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두 시간 만에 계약해지, 하루 반 만에 강제연행

굿모닝신한증권, 간접고용 빌미로 시설관리 노동자들 길거리로 내몰아


한국의 월가라 불리는 여의도 증권 빌딩가 중심의 굿모닝신한증권. 그 건물 지하에서 10년째 맞교대 시설관리를 해오던 19명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노조건설 한달, 총파업 하루 반 만에 길거리로, 경찰서로 내몰렸다. 그리고 그들을 내몬 10년 직장앞 거리에서 “이제 지하가 아닌 투쟁의 광장에 서겠다”는 결의를 모아가고 있다.

지난 7월 2일 노조를 결성한 공공연맹 산하 전국시설관리노조 굿모닝신한증권지부는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지난 8월 12일 쟁의에 돌입하였으나 파업 이틀째인 13일 오후 5시경 용역과 경찰병력이 파업현장에 투입되어 조합원 19명 전원을 강제 연행했다. 현재 17명은 불구속으로 석방된 상태이며 지부장을 포함한 2명은 불법파업, 퇴거요구불응, 업무방해 등으로 구속되었으며 영등포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10%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에 대해 용역회사인 화성관리공사는 도리어 임금을 13.1%로 삭감하여 지급하였다. 원청인 신한증권은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지 2시간 만인 12일 02시에 용역계약을 해지하고 용역을 고용하여 조합원들을 강제로 건물 밖으로 몰아냈으며 동시에 경찰병력 투입을 요청했다. 계약이 해지되었으므로 조합원들이 건물에 남아 있는 것은 불법점거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공권력이 투입된 13일은 화성, 신한, 노조 3자 교섭이 진행된 당일이었고 공권력 투입 시간은 당일 교섭 종료 후 불과 한 시간 후였다. 더구나 19명의 조합원들은 지하 농성장에서 농성을 진행하는 한편 냉각기를 포함한 여타의 시설관리를 멈추지 않은 상황이어서 공권력이 투입될 만큼의 긴박성조차 없었다는 것이 노조측의 설명이다.

노조는 “적법한 절차를 밟은 후 돌입한 정당한 파업에 대해 이례적으로 공권력을 투입하여 강제 진압한 것도 그렇지만, 비정규직 용역의 약점을 이용해 파업 2시간 만에 용역계약을 해지한 원청사인 신한증권의 행태는 비정규직의 노동기본권을 사전에 박탈하는 행위이며 전형적인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탄압”이라고 보고 있다.

삭발을 하고 있는 구권서 시설노조위원장
구권서 시설노조위원장은 “교섭 이후에도 원청인사부장은 일정 교섭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었다. 교섭이 끝나고 한시간 만에 기습적으로 용역 50여명과 경찰 2개 중대가 들이닥쳤고 지하 2층 농성장에서 영등포 경찰서 까지 가는데 40분이 소요될 정도로 신속한 연행이 이루어졌다. 그리고는 바로 대체인력이 투입되었다. 미리 내통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가? 이는 신한증권과 경찰의 조우된 노조파괴시도가 아닌가”라는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구위원장은 “이번 일은 해당 사업장 19명 노동자들의 생존권 문제이자 비정규직 노동자 전체의 문제”라고 규정하고 “물리적 투쟁 뿐 만 아니라 신한증권의 비정규직 탄압을 폭로하는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국시설관리노조는 △파업대체인력과 용역깡패를 즉각 철수시킬 것 △전력, 수도, 가스, 승강기, 위험물 관리 등 건물 시설관리 업무공백을 즉각 회복할 것 △해당 노동자들을 지체없이 현장에 복귀시키고, 정상적이고 평화적인 단체교섭에 임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총력규탄투쟁을 전개할 것을 결의한 상태이다.

한편 굿모닝신한증권 홍보차장은 “우리는 사용자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 개입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의 신속하고 강경한 대응에 대해 “우리와는 전혀 사전에 의논된 바없다. 단지 건물주로서 입주자들이 불편이 없도록 퇴거시켜 줄 것을 요청한 것 뿐이다. 경찰이 금융산업의 중심이 여의도인 만큼 신속히 대응할 필요성을 느꼈는지는 자체 판단의 문제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화의 여지가 없냐는 질문에 대해 “화성에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의 요구가 직장으로의 복귀인 상황에서 신한측이 화성과 용역해지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해결의 다른 방도는 노조가 손을 드는 것 밖에 없다. 이에 대해 “그 부분은 내가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며 단지 자신들의 직원들에 대해 화성이 왜 이렇게 모른 척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 말의 의미는 10년간 이 신한 건물에서 일한 시설관리노동자들을 자신들의 직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그는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가장 분노스러운 건 교섭 중에 우리를 깡패와 경찰을 동원해 몰아냈다는 사실이다
현재 굿모닝신한증권지부 지부장은 불법파업, 퇴거요구불응, 업무방해 등의 이유로 구속수감된 상태다. 갑작스런 상황 격화와 대화 종결 상황에서 지부를 추스려가고 있는 서영식 굿모닝신한증권지부 부지부장에게 지난 과정과 이후 전망을 들어 보았다.


노조 결성 한 달여 만에 구속 사태까지 겪게 되어 조합원들이 많이 놀랐을 것 같다

7월 2일 노조를 만들고 총파업에 돌입하자마자 유치장까지 갔다 오고 나니 조합원들이 많이 놀라고 위축된 것도 사실이다. 본조에서 위축된 부분들을 많이 추스르고 있다. 그러나 정작 놀란 것 보다는 분노와 오기가 더 크다.


