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정권 몰락 재촉하는 8.3 파병 감행

청와대는 노무현 대통령이 휴가중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참전중이다. 오늘 오전 7시경 성남 서울공항에서 짜이툰 부대를 실은 대한항공기가 이륙함으로써 추가파병은 결국 현실이 되고 말았다. 노무현정권은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절대 다수 민중의 바램을 뒤로 하고, 구차하기 짝이없는 파병 논리들을 들이대며 파병을 강행해왔다. 국익은 허구요, 한-미동맹이 민중에게 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수백 번 수천 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오늘 아침 비밀리에 환송식을 하고, 한국군을 전쟁터로 떠밀어보냈다.

노무현정권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전후 재건을 위해서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안정화를 위해서 파병한다고 한다. 우습다. 노무현정권이 할 일은 이라크 안정화가 아니라 생존에 시달리는 한국 민중의 삶부터 안정화하는 것이다. 이라크를 안정되게 하려고 총을 든 군대를 보낸다면, 이땅 민중의 생존 현장에도 공수부대며, 특공대며, 짜이툰부대며, 총을 둔 군인을 배치해야 될 일 아닌가.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착각인지, 변명인지 구분하기조차 어려운 말을 늘어놓고 있다. 혼란은 계속된다. 가서는 안될 길을 가는, 가지 말았어야 할 길을 가는 노무현정권의 뒷모습에 어두운 몰락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고 있다.

이라크 안정화는 이라크 민중의 손으로 이루어야 하고 이미 이라크 민중은 전쟁의 폐허 위에서 안정을 찾아나서고 있다. 지난 4월 팔루자 해방에서 완전히 승기를 잡았으며, 변칙 주권 이양이 이루어진 6월 말을 거쳐 지금까지 승승장구하고 있다. 주권을 이양받은 이야드 알라위 정부가 이라크 주민의 지지기반을 갖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이라크 전쟁에 참여했던 대다수 나라들은 파병을 철회하거나, 철군을 결정하거나, 추가 파병하지 않겠다는 항복 서약을 남기고 이라크를 떠나고 있다.

노무현정권은, 대한민국은 무엇보다도 이라크 민중들의 분노와 저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삶의 터전을 침략한 미 제국주의에 의해 자식을 잃고, 부모를 잃고, 집과 먹을 것조차 빼앗겨버린 이라크 민중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실의에 빠지지 않고 버티고 싸워 이제 곧 승전을 앞두고 있는 이라크 민중들, 이라크 민중은 이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점령군과 몸을 섞는 한국의 침략군을 향해 총부리를 겨눌 것이다.

2일, 이틀째 열린 청문회에서는 한국군의 이라크 추가 파병을 앞두고 이라크에서 한국인을 공격 대상으로 하는 무장단체가 결성됐다는 첩보가 공개됐다. 그들은 이라크 주민 속에서 살고 있다. 이라크 주민이 그들이고, 그들이 곧 이라크 주민이다. 이에 대해 대사관의 서기관도 들은 적 있다고 시인했으며, 외교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전문 형식으로 보고했다고 말했다. 당연한 일이다. 점령군으로, 침략군에 맞서는 저항의 의사 표현이다. 역지사지 입장 바꾸어놓고 보라. 어느 나라 어느 민족 어느 국민들이 그렇게 하지 않겠는가.

분노는 이라크 민중 뿐만이 아니다. 미국, 그리고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소수 몇 개 국가를 제외한 대다수 나라들로부터 비난과 빈축을 사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를 떠나라며 세계 곳곳에서 싸우고 있는 반전 운동 세력들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고 있다. 세계 반전평화 운동세력으로부터도 등돌림 당하는 노무현정권이 이제 더 이상 서 있을 자리가 어디 있겠는가.

노무현정권의 이라크 추가 파병 감행, 그것은 곧 비극으로 연결될 것이다. 한 달 후일수도, 일주일 후일수도, 하루 후일수도 있다. 그리고 6개월, 1년, 2년 후일수도 있다. 무슨 일이 언제 어디서 벌어질 지 알 수 없다. 노무현정권의 추가파병 감행 탓에 한국 사람의 불특정 다수는 당장 이라크 민중의 분노와 저항에 노출 상태가 되었으며, 인류사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지울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르게 되었다. 이 모든 책임이 노무현정권에게 있다. 한편으로는 파병을 막아내지 못한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있는 것이기도 하다. 무릇 노무현정권은 앞으로 벌어질 후과를 감당하지 못한 채 역사의 미아로 남게 될 것이며,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탕자가 되고 말 것이다.

노무현정권의 파병 결정, 결행에서 노무현정권을 구성하고 있는 지배세력의 본성이 드러났다. 제1 지배정당 열린우리당과, 제2 지배정당 한나라당이 다르지 않았다.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동참하고, 한-미동맹을 실사구시로 이해하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앞에 두고 이제 조금이라도 차별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미국의 압력은 사태의 핵심이 아니다. 한국보다 더 어려운, 더 약한, 더 종속적인 처지에 있는 나라들도 미국의 압력에 아랑곳하지 않고 단호한 태도를 표명하지 않던가. 노무현정권은 미국의 압력에 일방적으로 굴복하였다기보다, 미국의 요구에 주판알을 어설프게 퉁기며 타협하고 동맹한 것이다. 노무현정권 스스로 전쟁을 통해 세계 패권을 장악하려는 미 제국주의의 세계질서 재편 프로젝트에 동반 탑승한 것이다. 누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노무현정권 스스로 전쟁세력으로 침략세력으로 자신을 규정한 것이다.

역사는 흘러도 진실이 감춰지지는 않는다. 민중은 노무현정권의 파병 결행에 분노한다. 그리고 예의 주지하듯 민중은 파병 결행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이땅의 민중은 노무현정권을 거부하는 것이 곧 미국의 압력을, 한-미동맹의 비극적인 현실을 거부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으며, 이제 곧 분노는 거센 저항의 물길로 이어질 것이다.

“동생은 평화재건, 안전에 대해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자이툰 부대 오전 7시 경 출국
"이유가 없어. 난 전쟁이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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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 파병 , 노무현 , 짜이툰 , 숲을 이루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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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꼭두각시

    글 감사드리며 늘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