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사회적 의제화에는 성공해
20일에는 30여개의 시민사회단체들은 '비정규노동법 개악 저지와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고 21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파견제, 기간제 관련 양대 법안의 환노위 상정시 총파업 돌입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이미 16일부터 비정규연대회의 소속 노동자들이 조건 없는 당의장 면담을 요구하며 열린우리당 당의장 실을 점거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21일에는 부산, 전주, 창원, 아산등 네 개 지역의 열린우리당 시지부에서도 해당지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항의 농성에 돌입했다. 마침내 22일 열린우리당 이부영 당의장은 노동자들과의 면담자리에서 ‘정부안에 잘못이 있음’을 인정했고 일단 사회적 의제화에 성공한 비정규 노동자들은 농성을 해제했다.
노동운동진영이 급박하게 돌아간 것과 마찬가지로 미디어참세상의 기자들도 숨 돌릴 틈 없이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정부안 공개 직후 본 기자는 여야 삼당의원과 양대노총 위원장에 대한 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해서 일정을 잡기 시작했다. 노동계에서 잔뼈가 굵은 세 의원 및 노총 위원장들과 각각 한 시간 넘게 단독 인터뷰를 하는 것이 기자 본인에게도 큰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일정이 빠듯한 그들과 약속을 잡는다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다섯 명 모두와 인터뷰 약속이 확정됐고 지난주 화요일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으로부터 시작된 인터뷰가 이번 월요일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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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 한나라당 의원들도 악법임을 인정
기획당시 ‘국회의원한테 마이크 대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냐?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결국 현장의 정확한 대응을 위해서도 그들에게 직접 묻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좀 더 솔직하고 많은 이야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때로는 공세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고 때로는 인터뷰이의 입장에 서보려고 노력했지만 막상 끝내고 보니 역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과 한나라당 배일도 의원과의 인터뷰 후에는 그들에게 약간이나마 노동자에 대한 이해를 기대했던 기자 본인이 아직도 많이 순진하다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자신은 신자유주의에 반대한다면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쓸 수 밖에 없음을 강조하는 이목희 의원과의 인터뷰에선 몇 번이나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 법이라면서 노동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목희 의원이 노동운동에 당부한 중요한 책무는 어이없게도 불법행위에 대한 철저한 신고였다. 이목희 의원이 대통령의 진정성을 강조하며 김주익 열사에 대한 대통령의 “아직도 대한민국에 이런 일이 있냐”는 발언을 전해주었을 때는 그 현실인식의 안이함에 할 말을 잃을 정도였다.
한 때 서노협 의장으로 단병호 의원을 휘하에 두었던 배일도 의원은 역시 한나라당 의원으로 손색이 없었다. 좌파 포퓰리즘 때문에 지방노동위원회에는 노동자 성향에 가까운 공익위원들이 많다는 배일도 의원의 발언을 듣고는 허탈해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고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들을 의회에서 대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선 도대체 이 인터뷰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두 의원 모두 이번 법안이 기업의 이해를 반영한 노동자에게 불리한 안이라는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단병호 의원 신중한 접근 자세 보여
삼당 의원실 가운데 역시 단병호 의원실에서 내어놓은 음료의 단가가 가장 낮았다. 다섯명의 인터뷰가 다 끝난 지금까지 단병호 의원의 다음 이야기는 기자의 기억에 남아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용구조는 노자간의 핵심적인 문제다. 이런 문제에 대해 자본이나 정부가 뭔가 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는 것 자체가 순진하고 안일한 사고방식인 것 같다.” 또한
단의원은 비정규 투쟁에 대한 향후 전망을 장밋빛으로만 그리지 않고 때론 부정적이란 느낌을 받을 정도로 신중히 접근하기도 했다.
나머지 인터뷰들도 마찬가지지만 굳이 순서를 따지자면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과의 인터뷰가 가장 힘들었다. 인터뷰를 진행한 다섯 명 가운데 이 법안에 대한 책임과 부담을 가장 많이 지게 될 사람이 바로 민주노총 위원장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원장 본인의 입을 통해 산하 연맹과 지역본부의 투쟁조직 전환이나 총파업을 위한 조합원 총투표 계획을 미디어참세상이 가장 먼저 독자들에게 전했고 자세한 투쟁 로드맵을 알려 낼 수도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진정성(?) 어린 발언을 기자로부터 전해들은 이수호 위원장은 조용한 평소 성격과 다르게 ‘악어의 눈물’ 이라며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역시 인터뷰가 예정되어있던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에 대한 연대 발언을 직접 전할 수 있었던 것도 성과라면 성과라고나 할까?
사실 평소에 한국노총에 대해 그리 많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데다가 부정적 인식까지도 조금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용득 위원장과의 인터뷰 역시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인터뷰어 입장에서 가장 인터뷰하기 편했던 인터뷰이는 이용득 위원장이었다. 조금은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도 이용득 위원장은 시원시원하게 답변했다. 실제로 어떻게 될진 두고봐야 겠지만 이용득 위원장은 노사정위원회 탈퇴를 강력하게 시사했고 민주노총과의 예민한 문제에 대해서도 직설적 어조로 거리낌 없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제 싸움의 일라운드가 끝났을 뿐
기자는 이번 법안에 대한 여야 삼당 의원 세 명과 양대노총 위원장의 입장을 일주일 여에 걸쳐 전했다. 정부는 자신들의 입장에 아주 충실한 법안을 내어놓았고 이 법안에 관해서는 한나라당도 정부의 손을 들어줄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단병호 의원이 지적한 바 대로 ‘그들’이 무엇인가를 해줄 것을 기대하는 것은 순진하고도 안일한 자세라는게 이번 법안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제 공은 노동운동 진영에게로 넘어왔다. 노동부의 입법예고와 노동부 장관의 ‘비정규 보호법안’이라는 강변에 대해 당사자인 비정규노동자들 여당 당의장실 점거로 화답했고 민주노총은 파업을 결의했으며 한국노총도 함께 할 것을 약속했다.
양 측의 입장이 확연히 드러나 대립각이 세워짐으로 싸움의 일라운드는 끝이 났다. 이제 이라운드를 앞두고 노동계는 총파업을 결의했고 반면 이해찬 총리는 “노동자들이 점거농성을 예사로 하고 있다”며 “근거 없는 주장, 불법·폭력행위를 정부가 무한정 허용하면 국가 기강이 무너진다"고 칼날을 벼리고 있다. 기자 생각에는 이수호 위원장의 말 대로 "크게 뭉쳐서 사활을 걸고 싸울" 때만 벼랑 끝까지 몰린 노동자들이 칼날을 물리치고 앞으로 한 발 내디딜 수 있을 것 같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