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교섭, 정권의 체제내화 시도와 맞물려 있다"

사회적 합의주의 = 정리해고, 비정규직, 빈곤의 역사
조돈희 상황실장, "합의기구 대응 넘어 사회적 합의주의 분쇄가 목표"

31일 민주노총 중앙위원들은 '사회적 교섭에 관한 건'을 내년 1월에 있을 차기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다루기로 결정했다. 하반기 쟁점으로 부각되었던 사회적 교섭에 관한 논의가 일단락 되면서 향후 '민주노총 내부 토론과 향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 날 중앙위원회 회의실 곳곳에는 '사회적 합의주의·노사정 담합 분쇄 전국노동자투쟁위원회'(전노투)에서 제작한 피켓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전노투는 '사회적 합의=정리해고, 비정규직, 빈곤화의 역사' '직권중재, 구속수배. 사회적 합의 웬말이냐?' 등의 구호 피켓들 배치하며 '사회적 교섭 반대'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출했다.

사회적 교섭을 쟁점화 시키고 전국적인 논의들을 만들어 낸 전노투의 향후 계획에 대해 조돈희 전노투 상황실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민주노총 중앙위원회의 '논의 연기'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현장토론과 관련해 전노투의 요구안이 일정 정도 관철된 거 아닌가?

전노투의 요구안이 관철된 것이 아니다. 민주노총 중앙위원들도 각 지역본부별 토론회를 통해 반대 여론을 체감해서 내린 판단이다. 조합원들의 반대 여론이 연기 결정의 근거가 된 거다. 사회적 교섭기구에 관련 본질적으로 '불참'을 결정한 것이 아니고 충분한 설득과 토론의 시간을 갖기로 결정된 거다. 이는 오히려 합의기구가 필요하고 노사정위에 들어가야 한다고 설득하는 시간으로 활용 될 수 있다. 전노투는 합의주의 이데올로기를 깨기 위한 반대의견을 적극적으로 조직할 계획이다.

현 시기에 전노투를 만든 계기는 무엇인가?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민주노총은 5월 말 조합원 토론 지침을 내리는 등 사회적 교섭기구 참여를 계속적으로 시도하고 여론들을 만들어왔다. 궤도와 LG칼텍스노조 등 상반기 투쟁 과정 속에서 신경을 못쓰다가 기회가 생기면 노사정위 복귀를 꾀했다. 정부는 사회적 교섭기구의 적극적 모델이나 노사관계로드맵을 통한 사회적 합의주의를 관철시키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전노투는 지난 7월 3일 '노무현정권의 사회적 합의 공세와 노동운동의 대응' 토론회에 참가한 18개 단체로 구성된 '사회적 합의주의 대응 기획회의'와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와 '노동자평의회를 향한 전국회의' 등의 단체, 연대체들로 구성됐다. 지난 7월 24일 '민주노조운동의 위기 노사정 담합 분쇄를 위한 전국노동자 토론회'를 개최한 후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고 전노투를 만들게 됐다.

명칭에 '사회적 합의주의'와 '노사정 담합 분쇄' 두 내용 모두 명기한 이유는 뭔가?

사회적 합의주의는 민주노총이나 정부에서 하고자 하는 사회적 합의구조 또는 합의 틀 또는 민주노총이 제안하고 있는 사회적 교섭 틀을 총괄해서 그 내면에 흐르는 본질적 내용을 명기한 거다. 이러한 흐름들은 사회적 합의주의로 흘러갈 우려가 있고, 좀더 구체적이고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노와 사와 정이 담합해서 사회적 합의주의를 관철하고 노동자의 희생과 정치적 노조운동을 제거하려 하고 있음을 명기한 거다. 전노투는 합의기구만의 논의를 넘어 이러한 음모를 분쇄하자는 기치를 내걸고 있다.

