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보고서, "용산기지 이전 협상 굴종적으로 진행"

평통사, "용산협정, 헌법 제 60조 제 1항 위반"

용산기지 이전 협상과정에서 외교통상부(외통부)와 국방부 등 한국 측 협상팀이 미국 측의 전략을 외면하고 "소극적, 수동적, 굴종적 태도로 협상에 임했다"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 평가 보고서가 공개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NSC 인사들은 반미주의자들"

21일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입수해 공개한 '용산기지 이전협상 평과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협상주체인 외통부 북미국(북미3과)과 국방부 정책실(용산기획반, 미주정책과)은 미국에 대한 맹종적이고 추종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했으며, 총괄조정을 담당하고 있는 NSC(전략기획실)는 소극적인 자세로 외교안보의 전략본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전하고 있다.

또 이 보고서는 협상 주무부서인 외통부 북미국 관계자의 진술을 빌어 △용산기지 이전은 미국이 원하는 대로 얼마의 돈이 들던지 추진해야 한다 △협상은 외교부, 국방부, NSC가 주도해 비밀로 추진하고 관계부처와의 협의는 문안이 완성된 단계에서 하되 그 범위는 최소화 한다 △용산기지 이전을 신속하고 조용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모든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어야하며 법률가적인 지엽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국회와 국민이 문제 삼지 않는 수준에서 합의의 형식과 문장의 표현을 바꾸는 것을 협상의 목표로 한다 △MOA(합의각서)/MOU(양해각서)는 유효한 합의이므로 이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협상이 진행될 수 없다 등의 협상에 관한 내부 기조를 마련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보고서에는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나 NSC 인사들은 반미주의자들이므로 이 문제의 개입은 최소화 시킨다"는 북미국 관계자의 진술도 전하고 있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90년 합의각서 보다 더 개악"

보고서는 이번 협상 내용이 "90년 합의각서 보다 더 개악된 점도 적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보고서는 "협상팀이 용산기지 이전 문제가 미군기지의 반환과 제공으로 구성되므로 이를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의 틀내에서 처리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입장 하에 협상에 임해 왔다"고 지적한 뒤 "그러나 SOFA는 개별시설과 구역의 공여와 반환에 대해 규정하고 있을 뿐 기지 이전에 관한 명문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독립된 조약에 해당하는 용산기지 이전 관련 협정문서를 SOFA 부속문서로 둘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기지 이전에 발생하는 비용의 우리 측 전담 원칙과 관련해 보고서는 "이번 용산기지 이전은 미국측 요구에 의한 요소가 더 많음이 명백하다"며 "한국 측이 이전비용을 전담할 이유가 없는데도, 협상팀은 이에 대한 검토 및 문제 제기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보고서는 이전 비용 산정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보고서는 2003년 국정감사에서 국방장관이 언급한 '이전 관련 비용 30억-40억불 수준'에 대해 "이미 미국측 스스로 97년 기준 이전 비용을 95억불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며 금번 협정이 90년 협정 보다 비용이 증대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 근거로 보고서는 '연합작전 능력이 저하되지 않을 것'을 요구한 90년 협정에 비해 금번 협정이 '연합작전능력, 준비태세, 삶의 질, 미군 구성원에 대한 지원이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향상될 것'으로 이전 기준 원칙이 상향된 것을 들고 있다. 또 90년 협정에 포함되지 않았던 병원, 행정시설, 가족동반숙소 및 첨단정보시설 등이 시설내역에 추가되었다고 밝혔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이 보고서는 끝으로 '조치건의'를 통해 "01년 이후 재개된 이전 요구가실질적으로 미국의 군사전략 변화에 따른 주한미군의 재배치에 연유하고 있으므로 이전비용을 한국이 부담한다는 논리는 재검토되어야 한다"며 "현재의 협상팀은 그 한계를 명백히 드러낸 만큼 전면적으로 재편하고, 협상내용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요청하고 있다.
평통사 유영재 미군기지팀장이 보고서 내용을 기자들에게 브리핑하고 있다

평통사, "용산협정, 헌법 제 60조 제 1항 위반"
민주노동당, "협상팀 전면교체하고, 굴욕외교에 종지부 찍어야"

한편, 용산기지 이전 문제에 지속적으로 개입해 온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은 21일 오후 외통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우리가 주장해 온 용산 협상의 굴욕성과 위법성이 이번 보고서를 통해 사실로 입증됐다"며 "용산기지 이전 협정 체결을 즉각 중지하고 협상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평통사 유영재 미군기지팀장은 "작년 11월에 이미 청와대 내부적으로 협상의 문제점이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위헌성과 불법성이 그대로 남아있다"며 "굴욕적이고, 위헌적인 이전 협정 체결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유영재 팀장은 "정부는 원칙적 내용을 담은 포괄협정(UA)만 국회비준을 받고 이전과 비용집행의 세부내역을 담은 이행합의서(IA)는 국회에 보고만 한다는 전제 하에 법제처 심사도 받지 않고 있다"며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이라면 그 명칭이나 지위에 상관없이 모두 국회의 비준동의를 거치도록 한 헌법 제 60조 제 1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8월 20일 한미 양국간 가서명된 용산기지 이전을 위한 포괄협정(UA)과 이행합의서(IA)는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노동당도 22일 논평을 통해 "협상팀은 한국측 대표라기보다 미국측 대리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최근 진행되고 있는 협상에서도 정부는 미국측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민주노동당은 "관련자를 일벌백계하여 다시는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협상팀 전면교체를 통한 재협상으로 굴욕외교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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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 , 용산기지이전 , 포괄협정 , 공직기강비서관실 , 이행합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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