, 정당성 없는 이기주의는 외면당할 것이다.

보육서비스를 직접 담당하는 보육교사는 보육계의 주요 당사자들임에도 불구하고 보육교사들의 정당한 요구를 내세우는 목소리는 아직 크지 않다. 비록 보육교사들의 주요한 요구였던 보육의 질 향상을 위한 보육교사 자격기준 강화와 자격증 제도가 도입되었지만 보육의 질 향상에 결정적 요인인 교사 대 아동비율의 하한선을 낮추는 문제라든지, 보육교사의 처우 및 근무조건 개선, 국공립과 민간시설 보육교사간의 임금 격차와 같은 문제들은 보육정책 및 제도 개선 논의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제 보육교사들은 보육의 발전적 변화를 위해 자신들의 요구를 조직화하여 보육교사들이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식을 새롭게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보육교사들의 현실적 조건을 고려해보면 그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요즘 세대의 삶의 양식과 문화에 비추어볼 때 우선 사이버망에서 보육교사들의 의견 교류의 장을 만들어내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보육현장에 있는 교사들이 보육현실을 드러내고 정당한 근거들을 가지고 보육의 질 향상을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들을 제시하는 일부터 시작하자. 변화의 의지가 있어도 분산된 보육교사들의 목소리와 힘만으로는 무력감만 더할 뿐이다. 이미 사이버 공간에서 일부 보육교사들이 공통된 관심사를 나누고, 교육활동을 교류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걸로 알고 있다. 이런 자발적인 모임들이 서로 연계하고 보육교사회 또한 보육교사들의 지원조직으로서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하고, 상담 및 다양한 지원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인력 및 자원을 개발하고 확보해나가자. 인라인-오프라인 모임을 활성화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로서 사이버망에서 네트워크를 조직해낸다면 보육교사들이 영향력을 발휘하는데 상당한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변화는 보육교사들의 참여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보육교사회가 아무리 보육교사들의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주도적으로 정책 요구를 해나가고자 하여도 다수의 보육교사들의 참여가 없다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나아가 보육교사들의 정당한 요구에 대한 사회적 지지와 동조를 얻어내려는 노력이 함께 이루어질 때 변화는 일어날 것이다.
보육 현장의 교사들은 누군가 자신의 요구를 대변해줄 것이라는 안이함, 다른 목소리에 대한 소극적 비난에서 벗어나 파이를 키우고, 정당한 목소리를 키우는 일에 참여함으로써 변화를 도모할 일이다.

이번 부산보육교사회가 학부모, 시민단체 등과 함께 보육조례제정시민운동본부를 구성하여 무려 60,518명의 부산시민의 서명을 받아내 유모차 박스떼기로 부산시에 제출한 일은 보육교사들이 이루어낸 쾌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소식을 듣고 기쁨보다 앞서 그 일에 온 힘을 바쳐 열정을 쏟아온 부산보육교사들에게 머리가 숙여질 뿐이다.

최순옥(명예회원/전 한국보육교사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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