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상]또다시 정보인권침해, 아직도 정신 못 차린 경찰

최근 경찰은 동료경찰 살해용의자 이씨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 그 결과는 경찰의 얄팍한 계산과 정반대로 오히려 수사에 혼선만 가중시켰다.

3일 서울의 돈암동 모 아파트에 경찰 살해용의자 이씨를 잡기 위해 경찰은 병력 2백여명을 투입해 2개동 7백40여가구에 대해 목욕탕부터 옷장까지 뒤지며 고강도 수색작업을 펼쳤다. 하지만 이것은 어이없게도 경찰이 배포한, 이씨의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개인정보가 담긴 수배전단지를 보고,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한 초등학생이 인터넷포탈사이트에 가입하면서 발생한 해프닝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없다. 경찰의 개인정보인권에 대한 무감각이 결국 개인의 정보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경찰이 또다른 범죄를 조장하고 있음을 역으로 보여주는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경찰은 민주노총 위원장이었던 단병호 의원을 비롯한 민주노총 관계자 6명의 주민등록번호를 유출했다. 당시 길거리 전봇대에 붙어있던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을 비롯한 6인의 수배전단지에는 개인의 사진 및 현주소, 본적, 주민등록번호가 상세하게 명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6인의 주민등록번호는 각종 사이트 가입과 사이버 범죄에 이용됐다. 개인정보 중에서 가장 민감하고 보안을 유지해야 할 정보를 무단으로 유출하여, 누구나 맘만 먹으면, 공개된 개인정보를 통하여 각종 사이버 범죄에 악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던 사건이었다.

당시 경찰청은 개인정보인권침해의 강력한 비판을 받으며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그런데, 2004년 또다시 살해용의자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이다. 이 행위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사건이 아니다. 이미 살해용의자의 주민등록번호는 공개되었고, 이로 인해, 또 다른 사이버범죄가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은 너무나 농후하기 때문이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에 함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 국민의 26%이상이 주민등록번호를 도용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얼마 전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의 발표에서도 보듯이 주민등록번호 및 ID도용이 지난해 3,400건에서 4,500건으로 증가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 허술한 주민등록번호제도의 보안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한 범죄가 증가하고, 이로인해 개인정보인권침해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근절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개인정보를 악용한 범죄를 조장하고 있다. 경찰청은 즉각 국민 앞에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또한 제발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개인정보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고 재발방지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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