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현장]"잘못 말하면 목날아가요"

"최저임금 현실화가 경제를 악화시킨다고?"



11일 6시 30분, 이른 새벽 지하철 출구 에스컬레이터 위에 긴 아주머니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아줌마들 특유의 시끌벅적함으로 학동역 서울세관 방향 출입구는 소란스러웠다.

"아주머니, 오늘 여기서 무슨 행사 있어요? 어디들 가세요?"
"왜요? 난 모르는데..."

경계심과 능청 섞인 아주머니의 대답에 잠시 할말을 잃은 난 급한 마음으로 출입구를 빠져나와 민주노총의 '최저임금제도 개선 결의대회'가 열리는 서울세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세관 앞에는 이미 민주노총 소속 60여 명의 조합원이 모여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적게나마 그 수가 늘어났다. 집회가 시작되었고,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위원들의 인사와 민주노총 신승철 부위원장의 대회사가 진행되었다. 신 부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최저임금 현실화가 경제를 악화시킨다는 사용자들의 주장에 대해 공영방송에 나와 정당한 근거를 밝혀라"고 촉구했다. 신 부위원장은 "노동자의 임금 77만 원이 이 나라 경제를 말아먹는 것이라면 포기하겠다"며 사용자들의 근거 없는 공세를 꼬집었다.

민주노총 구미시협 배태선 사무국장은 투쟁사를 통해 "최저임금이 단순히 노동생존권을 확보한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전체노동자의 권리와 이익을 향상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배 사무국장은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인상을 가장 중요한 유일의 목표로 설정하고, 총파업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며 민주노총의 강력한 투쟁을 촉구했다.

집회 중반 도시철도청소용역노조 조합원들의 노래가 이어졌다. 김모 씨는 "우리는 늙어서 아는 게 없어요. 우리가 늙은 노동자이니까, '늙은 노동자의 노래'나 한곡 부를께요"라며 '늙은 군인의 노래'를 개사한 '늙은 노동자의 노래'를 반주없이 불렀다.



김모 씨 말대로 그녀들은 늙은 여성노동자였다. '늙은 노동자의 노래'가 끝나고 김모 씨를 만났다.

"몇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왜요? 난 모르는데..."

하루에 두번씩이나 모르는 타인에게 질문을 던지고, 두번씩이나 경계심과 능청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다시 내 신분을 상세히 밝히고, 애교를 떨며 옆자리에 앉았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었다.

"일하시기 힘들지 않으세요?"
"힘든거야 말로 할 수 없죠. 하루종일 지하에서 일하지, 마스크 같은 것도 없이 먼지 다 먹지... 그래서 다들 기관지가 안 좋아요"

"하루에 몇 시간씩 근무하세요?"
"하루 8시간 3교대로 근무해요. 여기 온 대부분 사람이 6시에 야간근무를 끝내고 온 사람들이에요."

"그렇게 일하면 한달에 몇일 쉴 수 있어요?"
"한달에 생리휴가를 포함해서 4번 쉴 수 있어요."

"돈은 많이 받으세요?"
김모 씨는 이 질문에 정확한 답변을 피하며, 한동안 "노조가 생긴 이후에 많이 좋아졌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한참을 조심스레 물어본 후 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나마 노조가 생긴 이후에 많이 좋아졌어요. 전에는 42만 원도 받아봤어요. 월급의 반 이상을 용역에서 떼갔어요. 그래도 지금은 70만 원은 넘어요. 80만 원 정도의 월급에서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대충 70만 원 약간 넘는 것 같아요. 노조결성 전에는 한달에 3번 밖에 못 쉬었어요."

어떤 용역 업체에 속해 있는지를 물었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옆에 있던 다른 조합원이 "그런 거 잘못 말하면 목 날아가요"라고 거들었다.

집회장으로 오는 길에 마주쳤던 아주머니들의 정체와 나를 두번이나 '뻘쭘'하게 만들었던 그녀들 경계심의 정체를 그때 알았다. 사진은 포기했다.

그녀들은 두려워하면서도 이야기했다.

노조결성에 도움을 준 여성연맹에 감사하고, 최저임금은 반드시 77만원이 되어야 하고, 그것이 소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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