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은 교섭 사안 아닌 인권사안

"최저임금이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있다"

▲56만원 짜리 최저임금 어떻습니까? "너무 적다"

작년(2003년) 6월 26일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 노동자위원 9명 전원과 공익위원 2명이 '최저임금 7∼15% 인상범위 철회'를 요구하며 최저임금위원회를 총 사퇴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최임위는 하루 뒤 27일에 공익위원 6명과 사용자위원 전원이 모인 가운데 최저임금을 현행 567,260원으로 결정했다.

2004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시기가 다시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렸다. 하지만 민주노총에서 추천한 위원들은 1차 전원 회의에 불참했다. 애초 민주노총은 4월29일 최임위에 복귀하기로 결정을 내렸으나 작년 사퇴한 공익위원 충원에 대해 민주노총과 얘기 된 사람이 아닌 엉뚱한 사람이 내정되면서 올해 1차 회의를 불참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노동부차관이 직접 나서 사과하고 제도개선 특위를 꾸리기로 해 민주노총은 다시 중집 논의를 통해 5월21일부터 참가를 결정했다.

민주노총이 이렇게 최임위 초반부터 회의에 불참하는 등 최임위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올해도 작년과 같이 최임위가 노동계가 요구하는 최저임금의 수준을 받아 들일 논의구조가 열려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에 위원들이 전격적으로 탈퇴하게 된 배경은 최저임금에 대한 인식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최저 임금이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유일하게 임금인상 수단이 되고 있다. 따라서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이 인상되어야 임금 인상방안이 나오는 것이다.

민주노총 정경은 정책부장은 "최임위에서 우리나라 저임금이 얼마나 되고 저임금 노동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를 논의 속에서 임금책정 논의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에서 몇 % 인상률을 갖고 있다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작년에 양대 노총에서는 이러한 논의 방식이 아닌 적정 수준의 대책에 대해 논의하고 장기적으로 몇 년 걸리더라도 이러한 논의를 가져가려 했으나 공익위원 들이 귀담아 듣지 않았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공익위원구성도 문제다. 현행 공익위원은 노동부 장관의 위촉을 받아 대통령이 선임한다. 하지만 정부측 공익위원은 대부분 노동연구원소속으로 노동연구원은 사실상 노동부 하청기관이라는 지적이다. 노동연구원 소속 위원들은 노동부 입김에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작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범위 내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할 것을 압박해 왔다고 정경은 부장은 설명했다.

지난 20일 양대노총과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최저임금연대는 공익위원 선출권한을 정부에서 노사단체로 전환하자는 제안도 내어 놓았다. 이에 대해 이민우 한국노총 정책국장은 "노사단체인 양대노총과 경총에서 2배수든 3배수든 공익위원 명단을 제출해서 노동계나 경영계에 치우친 사람의 명단을 삭제하다 보면 9명을 뽑을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도 노동계 전원 사퇴 등 가능성 커
최저임금 결정과정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경은 정책부장은 올해 최저임금을 둘러싼 싸움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장은 "올해는 공익위원들이 경제 상황과 유가문제 등을 내세울 것"이라며 "임금인상률이 낮을 것으로 보여 그거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작년 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장에 따르면 "작년에도 결국 사퇴했는데 막판 전술 논의는 안된 상황이지만 그때 상황을 봐서 보다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이민우 정책국장도 "작년에도 노동계에서는 60만원까지 양보했지만 받아들여 지지않았다"면서 "올해 심의에는 766,140원 수준에서 책정하도록 하자는 것인데 올해도 터무니 없이 책정하려고 할 경우에는 다시 사퇴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민우 국장은 또 "최저임금은 교섭 사안이 아닌 인권사안"이라고 지적하고 "외국의 예를 기준으로 봐도 평균임금의 50%선을 최저임금으로 해야 하며 이듬해 물가인상률, 경제성장률 등 경제 상황이 반영된다해도 기본적인 관점인 50%를 전제로 판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실천단 발족식 등 본격적으로 대응시작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실천단을 구성하고 지난 19일 명동 우리은행 앞에서 최저임금 실천단 발족식을 열고 대시민 서명작업을 전개했다. 이 자리에서 민주노총 고종환 서울 본부장은 "최저임금을 경영학 교수들이 정하는데 그런 교수들이 밑바닥의 노동자들이 최하의 생활을 해야 하는 돈을 경제 논리로 결정하고 있다"며 "우리는 인간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임금을 달라는 데 경제 상황이나 얘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고종환 본부장은 또 "민주노총은 올해 최대의 목표로 노동자들이 생활할 수 있는 임금 77만원을 쟁취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취미 삼아 일하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일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77만원으로 인상하여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중소기업일반노조 김영수 위원장은 "70년대 노동자의 삶과 지금 노동자의 삶은 56만원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에서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며 "최저임금의 취지는 힘없는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임금을 확보 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호하고 한 사람도 굶지 않고 살라고 정해 진 것인데 그 법이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규탄했다.

실천단은 일상적으로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단체, 정부 등을 대상으로 집회를 개최하고 오는 6월2일에도 대시민선전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최저임금법 개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전 조합원과 시민들을 상대로 벌여나갈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일정에 맞춰 6월4일, 11일, 18일에는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아침 집회를 개최하고 최저임금이 결정될 예정인 24일과 25일에는 전 간부 상경노숙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최저임금연대도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섰다. 양대노총과 민주노동당,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참여연대 등 정치사회단체로 꾸려진 최저임금 연대는 지난 20일 5월 20일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9월부터 내년 8월까지 적용되는 한달 최저임금으로 766,140원(시급 3,390원)을 요구했다.

최저임금연대는 세부요구안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적어도 전체 노동자 임금의 1/2 수준으로 법제화 △공익위원 선출권한을 정부에서 노사단체로 전환 △택시노동자, 아파트경비원 등 감시단속적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확대 △최저임금 위반사태를 빚고 있는 적용시기를 현행 9월에서 1월로 교체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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