한국노총까지 들어가 있는 노사정위에 민주노총도 들어와야 한다는 여론적 압박이 센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평조합원들이나 투쟁적인 노동자들도 사회적 합의기구나 교섭 틀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 '필요하다'는 것은 순수한 생각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방법으로 교섭 틀을 요구하고 쟁취하고 싸우면 된다고 생각한다. 전노투는 상설화된, 사회적 의제를 놓고 상설적으로 운영하는 교섭 틀이나 교섭에 대해 반대한다.

노사. 노정. 노사정이 만나서 교섭은 할 수 있으나. give and take 형식으로 상설화시켜 상시적 협의하는 것은 결국 노동자들을 희생시키는 수밖에 없다. 아무리 네덜란드 모델을 적용한다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정규직 10% 정리해서 여러 비정규직 확대하는 노동유연성, 어려운 경제난을 핑계로 한 임금 저하 등을 들 수 있다. 현재의 사회적 합의기구에 대한 논의들은 평조합원들과 대표성을 가진 동지들에게 그 본질을 폭로하고 설득해 들어가는 운동이어야 한다.

노무현정부가 사회적 합의주의를 계속 추진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노무현정권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노동자들의 양보를 끌어내려 한다. 더 이상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면 노동운동의 계급적 투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노무현정부는 노동진영을 체제내화 시키기 위해 계속 시도한다. 그리고 과거에는 한국노총만으로도 됐는데 이제는 민주노총을 빼고는 '사회적 합의'가 불가능하다.

사회적 분위기로는 '너희들 대화해라'라는 분위기이다. 비정규직 보호 입법이나 노무현정부가 예전과 같지 않게 남녀 평등, 이주 문제,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 문제 등 비정규 노동자들이나 사회적 약자의 지지를 받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의 행동에 불과하다. 결국 선전만 난무하는 가운데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나 임금, 생활조건은 후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전들이 유효하게 먹히고 있다. 민주노총이 합의기구로 들어가고, 경제난에 고임금 노동자들의 조건을 하락시키면서 한국 경제 위기를 돌파하자고.

사회적 교섭기구는 이수호 집행부의 공약사항이다. 상반기에 추진하다가 직권중재와 노조 탄압으로 참여 안 하겠다고 하다가 다시 교섭 기구안을 상정했는데, 이수호 집행부가 교섭기구를 놓지 못하는 이유가 뭐라 생각하나?

운동적인 정치 지향에 대해서는 섣불리 말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는 고민이다. 하나는 민주노총이 파업을 결정해도 실질적인 10-20%의 저조한 투쟁 참여율이나 투쟁을 싫어하거나 참여 비율이 낮아진다는 조직되지 못한 노동자들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사회적으로 민중의 요구를 민주노조운동이 해야 할 몫이 있는데 지난 과정에서 한국노총과 경총, 정부가 합의해서 일방적으로 해갔다 그러니 우리도 참여하자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향은 틀렸다. 교섭을 통해 쟁점화 시키고 관심 집중시켜서 뭔가 해보겠다는 것은 대리주의적 발상이다. 힘들더라도 조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토론하고 현장 노동자들을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민주노조의 운동 과정의 정통성과 사회적 쟁점을 가지고 어떻게 투쟁해 왔는가에 대해 평가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지는 것 같다. 싸우기 싫으니까 적당한 타협주의로 가는데 그건 책임지려고 하는 노동자적 관점이 부재한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사회 변혁적 관점이 좀 다르다.

전노투는 사회적 합의주의 관련해 토론회를 진행했다고 하는데, 민주노총 연맹이나, 현장 조합원의 여론은 어떠한가?

교섭기구 안건이 연기된 중앙위원회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참가한 경주시협 토론회의 경우는 교섭기구 반대 여론이 주도적이었다. 충북본부 수련회에서의 토론회 이야기를 들어보니 전원이 다 반대의견이었다고 한다. 부산의 경우도 반대 발언들이 많았고. 토론회에서 만난 현장노동자들의 경우 반대 여론이 많았다.

