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유운동, 문화운동 그리고 저작권제도

[편집자 주] 문화관광부는 올해 저작권법 전면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출판, 방송, 인터넷, 디지털 콘텐츠 등 문화 콘텐츠 전반에 걸쳐 국내외적으로 쟁점이 되어 오고 있는 저작권 관련 주요 현안들에 대한 시민사회단체들의 저작권의 개정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문화연대는 "문화민주주의와 저작권제도"라는 주제로 6월 월례포럼을 진행하였습니다. 본 글은 월례포럼에서 발표된 발제문입니다.


1. 저작권의 특성

많은 사람들이 저작권법을 창작자만을 보호하는 법률로 오해하거나, 심지어 지적생산물에 대한 소유권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지적재산권(혹은 지적소유권)이라는 용어도 이러한 오해를 강화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저작권은 '문화의 향상 발전'을 그 목적으로 하며, 그 수단으로 '저작자의 권리 보호'와 '공정한 이용'을 도모하고자 한다.

이는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인 문화·예술의 창작물, 즉 인간의 지적 활동의 산물(이 글에서는 이를 '정보'라 통칭하도록 한다.)이 가지고 있는 특성에 기인한다. 정보는 유체물과 다른 여러 특성들을 가지고 있는데, 첫째 사용해도 줄어들지 않으며, 둘째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어도 나에게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공유가 가능하다.

이러한 속성 때문에 정보는 어떠한 인위적 제한을 가하지 않는 한 경제적 거래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저작자의 허락없이 복제·이용을 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무한한 속성을 가진 정보를 '유한한 재화'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 바로 저작권이다. 창작자에게 독점·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여 경제적 보상이 가능하게 하고, 창작의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문화의 향상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 이러한 제한의 근거이다.

하지만, 저작권은 소유권과는 달리 매우 '제한적'인 권리이다. 창작물에 대한 무제한의 권리가 아니라 복제권, 배포권과 같이 특정한 몇 개의 권리를 부여한 것일 뿐이며, 권리의 존속 기간 역시 일정하게 제한된다. 또한, 권리가 보호되는 기간 동안에도 교육·보도·재판 등의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도서관에서 , 혹은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등 일정한 경우에는 저작재산권의 행사가 제한된다.

이와 같이 저작권이 '사적 권리'와 '공공성'의 균형을 맞추려는 이유 역시 정보 자체의 역사적, 사회적 특성에 기인한다. 즉, 모든 새로운 정보의 생산은 창작자에 의해 무에서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까지 역사적으로 축적된 정보들에 기반하여 생산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보의 이용을 제한하여 창작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만큼이나, 정보의 확산을 도모하는 것은 새로운 창작의 기반이 된다.

2. 정보의 이용과 확산을 저해하는 저작권

저작권은 항상 '사적 이익과 공공 이익의 균형'을 표방해왔다. 하지만, 현 저작권 체제가 정보의 이용 및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는 심지어 정보의 이용이 저작권자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경우에도 그렇다. 우선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1) 직지 프로젝트
문제는 지적 재산권이었습니다. 고전 텍스트의 사용을 허락해 달라는 요청이 몇 번 있었는데, 지적 재산권에 대해서 알아 가면 알아 갈수록 확실해 지는 것은, 직지가 전산화한 작품은 이미 현대문이므로 지적재산권 보호기간이 만료된 작품이 아니라, 현대문으로 고친 분들에게 저작권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프로젝트 진행과 뜻을 펴 가는데 막대한 차질이 생긴 것이지요. 저랑 같이 작업을 해 주신 분들의 노고도 헛고생이 되는가 싶고, 참 그분들께 많이 죄송했습니다. (직지 프로젝트 추진자 김민수씨 글 중)

(2) 국가 디지털 도서관의 저작권 기증운동
수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서 만든 국가 디지털 도서관이란 것이 있다. 국회 도서관, 국립 도서관 등에서 소장하고 있는 수많은 자료들을 디지털화하여 전 국민이 인터넷만 연결된다면 어느 곳에서나 이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그러나 저작권법이 개정을 거듭하면서 저작권자가 허락하지 않은 자료는 인터넷을 통해서 전송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그래서 국회 도서관 등에서 주로 논문 저자들을 대상으로 저작권을 기증해 줄 것을 요구하는 운동을 벌였지만, 참여율은 극히 저조하였다.