10년 만에 노조를 꾸리게 된 동력은 무엇인가

7월 1일이면 화성과 굿모닝신한측과 재계약 예정일이었다. 그런데 신한측에서 다른 싼 업체의 견적서를 들이대며 “이렇게 싸게 하겠다는 업체도 있는데 너희는 어떻게 할거냐”며 반강압적으로 화성이 30% 용역비삭감안에 합의하게 했다. 화성은 고통분담을 운운하며 평균13.1%에 해당하는 400만원의 임금을 삭감을 통고했다.


지난 10년간 우리 시설노동자들의 임금은 제자리 상태였다. 게다가 지속적으로 절반 가까이 인원이 감축된 상태에서 노동강도는 더욱 높아가는 상황이었다. 적자라는 것은 도무지 말이 안된다. 그간 그렇게 인원을 줄였고 임금은 동결 상태였다. 10년을 참고 일했는데 이제 임금삭감까지 하겠다는 사측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후의 선택은 노조를 만드는 것이었다.


교섭부터 파업까지의 과정은 어떠했나

노조 결성 후 임단협 체결을 위한 교섭을 6차례나 진행하려 했으나 화성 사장은 얼굴조차 비치지 않고 상무가 나왔다. 상무에게 무슨 권한이 있나. 그리고는 교섭 중인 8월 1일 삭감된 임금을 일방적으로 지급했다. 가장 분노스러운 것은 교섭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깡패 50명을 동원해서 침탈하고-이것은 우리가 관리하는 건물 주변 카메라에 포착된 사실이다- 그 옆에 경찰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사측이나 경찰은 12일 02시부로 화성과 신한의 용역이 해지되어 교섭상황이 아니었으며 따라서 그 이후의 모든 상황은 업무방해와 불법점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파업 전에도 계속 계약을 해지 하겠다, 계약이 해지되었다고 협박을 해왔다. 그런 상황에서 사장 직인도 없는 계약해지서를 보냈다. 신빙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13일 화성과 신한, 노조 3자 교섭이 진행되었다. 이미 남이라면 어떻게 교섭자리가 꾸려졌겠는가. 그리고는 교섭이 끝난 3시 30분으로부터 한 시간 뒤에 침탈이 벌어진 것이다.


사측은 노조측이 불법적으로 배타적 점거를 하며 심지어 가스통까지 동원하는 폭력성을 보였다고 말한다

배타적 점거였다면 어떻게 사측과 경찰, 그리고 다른 입주자들이 드나들었겠는가. 우리는 시설관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보수도 한다. 신한측이 그걸 원했다. 가스통은 보수 부분 가스 용접시에 필요한 일상공구다. 파이프 역시 배관자제다. 그런데 경찰은 가스통 옆에 산소용접기는 놔두고 가스통과 파이프만 증거물품으로 압수했다. 하루 아침에 자제가 위험한 물건 기타 흉기로 둔갑한 것이다.


우리는 파업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 파업을 한 것이 아니었다. 10일, 11일 준법투쟁을 벌이며 냉각기 온도만 23도에서 적정온도인 26~28도로 유지했다. 12일 0시에 총파업을 선언하고 02시에 용역계약이 해지되었다. 이 기간에도 냉각기를 한시간 늦게 가동한 것 외에 다른 물리적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13일 11시에 3자 교섭을 진행했다. 화성은 “정말로 재정에 문제가 있다면 고통을 분담하겠으니 재무재표를 보여달라”는 노조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신한측은 화성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리고는 교섭 한시간 만에 신속한 연행이 이루어졌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신한측은 공식적으로는 대화채널을 만들 수 없다고 한다. 그럼 비공식으로는 가능하다는 것인가. 도대체 신한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신한측이나 경찰이나 조기 진압으로 가려는 것 같은데, 앞으로 투쟁이 만만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과격하고 강경한 싸움을 원한 것도 아니고 그런 싸움을 시도한 것도 아니었다. 신한이 싸움을 걸고 화성이 방관하고 있다. 한 달 만에 겪는 일들이라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결코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19명만 이렇게 어이없고 정신없는 과정을 당했다면 무슨 상황이 벌어지는지 인식하기도 전에 무너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연대하는 분들과 본조가 있어서 추스릴 수 있었다.

"시설노조 사활 건 전국투쟁 나설 것"
‘노조탄압 굿모닝신한증권 규탄을 위한 공공연맹 결의대회’ 열려
결의대회 후 신한증권과 면담을 진행하기 위해 건물 진입을 시도하는 집회 참가자들

20일 오후 2시 굿모닝신한증권 앞에서 ‘노조탄압 굿모닝신한증권 규탄을 위한 공공연맹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호동 공공연맹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공공부문 400만 노동자 중 16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반의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면서 일하고 있다”고 개탄하고 “이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철저히 외면한 채 공권력을 통해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유치장으로 내모는 정권과 지금 이 신한증권의 파렴치한 작태를 반드시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날 집회에서 삭발을 단행한 구권서 시설노조 위원장은 “화려한 빌딩 지하 막장에서 맞교대에 시달리며 10년을 일해온 노동자들이 파업 하루 반만에 끌려나왔다. 2천 300 명 시설노동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이 날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구 위원장은 “한국의 월가에서 백주대낮에 저지른 이 폭거는 시설노동자들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규정하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지하에서 광장으로 이제 시설노동자들이 사활을 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강경히 못 박았다.

집회 이후 노조는 사전에 신한증권측에 요청한 면담을 위해 두차례 신한증권 진입을 시도하였으나 집회 초반부터 배치되어 있던 경찰과 용역직원들의 원천봉쇄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정당한 면담 요청을 침묵으로 거부하는 신한증권측”을 강력히 규탄하고 이후 더욱 강력한 연대로 다시 집회자리에서 모일 것을 결의하며 집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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