민주노동당과 교섭기구를 활용하면 많은 결과들을 얻을 수 있다는 활용론이 제기되는 것에 대한 의견은?

민주노동당이 의회에 진출한 것은 민주노조 운동의 역사적 성과다. 자칫하면 그 역사적인 노동자의 투쟁정신이 정체성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민노당이 의회에 진출하면서 의원들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노동자들의 의견을 제도화하려는 노력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투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민주노조의 투쟁이나 민주노총 기풍들이 '실리주의'에 휘둘리고, 어용화되는 현상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후퇴하고 있는 민주노조 운동을 계급적 노동운동으로 복권시키는 것에 대한 고민을 민주노총이 했으면 좋겠다. 어용성, 관료성, 권위주의, 투쟁하지 않는 자들... 우리가 그렇게 되어가는 것을 현장 노동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독자 정신을 담은 요구와 투쟁을 한다면 사회적으로 지지 받을 수 있다.

교섭을 한다면 교섭이 필요하다면 요구를 걸고 투쟁하면 교섭테이블을 마련할 수 있다. 경주의 한 동지가 말했는데, 교섭 틀을 만들고 교섭해봐서 안되면 투쟁하는 방식은 안 된다. 이는 적당히 합의하면 투쟁 안 해도 되는, 교섭에만 매달리게 되는 상황들을 만들게 된다. 요구를 설정하고 투쟁을 조직하고 그 과정에서 교섭 틀을 쟁취하고 교섭과 투쟁을 병행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거다. 논의 안건을 던진 민주노총은 시기적 진단을 잘못한 거다.

조직, 투쟁을 통해 교섭을 쟁취하는 것이다. 민주노조의 역사는 투쟁의 힘으로 교섭에서 우위권을 갖고 요구를 관철해 왔던 역사다. 노동자들이 투쟁해온 87년을 상기하라. 노동자 대중투쟁이 벌어졌을 때를. 자본과 정부와 교섭하다가 틀어져서 투쟁했던 것이 아니다. 투쟁의 힘이 세지니까 교섭의 틀들이 생겼었다. 우리들이 직접 요구를 내걸고 투쟁하는 것만이 우리가 우위에 설 수 있는 교섭 틀을 만드는 방법이다.

전노투의 향후 활동계획은 어떠한가?

중앙위에서 교섭안이 내년으로 연기 됐기 때문에 활동 계획 논의를 다시 해야 한다. 어차피 중앙위, 임시 대의원대회만 보고 전노투를 만든 것이 아니다. 사회적 합의주의를 깨기 위한 활동을 할 계획이다. 민주노총 중앙위에 피켓을 제작해서 배치한 것도 활동의 일환이었는데, 불편해했을 중앙위원도 많았겠지만 사회적 합의주의를 깨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노투의 구성 조직들은 현장에 기반한 단위가 많다. 일상적 지역활동과 현장 비정규 투쟁 지원 지역 토론회, 간담회, 순회 강연회 등은 계속된다. 특히 현장 노동자들에게 합의주의 이데올로기를 깨기 위한 토론회를 조직하는 활동은 전노투의 주된 활동이 될 것이다. 총연맹 중앙 뿐만아니라 산하 단위 현장, 노조들에서 드러나고 있는 사회적 합의주의의 유형들, 노사가 담합하는 유형 등 사회에 만연한 노사 협력주의와 지속적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

우리는 노동조합을 통해 노동자들의 요구를 걸고 투쟁을 해왔었다. 많은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는 간부들에게 실망을 갖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자본과 정권의 공세에 노동조합 조직력이 약화되고, 현장통제 들 때문에 평조합원과 활동가들이 고통받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노조운동이 일상적 통제에 맞서, 정권과 자본의 공세에 맞서 적극적으로 투쟁하려는 의지를 가져 줬으면 한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주체가 되는 권력을 쟁취해 나가야 한다.
태그

조돈희 , 전노투 , 사회적 합의주의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라은영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