(3) 정보 트러스트 운동
사라져 가는 웹페이지를 백업하여 보존하고자 하는 일종의 '오픈 아카이브(open archive) 운동'을 벌이고자 의욕적으로 시작한 정보 트러스트 운동 역시 저작권 문제로 주춤하고 있다. 웹페이지를 소유하고 있는 기관에서 자료의 복구를 허가한다고 해도, 개별 게시물들의 저작권은 개인에게 있으므로 그들이 일일이 동의해 주지 않는 한 합법적으로 백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4) 소프트웨어
소프트웨어 역시 저작권법으로 보호된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의 특정한 이용을 위한 기능적 저작물이라는 점에서 일반 저작물과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작품성의 높고 낮음과 무관하게 특정한 소설은 작가의 개인성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의 경우에는 더 효율적인 기능을 위해, 혹은 특정한 환경에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 만든 소프트웨어를 수정할 수 있으며 이는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에 부여된 저작권은 이를 제한하게 된다.

(5) 소리바다 분쟁
'소리바다'는 P2P(Peer to Peer) 방식의 MP3 음악 파일 공유 프로그램이다. 이용자들은 이를 '개인적이고 비영리적'으로 이용하고 있지만, 음반사를 비롯한 저작(인접)권자들은 소리바다를 저작권 위반 혐의로 고소하였다. 소리바다 외에도 인터넷을 통한 파일 공유 방식은 다양할 수 있으며, 이는 개개인이 문화를 향유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저작권 때문에 인터넷의 긍정적 가능성이 제약되어야 하는가?

몇 가지 사례에서 볼 수 있는바와 같이 저작권에 내재된 몇 가지 근본적인 문제 때문에 정보의 이용 및 확산이 제한되고 있다.

첫째, 현재의 저작권은 모든 저작물에 대해 저작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저작자의 허락을 맡을 것을 전제하고 있다. 따라서, 설사 저작자가 굳이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 배타적인 권리를 보장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용자 입장에서는 이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일일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모든 저작물이 현재 상업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며, 모든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로부터 경제적인 이득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저작권자들에게 허락을 받기 위해 연락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허락을 받기 위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할 뿐더러, 저작권자를 찾을 수 없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때때로 허락을 받아야 하는 저작권자의 수가 너무 많아 일일이 허락을 받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디지털 도서관이나 정보트러스트 운동과 같은 영리적 목적이 아닌 공익적 가치가 있는 사업마저도 저작권 체제의 이러한 비합리성 때문에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둘째, 창작자 사후 50년으로 되어있는 현재의 저작권 보호 기간은 지나치게 길다. 또한, 저작자의 의도나 저작물의 종류와 무관하게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공공의 영역으로 환원되어 이용될 수 있는 수많은 저작물의 이용이 제한되고 있다.

저작권 체제가 처음 만들어진 후 저작권 보호기간은 끊임없이 연장이 되어 왔는데 이는 저작권자의 사적 이익을 일방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보호 기간이 길어질 수록 사회의 공적 자원으로 환원되는 정보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한, 특정한 저작물이 상업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는 기간은 저작권 보호기간보다 훨씬 짧은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큰 상업적인 가치는 없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필요한 정보들이 활용되는데 제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셋째,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권은 저작물에 대한 '접근'을 통제하고, 개인의 비영리적 이용까지 규제하게 된다. 서점에서는 책을 복제하지 않더라도 접근해서 볼 수는 있다. 하지만, 디지털 환경에서는 어떠한 저작물에 접근하고 보는 것 자체가 복제를 수반하게 된다. 따라서,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권을 적용한다면 저작물에 대한 접근과 이용까지 통제하게 된다. 디지털 도서관을 원격으로 복제 없이 열람할 수 있는가? 그렇다고, 저작권 때문에 도서관에 대한 열람을 제한하는 것이 올바른가?

