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는 신뢰 회복의 자세를 보여라

인권시민사회단체, 개인정보보호법 인권시민단체(안) 공청회 가져

국가, 기업, 사용자에 의한 국민, 소비자, 노동자에 대한 정보인권 침해는 그 심각성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개인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역감시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개인정보보호법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개인정보보호법 제정 움직임은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함께 포괄하는 '개인정보보호기본법'을 연내에 제정할 것이라고 공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행정자치부는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최근 법제처와 국무회의의 검토를 거쳐 국회로 넘겼다. 정보통신부 역시 독자적으로 지난 15일 '민간부문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하고 연내 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자부와 정통부의 이러한 독자적인 행동은 개인정보보호기본법의 취지를 무색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개인정보보호법 인권시민단체(안) 공청회'가 열렸다. 이번에 발표된 안은 '프라이버시법제정을위한연석회의' 참가단체들이 1년여에 걸친 협의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정선애 함께하는시민행동 정책실장이 사회를 맡고, 이은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가 기조발제를 했다. 토론자로서는 정부, 정당,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은우 변호사는 '국제적인 개인정보 보호법제의 강화추세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의 개인정보 보호법제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기본원칙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새로운 기술발전 수준에 조응하기 위하여 범주와 수단, 방법에 구애받지 않는 모든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포괄주의의 채택 ▲국가, 기업, 사용자로부터 독립적인 감독기구로서의 권한과 권위를 가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구성 ▲개인정보 주체의 권리를 실효성있게 보호하기 위한 기본원칙들의 구체화와 보완 ▲주민등록제도를 비롯한 기존의 행정관리제도의 개선.

특히 그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독립성과 실효성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며, "행자부와 정통부가 현재 추진하는 법제 개선은 그 내용상 진일보한 것임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감독기구의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과 교수(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법제정비소위원회 위원)는 큰 틀에서 시민단체안에 대해 동의하면서 다만 "감독기구의 핵심 권한은 일반적인 정보 주체가 알기 어려운 은밀하고 광범위한 인권 침해에 대한 조사 권한''이라고 주장하고, 감독기구의 사법권의 수위와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감독기구의 집행권한 강화를 위해서는 국가인권위 위상으로는 부족하고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병일 위원장(NEIS 반대 정보인권 수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운영위원회, 진보네트워크 센터 사무국장)은 "현재의 입법과정에서의 혼선을 없애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로드맵이 만들어져야 하며, 정부 각 부처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협의틀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행자부와 정통부의 섣부른 입법 추진을 비판했다. 그리고 과거 한미르 학생정보 수집 건, 스팸메일 건, 게시판 실명제 건 등 정보통신부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언급하며, 정보통신부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자세를 보이라고 요구했다.

정보통신부 이용보호과 김기권 과장은 정보통신부가 추진하고 있는 "민간부문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안)이 시민단체안과 전체적인 방향에서는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면서 "명칭에서 비롯되는 오해가 있으므로 법명을 교체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집행력과 실효성의 측면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보좌하는 차원의 사무국이 각 부처별로 필요하다고 주장해서 여전히 정통부의 역할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정당에서는 유일하게 공청회에 참석한 윤현식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행정자치부의 개정법률안과 정보통신부의 법률안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뒤, 시민단체안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정선애 사회자는 마무리하면서 "이번 공청회는 개인정보보호법의 기본 원칙을 제시하고, 각각의 입장들을 확인함으로써 앞으로의 의견 조율을 위한 논의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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