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골프장? - 끝나지 않는 개발의 광풍(狂風)

'삼보일배'라는 새로운 시위 문화의 창출과 그만큼이나 뜨거웠던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켰던 새만금 간척사업이 완전히 혼란 속으로 접어들었다. 이는 지난 8월 31일 전라북도가 발표한 새만금에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계획 때문이다. 전라북도의 발표에 따르면 오는 2006년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면 변산반도와 접한 만경강 수역 갯벌지역 800만평에 540홀 규모의 골프장이 건설 된다. 540홀 규모의 골프장은 정규홀 30개에 달하는 것으로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세계 최대규모의 골프장이 된다고 한다.

좀 더 확대해 보면 전라북도는 새만금 지역에 복합관광레저단지를 조성하겠다는 허무맹랑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새만금 복합관광레저단지 기본구상’이라는 전라북도의 계획에 따르면 고군산군도와 새만금 내부 토지 2000만평을 묶어 아시아 최대의 신개념 체험 관광지로 개발하고, 선유도, 장자도 등 고군산군도에는 국제해양관광단지가 조성된다. 또한 새만금지구 내부 토지 8500만평 가운데 동진수역 2000만평은 골프장과 복합위락시설이 들어서는 관광기업도시로 개발된다.

전라북도의 이러한 발상은 새만금이 가지고 있는 환경/문화적 가치를 완전히 무시한 허황된 것이다. 더욱이 아직 새만금의 미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논의할 가치조차도 없는 계획을 발표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짐작컨대 전라북도의 이러한 계획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레저관광형 복합도시’와 ‘골프장건설을 통한 경기부양’이라는 두 가지 정책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열린우리당과 문화관광부는 당정협의를 거쳐 내년부터 2~3개의 ‘레저관광형 복합도시’를 조성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국내외 자본 제한 없이 5천억 원 이상의 투자 유치 기업 또는 지자체에 한해 신청을 받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레저관광형 복합도시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할 예정이라는 언론보도까지 있었다. 또한 지난 7월 20일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은 골프장 인, 허가 기간 및 조건을 대폭 완화하여 230개의 골프장을 건설하고 이를 통하여 경제활성화와 외화유출을 막겠다는 발언을 하였다.

정부는 관광수지의 악화 해소와 지역 활성화를 핑계로 이러한 계획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계획은 최근의 ‘건설경기 연착륙 방안’과 그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대규모 건설사업을 통한 경제 활성화 방안이다. 이러한 건설경제 방안은 단기적 효과에만 치중한 성과중심주의 행정일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는 정부가 주장하는 경기 부양에도 효과가 없으며, 특히 해당지역의 경제에도 실질적인 이익이 없다는 것이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다.



사진 : 환경운동연합 (전북도는 오는 2006년까지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완공되면 변산반도와 접한 동진강 수역 갯벌 800만여평에 540홀 골프장을 건설할 계획을 추진중이다. ⓒ 조한혜진)


이전에도 설악산, 경주보문, 제주중문, 부여/공주 등 많은 지역이 관광단지로 개발되었었다. 하지만 고유의 관광상품 개발의 부재와 운영프로그램의 빈곤으로 실패한 경험이 있다. 또한 서남해안 개발계획의 일환으로 작년부터 정부가 본격적인 민자유치에 나선 전남 해안 화원관광단지 골프장 개발사업도 계약 체결 후 2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레저관광형 복합도시와 골프장 건설을 통하여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개발을 도모하겠다는 것은 실상이 없는 탁상공론에 불과할 뿐이다. 전라북도가 이러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정부의 계획에 기대어 주민의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지역파괴를 부추길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부와 전라북도의 계획을 보면 개발의 광풍이 전국토를 휩쓸고 있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한국사회는 그동안의 독재 개발주의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을 겪어 왔다. 무차별적인 개발로 인한 역사/문화/환경의 파괴는 물론이고, 집중과 불균등이라는 구조적 문제까지 개발의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참여정부는 이러한 개발주의 시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분권과 균형, 참여’의 가치를 내세웠다. 그러나 정부가 보여준 지금까지의 행태를 보면 이러한 가치가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현재의 한국사회는 개발이 곧 성장이며 발전이라는 논리에 사로잡혀 모든 문제를 개발과 경제논리로 해결하려 하는 ‘신개발주의’가 휩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개발주의는 환경과 생태라는 그럴듯한 말로 자신을 꾸미고 있지만, 경제적 가치를 무엇보다 최우선 한다는 점에서 구시대의 개발주의와 별반 다를 바 없다.

개발주의의 부작용은 또 다른 개발로는 해소할 수 없다. 이 점을 인식하지 않고 시행되는 정책은 모두 기존의 문제를 재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새만금 사업도 개발의 이익만을 노린 개발주의 시대의 대규모 공간 파괴사업의 되풀이일 뿐이다. 이제는 이러한 경제성장 중심의 개발주의적 논리에서 벗어나 ‘삶의 질’과 ‘문화’가 중심이 되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할 때다. 이러한 모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진행된 새만금 사업의 중단과 골프장 건설과 같은 무책임한 계획의 중지가 우선 되어야 한다. 그런 연후에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폭넓은 사회적 합의의 과정을 거친다면 개발로 인한 부작용의 해소는 물론 문화중심적 공간인식이라는 대안적 접근법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비로소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사진 : 새만금 삼보일배(http://www.kfem.or.kr/wet/smg/n_smg/index.htm)

천기원 / 문화연대 공간환경위원회 활동가 kw87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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