과거 저작권은 주로 대량의 상업적 복제를 규제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소리바다를 둘러싼 분쟁에서 드러나듯이 이제 저작권은 개인들의 비영리적, 개인적 이용까지 규제하려 하고 있다. 이는 저작권 문제를 떠나 개개인들의 인터넷 사용이 규제되고, 혹은 감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3. 정보공유 운동과 정보공유 라이선스

지식의 확산을 촉진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이용할 수 있는 공공 정보 영역(Public Domain)을 확대하기 위한 흐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는 저작권 체제의 강화를 비판하고, 현 저작권 체제 내에서 공공성 및 공정 이용의 영역을 확대시키는 것이다. 어쨌든 현 저작권 체제가 저작권자의 사적 이익과 공정한 이용이라는 공공의 이익 사이의 균형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창작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기반하여 정보에 대한 접근권과 공공 정보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운동이다. 이는 창작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이 창작한 저작물에 대한 접근·이용·개작 등을 허용하는 것으로 현 저작권 법·제도와 전혀 대립을 하지 않으면서도 저작권 체제가 초래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 두 가지 방향의 노력을 교육 운동과 비교하자면, 전자는 현재의 잘못된 교육 제도를 비판하는 운동, 후자는 대안적인 교육 공동체를 형성하려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과도한 정보의 상업화와 독점화는 저작권 체제에 기반하고 있고, 또한 저작권 체제 자체가 정보의 상업화를 강화하기도 하지만, 실제 생산 시스템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단지 법·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변화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것이, 현 법·제도에 대한 비판적 운동과 함께, 대안적인 생산 양식을 실험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다.

정보에 대한 접근 및 이용을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은 크게 두 가지 모델로 나뉠 수 있다.
첫째는 지식과 정보를 기록·보존하고,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체계화하는 것이다. 이미 저작권 보호기간이 만료된 '프로젝트 구텐베르그'나 학술 아카이브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방식의 운동은 묻혀져가는 유용한 지식을 발굴하고 보존하며,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함으로써, 이용자들이 쉽게 정보를 검색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둘째는 창작자들이 공개 라이선스를 통하여 자신이 창작한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은 본인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일정한 조건 하에 저작물에 대한 이용을 허락하는 것이다. 물론, 대다수의 정보공유 운동들은 위 두 가지 모델들이 결합되어 나타난다.

정보공유 운동을 위해 공개 라이선스가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의 저작권 체제에서는 별다른 표시가 없는 한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저작물로 간주되기 때문에 이용자들에게 자신이 창작한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음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더불어, 라이선스의 종류에 따라, 저작물을 이용하는 조건 혹은 창작자가 이용허락을 한 범위 등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아무런 조건 없이 자기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포기한 경우, 여러 가지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창작자가 자신은 저작권을 포기했지만 타인이 상업적으로 이용해서 이득을 취하는 것은 바라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창작물을 다른 사람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자신의 의도가 왜곡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공개 라이선스들이 개발되고 있다.

물론, 중요한 것은 라이선스 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그 라이선스에 표현된 운동의 철학이며, 공유 라이선스에 기반하여 얼마나 개방적이며, 자발적이고, 집단적인 실천들을 이끌어내고 있느냐일 것이다. 어떠한 라이선스를 채택할 것인가는 개별 창작자의 자발적인 선택이지만, 동일한 라이선스를 채택한 창작자들은 같은 철학과 의미를 공유하는 공동체를 형성하며, 사회적으로는 공유적 문화를 형성하게 된다. 실제로 자유 소프트웨어인 그누/리눅스를 개발하는 창작자들과 이용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리눅스 공동체' 혹은 '자유 소프트웨어 공동체'를 형성하여, 단지 자신의 창작물을 공유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호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하여 더 나은 개발과 공유적 문화를 이루고 있다.

오병일 / 정보공유연대 활동가
태그

저작권 , 정보공유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문화사회 제91호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