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박수치기는 너무 이르다. 왜냐하면 아직 디지털TV로 디지털화된 화면을 볼 수 있는 지역이 서울뿐이며, 아무리 빨라도 올해 안에는 5대 광역시까지 밖에는 확대되지 않을거라는 사실이다. 나머지 지역에 사는 분들은 디지털TV로 아날로그화면을 보아야만 한다. 문화연대 회원분들은 너무 빨리 디지털TV를 사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그리고 또 하나, 그리 멀지 않은 언젠가 국민PC를 갖자고 우체국적금으로 통해 대출해준 사업을 기억하는지. 그때도 지금처럼 경제 활성화를 들먹이며, 정보화사회로의 진입을 들먹이며 정보통신부 관료들이 사업을 추진했는데, 어떻게 되었던가. 한마디로 꽝난 것 아니었나. 그걸 다시 또 추진하는 정보통신부 관료들은 제정신인가. 우체국 예금을 자기 부서 정책사업하라고 주어진 예산으로 착각하지 않는 다음에야 이런 일을 어떻게 다시 추진할 수 있는건지 정말 이해가 안간다.
이처럼 황당한 경제활성화와 디지털TV간의 함수 관계에 대한 해석말고도 다른 류의 해석들도 있다. 진짜 알기 쉬운 해석이다.

사진 : 한겨레
우리나라 TV수상기 보급대수는 통계청 통계나 혹은 TV수신료 등을 통해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2010년이면 아날로그방송이 종료되니까 그때까지는 모두 디지털TV로 바꾸어야만(!)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걸 돈으로 환산해보자. 2007년경 보급률 80%라고 가정하면(ETRI 정보화기술연구소), 누적해서 약 1300만대가 팔려야 한다. 대당 가격이 아무리 적게 잡아도 백만원이면, 간단하게 13조원이 나온다. 여기에 세계시장 누적규모가 2100억달러 정도 된다는 예상이니까, 거기서 20% 정도만 먹어도 50조원이다. 와우. 지금 디지털 방송을 하게 되면 2007년까지 최소한 TV수상기만으로도 아무리 적게 잡아도 60조원을 벌 수가 있다. 여기에 산업연관에 따른 생산유발효과와 고용유발효과까지 고려하면, 그야말로 그동안 헤매고 다니며 찾았던 '신성장동력'이 아닌가.
그런데 잠깐. 정보통신부 논리를 쫓아 가기에는 어딘가 어색한 구석이 있다.
디지털화된 방송이 대세라는 것 정도는 인정하자. 그렇다면 어쨌든 지금의 방송산업의 하드웨어를 통째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도 인정할 수 있다. 그럼 당연히 지금의 방송산업 시장이 디지털 방송산업 시장이 된다. 여기서 발견되는 논리 전개상의 약점 하나. 기존의 아날로그 방송산업 시장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아무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디지털 방송과 아날로그 방송은 추가의 관계가 아니라 대체의 관계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저 위의 60조원중에서 현재 아날로그 TV의 시장규모를 빼야 한다. 대체산업을 찾는다는 의미에서 신성장동력인 것은 맞겠지만, 지금보다 규모가 엄청나게 확대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어쩌면 추가분은 미미할지도.
또하나. 신성장동력은 맞지만, 그게 꼭 미국식 전송 방식이어야 하나? 어차피 지금도 가전회사들은 각국의 전송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TV를 만들어 수출한다. 디지털 전송방식 역시 지금처럼 나뉘어질 것이다. 유럽식,미국식,일본식에 거기다 중국식까지. 어차피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 시장을 버릴게 아니라면, 거기에 맞는 제품 생산을 위해서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아니면 기술을 사오든지. 그렇다면 기존에 미국식으로 투자한게 아까워서 미국식의 합의했다는 논리는 허구에 불과하지 않은가. 어차피 투자할건데, 다만 국내에서 필드테스트되면 여러가지로 유리한게 많다는 논리인 것이다. 국민들은 완성된 제품이 아니라 테스트용 제품을 사는 셈이다. 그래도 해야 한다. 왜? 기업을 살리고, 국가경제를 살려야 하니까. - 손도 대지 않고 코풀겠다는 심보다. 그래. 여태까지 늘 그래왔는걸 어떻게 쉽게 바꿀 수 있나. 할 수 없지...
어쨌든 지금까지 얘기 가운데 한가지 확실한 것이 밝혀진 것이 있다면, 정보통신부 관료들이 굳이 미국식이어야 하는 필수적인 이유가 없는데도 사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반대했던 이들 역시 뚜렷한 이유도 근거도 없이 정보통신부의 논리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식을 선택한 결과로, 다른 말로는 이동수신을 포기한 댓가로 DMB라는 또다른 사업에 예산이 투자되고 국민의 세금이 추가로 지출된다. 이 점에 대해서 어는 누구도 책임지는 이가 없다. 정책결정은 합의만 된다고 해서 의미가 있는 게 아니다. 뭔가 하면 그 뭔가에 대한 뭔가 설득력있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국민 세금을 엄청나게 소모하는 일이라면, 국민들의 동의가 있어야만 한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TV가 현대에 있어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이라는 사실이다.
최현용(문화연대 정보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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