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를 17대 국회 입법투쟁 시동

"입법과정은 운동주체를 조직화하고 선전, 홍보하는 과정"

17대 국회 개원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인권단체들의 인권 입법과제 해결을 위한 모색도 활발해 지고 있다. 지난 16대 국회에서 인권운동 진영은 많은 입법과제를 제출했지만 그 실적 면에서는 매우 저조한 편이다. 16대 국회에서 인권관련 법안들의 처리 결과를 살펴보면 과거청산 법률관련 내용이 6개, 자유권적 기본권관련 4개 등이 다뤄졌으며 이 외에도 이주노동자 관련 개정안 등이 다뤄졌다. 이중 몇 가지 법안(일제청산관련법률, 의문사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민주화운동명예회복및보상등에관한법률 개정안 등)들은 입법화되는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입법 청원의 취지가 왜곡되었으며 대부분의 법안은 심의되지도 못하고 폐기된 경우가 많았다.

17대 국회는 16대 국회에 비하면 인권단체들의 입법환경이 다소 좋아진 측면이 있다. 16대 국회의 경우 수구세력인 한나라당이 1당이었으며 민주당의 보수화도 한몫 했다. 반면 17대 국회는 민주노동당의 의회 진출과 수구세력의 몰락, 학생운동 출신. 재야운동, 민변출신들이 대거 포진해 16대 보다는 입법환경이 좋아졌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17대 국회를 단순히 낙관 하기는 어렵다. 열린우리당이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 정책노선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청산과 같은 입법은 쉬울 수 있으나 신자유주의 정책과 관련한 법안은 한층 더 노동자, 민중을 탄압하는 방식으로 통과될 가능성도 커졌다.

인권단체들은 16대의 성과와 한계를 바탕으로 17대 국회 동안 전개할 입법 과제를 모아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5월 14일 인권운동사랑방, 민가협, 유가협, 민변등 인권단체 연석회의는 '17대 국회, 인권입법과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워크샵을 갖고 하반기 인권입법 과제를 점검하기 위한 첫모임을 가졌다.

워크샵은 인권운동 진영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구체적인 법률이 마련되어 있는 경우는 추진 주체들의 발의에 의해 인권운동진영이 같이 검토하고 이에 대한 역량 배치와 계획을 공유 하자는 것이다. 또한 입법계획중인 법률들에 대해서는 사전 논의단계부터 공유해 인권운동진영의 공동의 힘을 모아나가자는 취지에서 진행되었다.

주발제를 맡은 인권운동 사랑방 박래군 활동가는 발제문을 통해 하반기 중점 과제에 대해 "과거청산 입법 과제들을 중심적으로 배치하고 국가보안법, 집시법, 사회보호법은 그 의미의 중요성으로 연석회의 전체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며 장애인관련법안, 병역법의 개정이 추진될 경우 연석회의 차원의 힘의 집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워크샵에서는 또 다양한 인권단체들이 펼치고 있는 각종 인권 사안들을 점검하고 당장 하반기 입법 집중 과제를 설정할 수 있는지, 4년 동안 분기별로 순차적인 과제를 만들 것인지 등의 전술적 논의가 제기 되기도 했다.

많은 인권 단체들이 작년에 국회에 살다시피 하면서도 사실상 실효성 있는 성과를 얻지 못해 작년처럼 되지 않도록 집중과제를 설정하고 하반기에 주력으로 대응할 우선적인 법안과 분기별로 집중과제 등을 만들자는 것이다. 또한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등 3개 당에 대한 접촉 방식도 논의가 제기 되었다.

이날 워크샵에서 인권운동 사랑방 박래군 활동가는 "인권운동진영은 16대 국회에서 입법투쟁관련한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었다"면서 "입법 과정을 기술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래군 활동가는 또 "입법 투쟁은 국회에 대한 상층 로비와 같은 부분이 중요할 수도 있지만 국회 외부의 압력이 조직되지 않으면 입법 투쟁의 결실은 거의 없을 수 있다"면서 "대중적인 지지를 동원하지 못하는 입법 투쟁은 큰 실효성이 없고 입법과정자체가 운동주체를 조직화하고 운동의 내용을 선전, 홍보하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워크샵은 입법 과제의 확인과 입법활동의 원칙 등을 공유하고 마쳤다. 인권 단체들은 향후 보다 세밀한 입법 계획을 가지고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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