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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번호 성별 구분 폐지를 위한 진정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수많은 네티즌들이 몰려와 다산인권센터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을 비난의 글로 도배했다 |
최근 정보인권 관련단체들은 "생물학적 성징만을 근거로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첫 번호를 일괄적으로 부여하는 것은 왜곡된 성 관념을 양산하는 등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 진정을 준비 중이다.
주민등록번호 성별 구분 폐지를 위한 이번 만인 집단 진정은 지문날인반대연대, 정보인권활동가 모임, 목적별신분등록제실현연대의 공동 제안으로 이뤄졌고, 이들은 9월 까지 진정인을 모집한 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관련 인권단체들의 홈페이지는 어김없이 네티즌들의 열화와 같은 호응을 감내해야만 했다. 네티즌들은 해당 단체의 게시판에 원색적인 비난의 글을 쏟아냈다. 항상 그렇듯이 비난의 화살은 여성에게로 향했다.
남성 네티즌들은 "여성들이 별 트집을 다 잡는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며 "1번 너희들이 가져라", "여자들도 군대가라"는 등 문제의 본질과 동떨어진 논리로 여성들과 관련 단체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다산인권센터 게시판에 한 네티즌은 "우리나라에는 이상한 페미니스트 단체가 많다"며 "담배나 찍찍 피워대고, 남자 앞에서 큰 소리치고, 군대 없애라고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는 ***이요"라며 육두문자까지 써가며 여성운동과 여성을 비하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집단 진정을 공동 제안한 정보인권활동가 모임의 지음 씨는 이번 진정에 대해 "1이라는 번호는 남성이 우선시되는 문화의 상징적인 반영이지만, 누가 1번을 차지할 것인가가 핵심이 아니라 남녀의 성 정체성을 국가가 일방적으로 규정한다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라며 진정 취지를 설명했다.
또 지음 씨는 "국가의 성 정체성 규정이 트랜스젠더 등 성 소수자들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현상은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며 "국가권력이 생물학적 성징만을 근거로 개인의 성 정체성을 고정시키고 관리하는 것은 인권침해로 볼 수 있다"며 이번 진정이 보편적 인권 차원의 문제제기임을 강조했다.
여성의 발언을 혐오하는 남성들
여성 인권과 관련된 문제가 사회적으로 제기될 때 마다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가차 없이 뭇매를 때려댄다. 심지어는 이번 집단 진정과 같이 보편적 인권과 관련된 문제제기 마저도 여성운동가들만의 주장으로 매도하곤 한다. 또한 인터넷에서 비난의 양상은 다분히 남성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표출된다.
일다 편집장 조이여울 씨는 네티즌들의 이같은 반응에 대해 "한국의 경우 인터넷이 게시판 위주로 형성되었는데 게시판 문화가 욕설 위주의 남성중심적"이라고 지적하고,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 남성들은 사회적으로 여성들이 발언하는 것 자체를 혐오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조이여울 씨는 "남성중심적인 사회에서 점차 여성과 페미니즘이 이슈화 되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지만 남성들은 이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며 "여성의 발언권 확대에 대한 심각한 혐오와 적대감이 인터넷 공간에서 표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이여울 씨는 얼마 전 연쇄살인 사건과 관련해 '일다'에 게재한 글('여성을 혐오하는 사회')을 통해 "성차별 사회에서 여성의 몸은 남성의 즐거움을 위해 희생되고 매매되는데, 한편으론 남성들은 이들 여성에게 '적개심'을 갖고 혐오하는 것"이라며 남성들의 이중성과 여성혐오를 꼬집었다. 또 이글에서 조이여울 씨는 "성차별이 만연한 세상에선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그 불만을 타인에 대한 폭력으로 터뜨리는 이들과 그 대상이 되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도 불합리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여성인권은 특권?
권력 관계에서 우위를 점유하고 있는 집단이나 개인이 사회적 약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 합리적인 비판의 논거가 없을 때 쉽게 취하게 되는 방식이 물리적 폭력의 동원이다. 현실 공간에서 공권력이 그러하고,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이 그러하다. 온라인 상의 여성비하와 성 폭력적 공격은 이런 이유에서 너무도 쉽게 이뤄진다.
반 성폭력 활동가 시타 씨는 여성 문제와 관련한 네티즌들의 성 폭력적 반응에 대해 "인터넷 공간 뿐만 아니라 여성의 문제제기에 대해 성 폭력적 방식을 통해 억압하는 것은 역사적인 여성 지배방식"이라며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시타 씨는 "여성과 관련된 문제제기에는 항상 '왜 니들만 가지려 하냐?'는 반응이 뒤따른다"고 지적하고 "여성의 인권을 특권으로 생각하는 전반적인 경향이 존재한다"며 여성 인권에 대한 왜곡된 사회적 인식을 지적했다.
현실 공간에서 연쇄 살인이 죽이기 쉬운 여성을 대상으로 삼듯 온라인에서의 연쇄 살인은 이데올로기적으로 가장 공격하기 쉬운 여성을 대상으로 한다. 제 아무리 인간의 보편적 권리 확대를 위한 정당한 요구라 할지라도 여성이라는 고리가 연결되어 있다면 인권문제는 여성문제로 치환되고 성 폭력적 공격의 대상이 된다. 여성들의 인권을 특권으로 여기고, 여성들의 목소리를 혐오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오늘도 인터넷 게시판은 연쇄살인범들이 판치고 있다.



주민등록번호 성별 구분 폐지를 위한 진정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수많은 네티즌들이 몰려와 다산인권센터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을 비난의 글로 도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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